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7.4조 베팅’… 넉달째 바이 코리아 ‘후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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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지난달 韓주식 7조3750억 원 순매수… 코스피서 대부분 ‘줍줍’
中 증시 자금 이탈, 밸류업 프로그램 개시 호재… “FOMC 전까진 변동장”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12 12:00:21

▲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유가증권·코스닥시장에서 7조3750억 원을 순매수했다. 작년 11월부터 4개월 연속 ‘사자 행진’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외국인 자금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7조 30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국내 증시에 쏟아부었다. 넉 달 연속 순매수세다. 순매수 규모도 11년 만에 최대치다. 중국 증시 자금 이탈 현상,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 등이 호재로 다가왔다. 외국인은 주로 저(低)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을 담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외국인 자금 추세가 우상향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까진 변동성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12일 발표한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유가증권·코스닥시장에서 7조 3750억 원을 순매수했다. 작년 11월부터 4개월 연속 ‘사자 행진’이다. 외국인의 월간 순매수액이 7조 원을 넘긴 것은 2013년 9월(8조 3320억 원) 이후 10년 5개월 만이다.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7조 2760억 원을 쏟아부었다. 코스닥에선 1000억 원어치를 사들이는 데 그쳤다. 폭풍 매수세에 힘입어 외국인의 보유 규모는 762조 원으로 전월(704조 원) 대비 58조 원 불어났다. 시가총액 비중도 27.6%에서 28.1%로 오르며 2년 만에 28%대로 다시 진입했다.

외국인 순매수세는 중국에 투자된 서방의 자금이 빠져나간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금액은 330억 달러(약 44조 원)로 전년(1802억 달러) 대비 82.0% 감소했다. 올해 들어서도 ‘차이나 엑소더스’ 현상이 이어지면서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달 초 2700대까지 내려갔다. 2020년 4월 이후 4년 만에 겪은 수준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서 외국인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는데 그 자금이 일본·인도·대만·한국 등과 같은 중국 주변국으로 이전되고 있다”며 “지난달엔 외국인이 이전에 팔아놨던 종목을 다시 갚은 양상이었는데 중장기적으로 우호적인 추세라고 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내놓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도 외국인을 움직이게 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PBR·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주요 투자지표 공표를 통해 기업의 주주가치를 끌어올리는 게 핵심이다. 외국인은 재빨리 움직였다. PBR이 낮은 저평가 종목을 대거 쓸어 담았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이 지난달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현대차였다. 순매수 규모는 1조 7057억 원이다. 현대차의 PBR은 지난달 말 기준 0.62배로 1배 미만이다. SK하이닉스가 1조1453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다음은 5321억 원의 자금이 몰린 삼성물산이었다. 삼성물산도 PBR 0.92배로 비교적 낮았다. SK스퀘어(2216억 원)·하나금융지주(1903억 원)·삼성생명(1610억 원)·KT(1507억 원) 등 외국인 순이익 상위 10위권 종목 대부분이 PBR 1배 미만이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이 회복되면서 반도체 수급이 유입된 것과 저PBR 업종을 되게 많이 사들인 요인이 컸다”며 “밸류업 프로그램이 발표된 이후 은행·자동차·유통 등으로 수급이 많이 들어왔고 반도체에 대한 수급도 계속 들어온 영향인 것 같다”고 말했다.

3월 들어선 ‘사자·팔자’ 변동성

이달 들어서도 외국인의 매수세는 거세다. 11일까지 외국인은 3797억 원 규모의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 기간 기관(-6629억 원)·개인(2563억 원)을 크게 압도하는 규모다. 다만 꾸준하진 않았다. 변동성이 컸다. 6거래일 중 3거래일은 순매도로, 3거래일은 순매수로 마감했다.

저PBR 종목에 대한 순매수 강도도 소폭 줄어들었다. 외국인이 이달 4~11일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SK하이닉스(4726억)·현대차(2358억)·KB금융(1592억)·LIG넥스원(1253억)·HLB(1180억)·우리금융지주(1054억)·엔켐(779억)·삼성물산(721억)·두산로보틱스(689억)·삼성바이오로직스(477억) 순이었다. 이 중 PBR 1배 미만인 종목은 현대차·KB금융·우리금융지주 3개 종목에 그쳤다.

외국인이 단기적으로 매도하고 있지만 서구권의 중국 자금 이탈 등의 영향이 커 외국인의 자금 유입은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노 연구원은 “미국의 통화정책 완화 시점이 지연되는 것에 대해 한국 증시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지만 중국 자금이 주변국으로 이동하는 게 장기적 추세로 일어나고 있어 외국인의 자금 유입은 우상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FOMC 전까지 변동성이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강 연구원은 “FOMC와 매크로 이슈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어 강한 베팅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고 반도체도 좀 많이 올라서 강한 매수세가 더 들어오기 쉽지 않은 것 같다”면서 “다음 주 FOMC 방향성이 나오면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전까지는 이벤트에 따라서 변동성이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