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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의 세계] “못난이 덕분에 많이 웃는다면…” 못난이 작가 김판삼
김판삼 초대전 ‘웃음꽃 등에 업고’
이달 28일까지 북촌 갤러리 단정서
임유이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01 19:00:52
 
▲ 전남 무안에서 ‘못난이 미술관’을 운영하면서 미술 작업을 병행 중인 김판삼 작가. 임유이 기자
 
1908년 오스트리아 빌렌도르프 근교의 구석기 시대 지층에서 작은 석상 하나가 출토된다. 비너스처럼 땋은 머리를 하고 있어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로 불리게 된 상이다.
 
고고학자들은 커다란 유방에 굵은 허리 그리고 불룩한 아랫배와 투실한 엉덩이의 이 여인이 당시 미의 기준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날씬해야 미인인 요즘과 비교하면 괴리가 있는 판단이다. 이처럼 미에 대한 기준은 시대에 따라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
 
바쁘게 살아 못난이가 되어버린
 
▲ ‘웃음꽃 등에 업고’ 전 포스터.
미를 창조하는 이를 미술작가라고 한다. 미를 만들어야 할 작가가 못난이를 만든다면
 
못난이 작가 김판삼의 웃음꽃 등에 업고전이 서울 종로구 북촌 갤러리 단정에서 이달 28일까지 진행된다.
 
10년 만에 서울에서 개최하는 개인전이다. 2016년부터 꾸준히 사랑받아 온 못난이들과 이를 새롭게 재현한 부조 등 30점의 조형 작품을 선보인다.
 
김 작가는 전남 무안에서 못난이 미술관을 운영하면서 미술 작업을 병행 중이다. 못난이 캐릭터 곧미남’ ‘곧미녀’ ‘마르면몬로는 단지 못생겼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친근한 모습을 하고 있다. 외모를 가꿀 겨를 없이 바쁘게만 살아 못난이가 된 우리 엄마·아빠·이웃들.
 
김판삼 작가는 미의 진정성을 찾기 위한 도구로서 추를 사용한다.
 
뚱뚱한 몸매와 찢어진 눈 그리고 낮은 코와 곱슬머리의 못난이는 멀리 있는 누군가가 아니라 우리 곁에서 먹고 마시고 호흡하며 밀착된 관계성을 맺고 있는 우리 이웃과 가족이다. 관람객 대부분은 못난이 작품을 보고 얼굴을 찡그리는 대신 환하게 미소 짓는다. 못난이를 바라보는 관람객들의 환한 웃음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
 
▲ 사랑을 이룬 노년 커플의 ‘하면된다’ Resin, wood on Acrylic paint, 45x36x16cm, 2024
 
그러니까 그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유려한 이목구비와 날씬한 몸매를 가진 아이돌 같은 외모에 있는 게 아니라 가변적이고 유동적인 사람의 얼굴에 숨겨져 있는 것이다. 그 얼굴이 웃음으로 환하게 피어날 때 사람은 꽃이 되고 보석이 된다.
 
이번 전시에는 1등 못난이면서 아들과 딸 앞에서는 늘 슈퍼맨인 엄마 첫사랑을 고백하면서 수줍음을 감추지 못하는 누나와 오빠 오랜 기다림 끝에 진정한 내 짝을 발견한 중년 커플 등 조금은 부족하고 어떤 면으론 넘치는 못난이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그의 못난이가 화제몰이를 하자 허락 없이 캐릭터를 베끼는 이들이 등장했다고 한다. 이에 김 작가는 8년 전 마르면몬로등 대표 캐릭터의 저작권 등록을 마쳤다.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 추에 주목
 
▲ 대표작 '내가 꽃이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판삼 작가. 임유이 기자
 
앞에서 말했듯 미술은 아름다움을 만드는 분야다. 그렇다면 아름답지 않은 미술작품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오히려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답고 완벽하다면 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뚱뚱함이나 찢어진 눈·낮은 코는 우리 눈에 보이는 선입견일 뿐이다. 아름다움 역시 과거의 발렌도르프의 비너스처럼 한 시대를 거쳐 가는 트렌드일지도 모른다.”
 
그리첸 E. 핸더슨은 더 어글리-()의 문화사에서 추하다는 낙인은 보통의 육체를 사회적 의미를 가진 특이한 것으로 바꾸어 버린다. 이에 대한 반응은 저주와 존경, 조롱과 상업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어느 하나로 정의하기 힘든 수식어 추하다는 관찰되는 것의 특징을 반영하기보다는 관찰하는 사람의 관점을 반영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했다.
 
또한 움베르토 에코는 ()의 역사에서 추함은 아름다움보다 훨씬 다양한 성질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아름다운 코는 일정한 기준을 갖지만 추한 코는 그 모양이 매부리코·납작코·뭉툭한 코·딸기코 등으로 다양하다는 것이다.
 
에코는 예술에서 아름다움과 추함의 구분이 사라져가는 현상에 대해 예술이 흉측한 것들을 묘사하는 것은 아마도 추함을 간과하고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한다.
 
김 작가는 작품을 만드는 만큼 제목을 붙이는 데도 많은 공을 들인다. 제목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작품을 완성한 후 제목을 붙인다. 완성된 작품이 제목에 대한 영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백마가 탄 왕자’ ‘내가 꽃이다’ ‘이제야 찾았구려’ ‘내 인생의 로또등 제목을 작품에 맞춰보면 기가 막히게 잘 들어맞는다. 제목을 보고 나서야 관람객은 비로소 웃음을 터트린다.
 
예술품에 한 발짝 다가가기
 
▲ 전시장 내 '첫사랑' 포토존. 임유이 기자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작품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시각적 감상에만 머물렀던 전통적인 감상법을 탈피해 오감을 만족시키는 방식을 선보인다. 전시장에 첫사랑 포토존을 마련해 대형 못난이 작품을 만지고 안아보는 것은 물론 다정하게 어깨동무하며 사진을 남길 수 있도록 했다.
 
김 작가는 환한 미소와 함박웃음으로 사랑해하트를 보내는 못난이들을 통해 친구와 연인·가족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또한 많이 웃고 가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갤러리 단정은 2022년 북촌한옥마을에 개관한 이래 지역 예술가와 신예 작가를 발굴하는 것은 물론 해외작가 기획전 등 다양한 예술적 실험을 진행해 왔다. 지난해부터는 한국 작가를 해외에 소개하기 위한 행보로 11월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에든버러아트페어 2023'에 참가해 한국 작가 5(한영주·이민·이경주·이민아·정일모)의 작품 63점을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개관 2주년 기념 나눔 전시를 진행, 강병규 작가와 함께 작품 판매액의 20%를 영화 울지마 톤즈이태석신부기념관에 기부금으로 전달했다.
 
미술작가 김판삼
 
전남대학교 미술과 석사 개인전 7뉴욕·서울·광주·목포 등지에서 못난이 시리즈전시 9홍콩아트페어 등 세계 아트페어 11년째 참가 그룹전 120여 회 KBS광주 생생3등 방송 출연 다수 품바 조형관·동부센트레빌·제일건설 오투그렌데·미래엔오피스텔 등에 작품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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