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옥 칼럼] 완벽한 균형미 깬 타지마할의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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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옥 논설실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5-27 00:02:40

타지마할은 많은 이들의 버킷리스트에 오르는 인도의 대표적인 유적지다. 단아함과 화려함이 조화를 이뤄 빼어난 건축미를 자랑하는 이곳은 궁전의 모습이지만 실은 죽은 자를 위한 궁전, 즉 무덤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덤으로 불리는 까닭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타지마할에는 아내를 향한 남편의 영원한 사랑의 약속이 새겨져 있다. 이 건축물은 16세기~19세기 중반에 걸쳐 330여 년 동안 인도 반도를 지배했던 무굴 제국의 5대 황제 샤 자한에 의해 건립됐다. 샤 자한이 군림했던 당시 무굴 제국은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이라 불렸을 정도로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샤 자한은 38세에 일찍 세상을 떠난 아내 뭄타즈 마할을 위한 궁전을 짓기 위해 세계의 이름난 건축가들을 불러들이고 궁전 외부와 내부를 장식할 대리석과 보석 등을 사들이는 데 막대한 국가 재정을 투입했다. 샤 자한은 건축에 국력을 낭비한 결과 권력의 쇠퇴기를 겪고 결국 아들에 의해 유배되는 불행한 말년을 견뎌야 했다.

놀라운 것은 이 타지마할 궁전이 뭄타즈 마할이 죽은 1631년에 공사를 시작해서 1653년에 완공됐다는 점이다. 1600년대에 이토록 웅장하면서도 정교한 궁전을 짓는 데 불과 22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많은 인력이 투입됐고 그들이 밤낮없이 노동에 동원됐다는 걸 추측케 한다. 샤 자한 황제의 아내에 대한 열렬한 사랑과 조급한 마음이 읽혀진다. 황제가 이런 건축물이 세상에 또다시 만들어지지 않도록 건축에 동원됐던 인부들의 손목을 잘랐다는 확인되지 않은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한다.

이런 배경 속에서 만들어진 타지마할의 불가사의한 매력은 완벽한 조형미에 있다. 정교하게 계산된 비율과 좌우대칭의 균형감으로 어느 방향에서 봐도 똑같은 모습이다. 심지어는 정원의 나무 배치 하나하나도 대칭과 균형을 이룬다고 한다. 그런데 이 완벽한 균형을 깨뜨리는 부분이 단 한 군데 있으니,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궁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묘석이 놓인 위치다.

물론 처음 타지마할이 건축됐던 당시에는 이 ‘죽음의 궁전’의 주인공인 뭄타즈 마할의 묘석이 묘실의 정가운데 위치해 있었다. 그런데 샤 자한이 죽은 후 그의 관이 아내의 관 곁에 놓이는 바람에 대칭의 균형이 깨지고 말았다. 샤 자한이 이 무덤 궁전을 지으면서 자신이 사후 그토록 사랑했던 아내 뭄타즈 마할 옆에 묻힐 운명임을 예상하지 못한 것일까. 원래는 맞은편에 타지마할과 구름다리로 연결되는 자신의 무덤 궁전을 만들고자 했지만 아들의 반란으로 미완의 계획이 되고 말았다. 대 무굴 제국의 황제인 자신 역시 운명의 장난 앞에선 힘없는 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망각했던 것일까. 그 점이 타지마할의 완벽한 균형미를 깨뜨리는 영원한 ‘실수’로 남게 됐다.

▲ 2018년 11월 인도 타지마할 앞에서 기념촬영 하는 김정숙 여사. 연합뉴스

최근 정치권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방문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 여사는 2018년 11월 인도 타지마할을 방문했다. 그런데 문 전 대통령이 이달 18일 발간된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에서 김 여사의 타지마할 방문을 언급한 것이 논란의 발단이 됐다.

김 여사가 인도를 방문했던 당시에도 영부인이 대통령 전용기를 이용했고 공식 일정에 없던 타지마할을 찾으면서 ‘외유성’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런데 문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이를 두고 “영부인의 첫 단독 외교”라고 서술했고, 이에 여권은 ‘외교가 아닌 관광’이라며 비난을 쏟아 냈다. 국민의힘에서는 “국민 혈세로 관광하고 없는 해외 일정을 만들어 냈다면 이는 명백한 국정 농단”이라며 특별검사 추진 검토를 공식화한 상황이다. 야권에서는 대통령실 등 윗선 개입설을 주장하며 엄호에 나서면서 여당 공세에 대해 “김건희 여사 특검 방탄 물타기”라고 맞서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일각에서 “문 전 대통령이 묘한 시점에 윤석열 대통령을 돕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때마침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 등으로 윤 대통령이 수세에 몰린 시점에 상황을 반전시킬 공을 던져 준 셈이다. 9회말 투아웃 만루에서 데드볼을 던진 투수에게 쏟아질 만한 원성이 민주당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는 관전평이다.

그런 가운데 새삼 눈길을 끄는 사진이 한 장 있다. 김정숙 여사가 타지마할을 배경으로 정 가운데 앉아서 찍은 독사진이다. 일반 관광객 입장이 통제된 가운데 혼자서 타지마할을 다 차지한 듯한 모습이 황제의 앞날을 예견 못 하고 묘실의 정 중앙을 차지한 이 궁전의 주인공 뭄타즈 마할을 떠올리게 한다. 샤 자한이 저지른 치명적 ‘실수’를 문 전 대통령 부부는 피해갈 수 있을까.

박선옥 논설실장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