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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치료 목적의 약물 복용을 ‘약물 운전’으로 낙인찍는 사회적 시선에 대해 정신의학계가 깊은 우려를 표하고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한국중독정신의학회는 최근 공황장애 치료를 위해 벤조디아제핀 계열 항불안제를 복용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학회는 “연예인이 운전했다는 이유로 ‘약물 운전’이라는 비난받는 상황은 약물 치료에 대한 편견이 치료 기피와 낙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신질환 치료를 위한 약물 복용은 적절한 의료 행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항불안제 복용이 곧바로 운전 능력 저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벤조디아제핀은 불안장애·공황장애·불면증 등의 치료에 널리 사용되는 약물로 환자의 일상 기능 회복에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다”고 전했다.
초기 복용 시 졸음이나 인지 저하 같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나 정해진 용량과 처방에 따라 복용하면 대부분 신체가 적응하고 부작용 없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학회의 입장이다.
특히 학회는 “정신질환의 존재나 약물 복용 사실이 그 자체로 일상 기능 제한이나 위험 요소로 간주돼서는 안 된다”며 “단순히 약물 성분이 검출됐다는 이유로 운전 능력을 단정하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할 뿐 아니라 불필요한 사회적 낙인을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약물 운전이라는 표현 자체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학회는 “이 표현은 정신질환 치료 중인 사람을 마치 위험한 존재처럼 오인하게 만들며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죄책감과 위축감을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이런 표현은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기피하거나 약물 복용을 중단하게 하는 등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운전 가능 여부는 개별 환자의 복용 약물·용량·병용 약물·정신상태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주치의와 환자의 의학적 판단을 바탕으로 결정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도로교통법이 혈중 알코올 농도처럼 명확한 기준을 정해두고 있는 음주운전과 달리 약물 복용은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오히려 항불안제를 임의로 중단할 경우 불안 증세 재발, 집중력 저하, 자살 충동 등으로 인해 오히려 운전에 더 큰 위험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약물 복용 여부만으로 운전 부적격을 판단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향정신성의약품을 불법 마약과 동일선상에서 보지 않고 의학적 관점에서 구분해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나왔다.
마지막으로 학회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약물 처방과 환자의 일상 기능 유지 사이의 균형을 항상 고민하고 안전한 치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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