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산의 울림] 평양살이의 진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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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산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1-05 06:31:00

북한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북한이 아무리 어려워도 평양은 잘산다고 하기에 내가 그곳에 살았던 기억을 써 본다. 탈북인 중에는 평양에서 온 사람도 있기에 내가 지어낸 글이라고는 보지 말라.

1980년대 초에 대학을 졸업한 나는 중앙의 무역 기관에 배치받아 평양에 뿌리를 내렸다. 나는 그래도 운이 좋아서 반년 만에 집을 마련했다.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이 평양에서 자기 집을 가진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살림 도구는 처가 덕분에 그럭저럭 마련했다. 내가 무역회사에 다니다 보니 회사에서 주는 컬러TV와 냉장고가 있었다. 1989년 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을 하기 전에는 평양에도 김정일의 선물을 받은 큰 간부들 집에만 컬러TV가 있던 시기였다. 특히 냉장고는 거의 없었다.

그러니 우리집은 그 동네에서 제일 잘사는 집이었다. 그런데 먹는 것이 문제였다. 집에 먹을 것이라고는 배급받은 쌀과 공급받은 간장·된장·소금이 전부였다. 그것마저도 양이 적어서 아껴먹어야 했다.

당시 북한에서 콩기름은 인구 1인당 연간에 200g 정도 공급됐다. 계란은 한 달에 1인당 3알 정도 공급해 주는데 먹지 않고 아껴 두었다가 손님용으로 쓰거나 그나마도 못 받는 달이 많았다.

제일 문제는 채소가 없는 것이었다. 가을에 김장용으로 1인당 30~35kg씩 주는 것 외에는 얻어먹기가 힘들다. 부부가 모두 출근하는 집은 더하다. 공급량이 많지 않으니까 기다렸다가 먼저 사 오는 집만 먹는다.

양념감은 가을에 김장용으로 공급해 준 고춧가루 1kg이 북한 가정 조미료의 전부다. 그래서 세대주나 학생들의 점심 도시락을 매일 싸야 하는 가정주부들은 죽어난다. 햄·소시지·달걀·콩나물은 꿈같은 소리다. 두부는 명절 때마다 1·2모 정도 공급해 주는데, 기름 짜고 남은 콩깻묵을 수입해서 만든 두부여서 맛도 없다.

육류는 명절마다 세대별로 뼈다귀 포함 1kg씩 공급해 준다. 1년 중 1월1일·2월16일·4월15일·9월9일·10월10일, 이 다섯 번의 명절에만 돼지고기를 눈으로 볼 수 있다. 생선은 1970년대 초까지 명태와 도루묵이 흔하던 시기가 끝난 후에는 평양에서도 거의 볼 수 없다. 배와 기름·그물이 없는데 물고기를 무슨 수로 잡겠나?

과일 역시 1년에 몇 알 먹을 수가 없다. 쌀이 없어서 굶는 판에 호사스럽게 무슨 과일을 먹겠다고 과일 농사를 하겠는가? 있는 과일마저도 자동차와 기름이 없어 유통이 안 된다.

커피와 차는 평양 사람들도 어떻게 생긴 것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 자체가 국가의 생산과 공급 계획에는 없는 품목이다. 우유 역시 마셔 본 사람이 몇 안 된다는 말이 거짓말 같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