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붓끝에서 피어난 봄… 시집 삽화에 첨단기술 활용 김우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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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다는 것이 봄날’ 삽화 작업
AI 생성 이미지에 리터칭 더해 완성

임유이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07 22:20:37

▲ ‘살아 있다는 것이 봄날’ 삽화에 AI 활용한 김우현 작가. 본인 제공

독특한 시집이 출간됐다. 60세부터 98세의 어르신들의 일상·추억·유머·성찰이 담긴 ‘살아 있다는 것이 봄날’이 그것이다.

이 시집은 제1회 ‘어르신의 재치와 유머- 짧은 시 공모전’의 5800여 편 응모작 중에서 엄선한 100편의 짧은 시를 모은 것이다.

시집에 수록된 시에는 저마다 독특하고 생생한 삽화가 딸려 있다. 이 삽화들은 김우현 작가가 AI(인공지능)를 활용하여 생성된 이미지를 바탕으로 리터칭하여 완성한 것이다. 어떻게 진행한 작업인지 AI 삽화의 특징과 미래성에 대해 김 작가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AI 생성 이미지에 보정 작업 추가

“한 컷당 수십 개의 AI 생성 이미지 중에서 시의 내용·감정·분위기와 가장 잘 어우러지는 이미지를 선별하여 보정 작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시니어들의 생생한 감정을 제대로 살려 내는 것이었다.”

작가는 자칫 차가워질 수 있는 기술적 표현을 따듯하고 진솔하게 담아내기 위해 여러 번의 리터칭 작업을 시도했다. AI를 활용하면 작업이 쉬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단독 작업 못지않은 열과 성이 들어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를 활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AI가 인간의 창의력을 보완하고 확장시키는 도구로서 유익성이 있다. AI를 잘 활용하면 우리가 상상조차 못 했던 새로운 예술 형태와 표현 방식을 탐색할 수 있다.”

한편 김 작가는 AI를 사용하면서도 독창성을 유지하는 것은 전적으로 작가의 창의적인 접근 방식과 해석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어르신들의 인생을 대하는 깊이와 다채로운 감정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수상작 중 ‘봄날’ ‘절친’에서는 존재에 대한 감사를, ‘인생은 희망’에서는 순리의 수용에서 오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시편들은 현재의 순간을 소중히 여기라는 강력한 메시지로 읽혔다.”

그는 어르신의 소중한 감정이 독자에게 온전히 전달될 수 있도록 따뜻한 색조와 부드러운 선을 살리는 데 공을 들였다. 무엇보다 물감의 농담에 신경을 많이 썼다.

실제로 시집의 삽화에선 조금도 기계적인 냄새가 나지 않았으며 실제 붓을 사용한 듯 모든 터치가 자연스러웠다. 수채화의 순수하고 순한 감성이 일체화를 이룬 한 권의 그림책으로 읽히는 것은 그래서였다.

이처럼 AI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만, 최종적으로 작품의 방향성과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작가의 감성과 시각이다. AI가 제안하는 다양한 이미지 중에서 작품의 주제와 감정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요소를 선별하고, 그 위에 해석과 감성을 더해 독창성을 확보하는 일이 작가의 몫으로 남겨지는 것이다.

AI는 시간 아껴주는 편리한 도구

그는 장차 많은 분야에서 예술가와 AI의 협업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협업 과정에서 새로운 형태의 예술적 모델이 등장할 것이다. 어느 한 구간을 특정하여 이뤄지기보다 설계부터 최종적으로 미적 표현의 개선까지 그리고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단계에서 협업이 이뤄질 것이다.”

예술가는 AI를 능동적으로 활용하여 창작에 깊이 개입시키고 AI는 예술가의 아이디어와 비전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하며 시간을 아껴주는 도구로 기능한다는 이야기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협업은 예술의 경계를 넓히는 것은 물론 더욱 복잡하고 다양한 세계관·기법·작품을 생산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다만 김 작가는 AI를 예술에 활용함에 있어 저작권·창작물의 원본성 그리고 인공지능의 사용이 사회적으로 미칠 영향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가 마법 같아 보이지만 그 끝에는 사람이 있다. 사람에 대한 존중과 책임감 그리고 예술의 본질적인 가치에 대한 존중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작가는 예술가가 AI를 활용하는 노하우에 있어 가장 우선시되는 것은 AI에 대해 마음의 벽을 허무는 것이라고 한다.

“AI가 지닌 무한한 가능성의 줄기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정하는 것이라는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AI는 작가의 수많은 자원 중 ‘시간’을 아껴주는 편리한 도구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도구가 달라졌다고 해서 예술적 주체로서 작가의 사상과 가치관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앞으로 AI를 활용한 어떤 작품을 보여줄 계획일까?

“더 흥미로운 업계의 흐름을 만들어 내기 위해 스토리를 지닌 영상 콘텐츠 제작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열심히 시놉시스를 작성하는 중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AI 기술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감동적인 콘텐츠로의 연결이 가능하다.”

예술과 기술의 경계에서 작업하는 사람으로서 젊은 예술가들에게 할 말이 있을 듯하다.

“인식 가능한 모든 것에 대해 끊임없는 호기심과 개방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기술의 발전은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다. 기술의 공세에 두려움을 갖기보다 그것을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예상치 못한 창작의 문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류의 역사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과정이었다. 첨단기술의 시대를 찾아 AI를 경쟁자로 생각해 배척할지, 사이좋은 협력자로서 창작 과정에 수용할지는 전적으로 예술가 본인에게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임유이 기자 ly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