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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석칼럼] 동아일보도 모르는 인촌 김성수 이야기
인촌은 근대 언론·교육·산업 일으킨 거물 중의 거물
8·18 광복 이후엔 누구도 그를 친일파로 보지 않았다
동아일보가 친일파 몰이 北·주사파 음모 앞장서서 깨야
조우석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4-23 06:31:00
  
▲ 조우석 평론가·전 KBS 이사
지난주 동아일보·고려대 설립자인 인촌 김성수(1891~1955)에 대한 건국훈장 서훈 취소 문제를 다뤘던 칼럼은 좀 미진했다지면의 한계 때문이었다무엇보다 12일 왜 대법원은 인촌에 주어진 건국훈장을 취소해 버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손을 들어 줬을까그 결과 행정소송을 냈던 인촌의 후손과 동아일보가 또 망신당했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상식이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은 최종적이며 불가역적인가 하면 꼭 그런 건 아니다재심 청구가 남아 있다 20~30년 뒤 세상 분위기가 바뀌는 걸 전제로 한다친일파 하면 만고역적으로 아는 지금의 분위기가 몽땅 뿌리 뽑혀야 한다는 뜻이다친일파 몰이 뒤에 북한이 있다는 사실 등이 학교 교과서에 두루 나와 그게 상식으로 통하는 멀쩡한 세상 만들기가 우선이다.
 
그걸 목표로 동아일보가 정말 목숨을 건다면 그때 비로소 인촌의 명예 회복도 가능하다더 쉽게 말할까돼지는 왜 키우나잔치상에 한번 올리자는 거 아닐까? 100년이 넘은 동아일보는 왜 발행할까필요할 때 정말 필요한 목소리를 내지르기 위해서다그걸 몽땅 잊은 동아일보는 정말 바보였다.
 
6년 전 문재인이 인촌의 훈장을 취소하는 패악질을 벌일 때 그걸 모른 척 눈감았던 건 윤리냐 비윤리냐를 따지기에 앞서 패륜 행각을 넘어 범죄 행위에 다름 아니었다그래서 오늘 우린 동아일보도 잊고 사는 인촌 이야기를 해야 한다실은 인촌을 친일파로 모는 분위기란 지난 20여 년 사이에 벌어진 현상이다실제로 해방 직후 인촌은 반민특위의 조사 대상도 아니었다.
 
당시 나왔던 책자 ‘친일파 군상에서 인촌은 ‘(친일에부득이 끌려 다닌 자로 분류됐다참고로 그 책자는 백범 김구 산하의 단체에서 만들었다당초엔 김성수의 5세 아래 동생 김연수(1896~1979)가 표적이었다그는 1935년 경성방직 2대 사장 취임 뒤 경방 전성기를 열었던 주인공이다사실 일제 땐 ‘유통엔 화신 박흥식·제조업엔 경방 김연수로 통했다.
 
좌익은 그런 김연수에게 해방 뒤 친일파라는 주홍 글씨를 붙여 매장하려 했다죄목이란 태평양전쟁 때 만주까지 사업 반경을 넓혀 원조 글로벌기업으로 키웠다는 것이다일제 때 숨 쉬고 살았다는 걸 죄로 삼은 꼴이었다저들은 반민특위 때 김연수를 구속했다가 풀어 준 바도 있다. 생각해 보자당대 최고의 기업인 김연수는 총독부와의 협조·협력이 불가피했다.
 
그래서 만주국의 공직을 맡았고 국방 헌금도 했다그 논란에 대한 유권해석에 참조할 명저술이 두 권 있다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주익종 박사의 멋진 책 ‘대군의 척후:일제하 경성방직과 김성수·김연수’(2008)의 경우 “(김연수의 친일 논란은식민지 기업의 태생적 한계요비극적 운명이라고 말했는데 그게 백 번 맞는 소리다.
 
그보다 너른 시야로 쓴 게 미 하버드대 한국학 교수 카터 에커트의 ‘제국의 후예:고창 김씨 가(家)와 한국 자본주의의 식민지 기원 1876~1945’(2008)이다이에 따르면 김성수·김연수 형제는 자신들을 부일(附日협력자와는 크게 구별했다북한의 관변 역사가들도 김성수·김연수 형제를 민족 개량주의자로 분류했다섣부르게 매판 자본가로 분류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어느덧 지금 우린 화신·경방을 예속자본이라 하고박흥식·김연수를 친일 자본가라며 손가락질한다모두가 좌익의 농간에 놀아나고 있다는 뜻이다. 중요한 건 그렇게 동생을 공격하던 불길이 인촌에게 옮겨붙은 게 지난 20여 년의 새 양상이었다생사람 잡는 ‘민족 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 모임 2002년 인촌을 친일파 708명에 덜컥 포함시켰던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대통령직속진상규명위가 2009년 보고서에서 인촌을 친일파에 포함시켰다하지만 누가 뭐래도 인촌은 근·현대사의 신화적 인물이 맞다대한민국 건국 이후의 역할도 동아일보·보성전문·경성방직으로 빛나는 일제시대 업적에 못잖다또 한민당의 오너였지만 그는 늘 ‘당대의 조정자로 처신했다그래서 인촌을 욕하는 이가 거의 없었다.
 
다른 거 다 빼도 단군 이래 최대의 개혁인 농지개혁을 선뜻 받아들인 공로만 해도 인촌의 것이다대한민국 최대의 지주로 유명하던 그가 “농지개혁이란 대세를 따르자고 선언하니 다른 이도 줄줄이 합류했음을 기억해 두자맞다대한민국은 태어나선 안 될 나라란 생각을 이끄는 게 바로 친일파 시비다더구나 저들에게 인촌 죽이기는 썩 좋은 표적이었다.
 
그를 쓰러뜨려 교육은 물론 언론·교육·재계(경방 등 기업활동과 시장경제)까지 한 방에 요절내려고 저들은 저렇게 날뛰는 것이다. 그런데도 지식인입네 하는 이들은 모두 오불관언이고국민은 개돼지처럼 끌려다녀 왔다그 끝에 이화여대 김활란 사건이 있었다이게 2024년 우리의 참담한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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