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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진칼럼] 북한 김정은이 눈물을 흘린 진짜 이유
조정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2-18 00:02:40
 
▲ 조정진 발행인·편집인
북한의 3대 세습 독재자 김정은이 눈물을 흘렸다. 로마 황제 네로가 눈물을 모았고 초기 소련 지도자 이오시프 스탈린이 울보였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현 러시아 대통령이 20123선 당선 연설 중 눈물을 보였다는 전언 정도가 독재자의 눈물 관련 정보다. 그러니 김정은의 눈물은 경남 밀양의 홍제사 표충비가 국난이 올 때마다 눈물을 흘린다는 것만큼이나 국내·외에서 관심을 끌 만하다. 외신도 김정은은 우는 모습이 목격된 몇 안 되는 세계 독재자 중 한 명’ ‘국가 지도자가 국민 앞에서 우는 건 헤드라인을 장식할 만한 순간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김정은이 눈물을 보인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자마자 지도자에 올랐기 때문에 당연한 것으로 치부될 수 있지만 2011년 김정일 장례식 때와 202010월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때 나의 노력이 국가를 위해 충분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눈물을 쏟았다. 올해 727625전쟁 정전협정 70주년 열병식 때는 러시아 국방장관과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북한 국가가 흘러나오자 눈물을 흘렸다.
 
김정은은 3일 평양에서 11년 만에 열린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 첫날 당비서의 보고를 듣던 중 손수건까지 꺼내 들고는 주책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가정과 사회 앞에 지닌 어머니의 본분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나라의 대들보로 자라는 자식의 성장을 보는 것보다 어머니들에게 큰 낙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 직후다.
 
전문가들은 울먹이는 모습을 통해 애민 헌신하는 지도자상을 연출한 것이라고 폄하하거나 역사상의 다른 독재자처럼 자아도취에 빠진 나르시시즘의 반영’ ‘성격 자체가 원래 감성적이라고 분석한다. ‘음악 정치’ ‘무용 정치에 이은 눈물 정치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일견 일리 있는 해석이다.
 
다른 때와 달리 이번 전국어머니대회에서 흘린 김정은의 눈물에 대해 필자는 다른 해석을 한다. 일찍 세상을 떠난 자신의 친모 고용희에 대한 그리움이다. “국력 강화와 혁명의 전진에 있어서 우리 어머니들의 공헌의 몫은 더욱 커지게 돼 있다. 지금 어머니들의 힘이 요구되는 일들이 많다. 자녀들을 훌륭히 키워 혁명의 대를 꿋꿋이 이어 나가는 문제도 그렇고, 출생률 감소를 막는 문제도 모두 어머니들과 힘을 합쳐 해결해야 할 우리들 모두의 집안의 일이라는 연설문 행간마다 자신의 생모가 생각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김정은이 후계자가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게 친모이지만, 사실 가장 걸림돌이 된 것도 친모 고용희다. 철저한 계급 사회인 북한에서 가장 낮은 계급이 일명 째포(재일교포를 낮춰 부르는 말)’인데, 고용희가 바로 일본에서 태어나 북한으로 귀화한 째포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일성 생시엔 고용희와 그 자녀인 김정철·김정은·김여정은 거의 밖으로 드러내지 못했다. 혼외 가족이었기 때문이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에서 연설  도중 흐르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고 있다.  노동신문·연합뉴스
  
오사카가 고향인 고용희는 제주도 출신 재일교포 고경택의 7녀로 조총련이 추진한 재일교포 북송사업에 동참해 10세 때인 196210월 친모 이맹인과 함께 제99차 귀환선을 타고 입북해 함경북도 명간군에 정착했다. 평양음악무용대학 무용과를 졸업하고 1971년 만수대예술단 무용수로 활동하면서 김정일이 후계자로 공식 선출된 1974년 이후 비밀연회 기쁨조로 뽑혀 김정일의 연인이 됐다. 하지만 2000년 유선암에 걸려 프랑스 파리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2004년 사망했다. 김정은이 20살 때다.
 
북한은 최근 간부용 조선기록영화 위대한 선군조선의 어머님을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영했다. 영화는 한복을 차려입은 고용희의 초상으로 시작돼 절세술의 선군명장이신 경애하는 김정일 장군님의 가장 귀중한 혁명동지이시며 전우이신 선군조선의 어머니” “장군님의 성스러운 선군혁명 장정의 갈피마다에는 존경하는 어머님께서 아로새기신 불멸의 자욱이 빛나고 있다고 초지일관 고용희를 추켜세우지만 단 한 번도 고용희라는 이름은 안 나온다.
 
김정은이 비록 북한에서는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릴 수 있는최고통치자이지만 아직도 어머니 고용희의 이름조차 떳떳하게 공개할 수 없는 모양이다. 금단의 영역인 셈이다. 어머니와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감춰야 하는 김정은 스스로의 처지가 눈물을 자아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나라의 대들보로 자라는 자식의 성장을 보는 것보다 어머니들에게 큰 낙은 없을 것이란 부분이 그의 눈물샘을 자극했으리라 보인다.
 
또한 내세울 아들 후계자가 뚜렷하지 않아 어린 딸에게 후계자 교육을 시켜야하는 상황도 김정은을 울컥하게 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본인의 건강 상태도 최악이다. 거기다 음주벽까지 있다. 17일은 마침 그의 아버지 김정일의 사망 12주기다. 아버지도 자기 때문에 해서 사망했다는 것이 알려졌으니 이래저래 김정은의 눈물은 계속 흐를 것으로 보인다. 그가 살아 있는 동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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