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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철 개인전 ‘열두 개의 질문’이 부산 수영구 국제갤러리 부산에서 22일 개막했다.
글 쓰는 조각가로 유명한 안규철(70)은 “미술은 작가는 싶은 말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통로이기도 하지만 관람객이 사색할 수 있도록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고 강조한다.
무위자연(無爲自然)은 자연에 순응하는 삶을 의미한다. 그런데 그의 작품 속 무위자연은 화려한 황금색으로 쓰여 있고 심지어 뒤집혀 있다.
수신제가(修身齊家)는 나를 수양하고 가정을 정돈한다는 뜻이지만 ‘수신제’까지만 적혀 있다. 나머지 ‘가’는 다른 캔버스에 적어 옆에 걸어놨다. 심지어 캔버스의 크기나 글자 높이도 다르다. 질문은 바로 이 ‘정돈되지 않은 구성’에서 시작된다.
작가는 이 두 작품에 대해 “기표(표현된 기호)가 기의(의미하는 내용)를 배반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질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참 고민해야 하는 어렵고 심각한 질문들이지만 그가 질문을 던지는 방법은 웃음이 터질 정도로 기발하다.
‘세 개의 수평선’은 일렁이는 바다의 수평선이 그려진 3개의 회화를 나란히 걸어놨다.
그런데 세 그림 모두 평범한 수평선이 아니다. 첫 번째 그림과 세 번째 그림은 작품을 기울임으로 바다의 수평을 맞췄다. 가운데 그림은 액자를 반듯하게 거는 대신 그림 속 수평선이 기울어져 있다. 가운데 그림 덕분에 세 개의 수평선이 모두 어긋난 듯 보인다.
진실은 어디에 있나? 프레임이 사물의 정체를 결정한다. 프레임 속에 들어가면 멀쩡한 사물이 왜곡되기도 하고 어긋난 사물이 바로 보이기도 한다. 이 수평선에서 요즘 정치 풍경을 떠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두 개의 돌’은 바닥과 유리 진열장에 올려 둔 흑백의 돌을 통해 독자의 가치 평가를 흔들고 있으며, 영상 작품 ‘쓰러지는 의자’는 쓰러지는 의자와 이를 다시 세우려는 작가의 모습을 통해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외국어를 모르는 이에게 글자는 그림이나 마찬가지 ‘외국어로 된 열두 개의 잠언’과 두 개의 의자가 큰 원반 위에서 함께 돌아가지만 각각의 의자도 저마다의 원반 위에서 회전하는 설치 작품 ‘두 개의 의자’도 관객을 고민 속으로 밀어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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