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가 없다. 4.10 총선 결과 전체도 그렇지만 김활란 막말의 주인공 더블어민주당 김준혁의 당선 역시 곤혹스럽다. 그 못잖게 분노를 유발하는 존재가 바로 이화여자대학교다. 더럽혀질대로 더럽혀진 자기 명예 하나 지킬 줄 모르는 게 그 대학이었나? 당시 방법은 없지 않았다. 수천수만 동문과 재학생이 몰려나와서 민주당사 앞에서 몽땅 드러눕는 것이었다. 아무도 하지 않았다.
탈북인 출신의 김활란장학생인 김다혜 씨 한 명을 빼곤 이화여대 나온 여자들 거의 모두가 눈만 꿈뻑꿈뻑하고 말았다. 더 기가 막히는 건 재학생·졸업생으로 구성됐다는 ‘역사 앞에 당당한 이화를 바라는 이화인 일동’ 10여 명의 반응이다. 그들은 김활란이야말로 공인된 친일 반민족 행위자라며 냉큼 김준혁의 편에 서는 최악의 선택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 대학 73학번이란 한 여성이 1935년생인 자기 이모가 김활란 성상납의 피해자였다는 거짓 주장까지 뻔뻔하게 늘어놓았던 사건도 그 전후에 벌어졌다. 자, 얘기는 지금부터다. 실은 6년 전 거의 똑같은 패륜의 막장 드라마가 이화여대 아닌 고려대와 동아일보를 무대로 벌어졌다는 걸 기억하시는가?
당시 대통령 문재인은 국무회의에서 2018년 2월 동아일보 창업주이자 고려대 설립자인 인촌 김성수에 대한 건국훈장 서훈을 덜컥 취소했다. 그 전 대법원이 인촌은 친일파가 맞다는 확정판결을 내렸고 그 끝에 문재인은 마무리를 했던 것이다. 친일파 몰이의 대미(大尾)였다. 본래 노무현 시절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가 낸 2009년 최종보고서가 화근이었다.
인촌을 친일파 1005명의 한 명으로 분류했던 것이다. 그런 어수선한 와중에 동아일보가 했어야 할 일은 너무도 자명했다. 서훈 취소의 부당성을 알리는 기사와 사설·칼럼으로 지면을 도배했어야 옳았다. 그게 동아일보와 고려대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좌파 정부의 난동에 맞선 현대사 지키기의 핵심이니 명분도 딱 좋았다. 그러나 믿어지시는가?
동아일보는 한 줄 보도도 없이 이내 침묵을 선택했다. 저들은 단 1단짜리 스트레이트 기사 한 줄도 내지 않았다. 여하한 반대 목소리를 내는 대신 조용히 관망만 했다. 이게 뭘 의미할까? 동아는 창업주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것이다. 지금 이화여대가 김활란에 대한 막말 앞에 몸 사리는 것과 놀랍도록 같은 구조다. 그걸 보고 제3자인 내가 6년 전에 놀라서 외쳤다.
동아일보가 이러면 안 되며, 대법원과 문재인의 농간 앞에 공세적인 지면 제작을 하는 게 바른 길이라고 당시 미디어펜 지면에 거푸 칼럼을 썼다. 오늘 다시 묻자. 인촌이 누구던가? 일제하 언론인·교육자요,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분이 아니던가? 당대 최대 지주(地主)로 출발해 근대적 자본가로 몸을 일으켰으니 그 자체로 신화적 인물이다.
동아일보·보성전문(고려대 전신)은 물론 ‘일제시대의 삼성전자’인 경성방직도 일으켰다. 대한민국 건국도 인촌 없인 설명 안 된다. 그가 대한민국 제2대 부통령을 역임했다는 것보다 중요한 건 우남 이승만·해공 신익희와 함께 건국에 이바지한 공로다. 그리고 인촌은 한민당의 오너다. 모두가 잊고 살지만 인촌의 한민당이야말로 지금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민주당 계열 정당의 뿌리다.
그런 인촌 방어에 동아일보와 고려대가 등 돌렸다는 건 ‘대한민국=친일파의 나라’란 좌익 논리에 대한 더러운 굴종에 다름 아니다. 어쨌거나 동아일보는 침묵을 선택했지만 고려대는 더했다. 총학생회는 그해 2018년 3월 캠퍼스 내 인촌 동상 철거를 요구했다. 저들이 내건 현수막엔 ‘우리는 고려대학교에서 당신(인촌)의 흔적을 지우고 싶습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그런 패륜의 끝판왕을 보며 동아일보를 나는 내 마음에서 지웠다. 그런데도 그 신문은 해마다 ‘인촌상(賞)’ 수상자를 선정하는 지면을 꾸민다. 무식한 거야, 위선자인거야? 같은 이유로 나는 고려대를 껍데기만 남은 패륜 대학으로 친다. 그렇게 6년 세월을 건너뛰어 이화여대의 등장은 또 뭔가. 허탈하다. 아니 진이 모두 빠지는 듯하다.
한국 사회를 떠받쳐 온 지식·문화 인프라인 이대·고려대·동아일보 모두가 부모 등에 칼을 꽂은 자식들이 아닌가? 지금이라도 이대가 김준혁의 국회의원 당선 무효를 선언하고 용퇴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선언하면 되겠지만 ‘패륜 이화’가 정말 그렇게 할까? 그들에게 최근 동아일보 소식을 들려드린다.
지난주 12일 대법원은 인촌에 대한 문재인의 서훈 취소는 정당했다며 인촌의 후손이 냈던 행정소송에 최종 패소를 알렸다. 인촌의 증손자인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이 다시 수모를 당한 것이다. 그게 억울한가? 미안하다.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6년 전 문재인의 패악질 앞에서 단 한 번의 항의도 하지 않았던 ‘패륜 동아’의 업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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