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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목을 잡아 온 정·군의 비합리적 결탁으로 혁신...'))
17일 업계에 따르면 A드론사 대표는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산 가짜 스펙 조명을 단 동종 B업체의 유사 제품으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A사 드론은 고출력 스피커(100dB 이상)·LED 칩을 접목한 고출력 탐조등(수명 5만 시간)·경량화 통합형 모듈 5만 3000 루멘(lm)· 방송 스피커를 통한 안내 방송 등의 특허를 보유한 드론이다. 문제는 해당 드론이 언론 등을 통해 주목을 받자, B업체에서 베끼기 의혹 드론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해당 드론에 달린 LED는 1만5000 루멘 수준의 밝기임에도 5만 루멘으로 스펙을 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드론산업진흥협회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방산기업은 5000여 개에 달한다. 이들 중 10곳 중 9곳은 중소기업으로 대기업 중심 방산 기업 내에서도 영세 업체들이 군용 납품을 할 수 있는 블루오션으로 주목을 받아 왔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특히 드론 업계에서 군용 드론이 주목을 받으며 민·관·군이 함께하는 형태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지만 A대표의 사례와 같이 싼 값의 중국 부품을 조립해 혁신 제품으로 위조한 후 이를 납품하려는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생태계의 투명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A사 대표는 “B 업체 드론이 우리 것과 완벽히 똑같았는데, LED는 중국산 싸구려 부품을 달아 가격만 낮췄다”며 “디자인·성능까지 완전히 베낀 것이나 다름없다”고 호소했다. A사 C 전무도 “B 업체 드론은 지난해 말에 가짜 스펙 조명이 드러나 국방부 군수기획과 국방 우수상 용품 선정에서 탈락했는데 올해 육군 관련 각종 행사에 버젓이 등장하고 있다”고 본지에 밝혔다.
방산기업 베끼기 몰두… “고유 기술 개발 주력해야”
본지는 가짜스펙이 드러난 제품이 어떻게 군 관련 공개 행사에서 시연 및 전시 기회를 얻을 수 있냐고 관련 군·지자체 공무원들에게 문의했다. 관계자들은 드론을 소개하는 차원에서 행사에 공식 참여했을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해당 드론이 어떻게 선정 과정에 참여했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사단법인 한국 무인기 시스템협회 관계자는 본지에 해당 사례를 두고 비일비재한 일이라고 단언했다. 정책적 제언까지 한 관계자는 “중국산 부품은 가격 경쟁력이 월등히 좋아 사용하지 않고서는 드론 시장 존속도 어려울 것”이라며 “중국산 부품을 쓴 가짜 드론의 관점보다는 미국처럼 가격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독립’ ‘드론 자주’의 관점에서 100% 국내산 부품으로 만들어진 드론을 전략적 관점에서 비축해 놓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드론은 신기술 개발이 어렵지만 기계적 구조는 비교적 간단해 모방이 끊임없이 이뤄지는 분야인 것도 사실”이라며 “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지식재산권 보호 부분을 법률적으로 잘 정비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대기업 등이 공개 입찰 등을 중심으로 ‘투명성’ 위주로 제도개선을 이루어내자 영세·중소 방산기업으로 문제가 옮겨붙는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취재 중 만난 방산 대기업 관계자는 “현행 방산 입찰에서 ‘부정’ ‘불법’ 등의 내용은 우려하지 않을 정도로 투명한 절차적 과정을 밟는 게 맞다”며 “불법이라는 단어를 쓰기는 부적절하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방산 비리 척결은 MB 때부터 이루어졌으니 10년이 넘었다”며 “언론에서 보도했던 부패 공무원과 방산업체 관계자 결탁으로 말미암은 모조품이나 불량품 납품 등은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했다.
중소기업 자정 작용이 필요하다는 방산 무역업체 D 대표는 “국내 제품은 전혀 모르는 입찰 등으로 성능이나 부품 부분에서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문제는 ‘가격’과 ‘양치기’ 중심으로 베끼고 모방하는 데만 혈안이 돼 있는 방산기업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단기간에 빠른 납품을 경쟁적으로 하려는 풍토부터 타개하고 특허나 고유 기술을 개발하는 데 역점을 두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김영인 중앙대 국방 AI대학 교수는 본지에 “미국의 경우도 오픈 소스를 통한 플랫폼으로 무기개발을 하는 경우가 있어 한국처럼 비일 비재한 모방과 베끼기 기술이 일어나지만 정부차원의 정당한 경쟁구도가 보장되기 때문에 전체 산업이 발전하는 방향의 선순환의 구조적 변화가 있다”고 했다. 계속해서 “국내에서는 저가의 시간 싸움 차원에서 말 그대로 ‘생계’의 차원에서 베끼기가 일어나는 게 문제”라며 “정부에서 중소기업 간 정당한 방식으로 경쟁을 하고 기술을 공유할 수 있는 차원의 기술협력의 장을 열어주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밝혔다.
B 업체 측은 8일 본지에 추가 입장을 밝혀왔다. B 업체 측은 “현재 99% 드론이 중국산 부품을 이용하고 있으며 A 업체도 이 부분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B업체는 지난해 국방부 자체 조사를 받았으며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으나 모두 ‘문제 없음’ ‘무혐의’ 처분이 났다. 관련해 본지는 B 업체의 경찰 수사 관련 ‘입건 전 조사 종결’ 서류를 확인했다. 또한 지작사의 물품요구사항서에 기재 된 유·무선 복합 드론 관련 5만 루멘 성능이 충족 된 시험 성적 표를 확인했다. 다만, 이는 국방우수상용품 건과는 별개의 성적표임을 A·B 업체에서 각각 확인했다. 국방부 조사과·육군에 올해 육군 내 B 업체 시연 및 방산전 부스 등에 대해 문의한 후 “B 업체와 국군 간에 어떠한 결탁 혹은 비리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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