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중심 사회구조가 정신건강 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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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군 24.1%… 소득 낮을수록 정신건강 취약
극단적 선택 고민 51.3% 응답… 경쟁 성과 압박

허승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5-07 12:38:36

국민 10명 중 5명은 현재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다. 특히 경쟁과 성과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정신건강 악화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됐다.

7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BK21 건강재난 통합대응 교육연구단이 발표한 ‘2025 정신건강 증진과 위기대비를 위한 일반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회 전반의 정신건강 상태에 대해 응답자의 48.1%가 “좋지 않다”고 답했다. 반면 “좋다”고 응답한 비율은 11.4%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15일부터 21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패널을 통해 진행됐다. 표본 오차는 95%이고 신뢰수준은 ±2.53%포인트다.

정신건강 악화의 원인으로는 △경쟁과 성과를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37.0%) △타인의 시선을 과도하게 의식하는 사회 문화(22.3%)가 가장 많이 지목됐다. 또한 정치·사회·경제적 불안정과 대형 재난 등이 개인의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데 91.1%가 동의했다.

심각한 스트레스와 정신건강 위기를 동시에 경험한 고위험군은 전체 응답자의 24.1%로 집계됐다. 이들은 우울(68.4%가 중간 이상) 울분(평균 2.4점) 삶에 대한 불만족(45.4%) 지표 모두에서 평균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특히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정신건강 지표는 악화됐다. 월 소득 200만 원 미만 집단은 불안(2.4점) 외로움(1.5점)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지난 1년 동안 기존 역할이나 책임 수행이 어려울 정도의 정신건강 위기를 경험한 비율은 전체의 27.3%였다. 이들 중 절반 이상(51.3%)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신건강 위기를 경험한 응답자의 60.6%는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으며 그 이유로 ‘우려와 낙인에 대한 두려움’(41.9%)을 가장 많이 꼽았다.

울분 지표 역시 악화됐다. 심각한 울분(2.5점 이상) 비율은 12.8%, 장기적 울분 상태(1.6점 이상)는 54.9%로 전년도(각각 9.3%, 49.2%) 대비 상승했다. 울분을 촉발하는 정치사회적 사안으로는 △정부 비리·은폐(85.5%) △정치·정당 부패(85.2%) △안전관리 부실 참사(85.1%) 등이 꼽혔다.

정치사회적 불공정성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이었다. “세상은 기본적으로 공정하다”는 진술에 69.5%가 “정의는 언제나 불의를 이긴다”는 진술에 60.1%가 동의하지 않았다. 조사단은 공정성 인식이 낮을수록 울분 점수가 높아지는 경향이 통계적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조사를 총괄한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사회 전체의 정신건강 인식은 악화됐지만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낙인과 편견은 여전하다”며 “문제 인식과 적극적 대응 사이에 큰 간극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유명순 교수는 “사회적 불공정과 부조리가 반복되면서 개인의 무력감과 울분이 심화되는 구조적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호 연구단장은 “감염병·기후위기·경제불안 등 거시적 환경 변화가 국민 정신건강 악화를 부추기고 있다”며 “국가 차원의 정신건강 증진 및 위기 예방 대책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허승아 기자 heos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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