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년 총선 手개표 방식 도입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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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개표 후 육안검사 강화로 부정 원천 차단
유권자 정보 의혹 QR코드 대신 바코드로 대체
사전투표 용지 인쇄 날인 관련 의혹은 여전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2-29 00:02:02

내년 4월 총선부터 개표 과정에 사람의 손을 거쳐 직접 검토하는 수(手)개표 검사가 도입된다.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총선을 100여 일 앞두고 수(手)검표 절차 추가와 사전투표 용지 일련번호 바코드화 등 선거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그간 부정선거 의혹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개표 과정에 신뢰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 부정 시비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전수 수(手)개표’ 검사 도입이다. 전자 개표기로 분류된 투표지를 심사 계수기에 넣기 전에 개표 사무원이 손으로 한 차례 확인하는 과정이 추가된다. 현행 개표 절차에서는 투표용지를 전자 개표기로 분류한 뒤 심사 계수기로 셀 때 개표 사무원이 투표지 정상 여부 등을 육안으로 확인하는 데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공직선거법 제178조 제2항에 의해 선관위 개표 사무에 전자 개표기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자 개표 시스템은 외부 해킹이나 불순 세력에 의한 조작 가능성이 상시 존재한다. 그래서 프랑스·독일·네덜란드 등 선진국에서는 전자 개표 시스템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곳도 많다. 일부 전문가들은 개표 사무를 전자 개표기에 의할 수 있다고 규정한 조항이 삭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만큼 불완전하고 불안정한 시스템이라는 말이다.

이번 선관위의 수개표 도입은 국민의힘 공정선거제도개선특별위원회(특위)의 강력한 요구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올해 10월 국가정보원의 선관위 투·개표 해킹 위험성 지적을 계기로 발족한 특위는 지난달 1차 회의 결과 ‘사전투표 용지에 대한 육안심사 절차를 강화할 것’을 선관위에 촉구했다.

특위에 따르면 투표지 분리기를 거쳐서 분류된 투표용지가 집계돼 바로 심사개수기로 들어가는 현행 시스템에서는 사실상 참관인들이 실제 날인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고 여기서 부정투표 의혹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개표 사무원이 수작업으로 일일이 확인하는 절차가 추가될 터인데, 나아가서 수개표가 전자 개표기의 보조 수단이 아닌 주 수단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또 하나의 의미있는 변화는 사전투표 용지에 인쇄되는 일련번호를 현행 2차원 QR코드에서 1차원 바코드 형태로 변경한다는 것이다. 앞서 대법원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소송에서 사전투표 용지 일련번호를 QR코드로 인쇄한 것이 공직선거법에 위배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에서 바코드를 ‘막대 모양의 기호’로 표현하고 있는 점이 근거가 됐고, 특히 QR코드에 유권자 정보가 담길 수 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됐던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가 개표 과정이나 투표용지와 관련한 논란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나 그럼에도 여전히 아쉬운 점은 있다. 사전투표 용지에 투표관리관의 도장이 인쇄돼 출력되는 부분에 대한 지적이 있었으나 이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다. 법에서는 투표 관리관이 도장을 직접 날인한다는 규정이 있으나 선관위는 사전투표 제도와 관련해 인쇄된 날인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칙을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 사전투표 용지와 관련해 제기되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뢰를 찾는 방법을 택해야 할 것이다.

전수 수개표 검사나 투표 관리관의 직접 날인 등의 방식은 분명 AI 시대에 역행하는 아날로그 방식이다. 하지만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에 신속한 결과보다는 정확한 결과가 중요하다. 더디더라도 민의를 정확히 확인하는 편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다. 투·개표 과정에서 불거지는 부정 시비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시스템으로 지속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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