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적 현실과 풍자적 기법을 동원한 판타지 소설 ‘소설가 소판돈의 낙서견문록’이 출간됐다.
저자는 거침없는 입담과 곰삭은 해학으로 한국 문단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소설가 김종광이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굴곡의 세월을 건너온 한국문학의 현주소를 되짚는 동시에 한국적 삶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소설은 가상의 나라 율려국의 인물들, 조직들, 언론, 정치, 문단을 통해 현실 사회의 병리적 징후를 기이하게 비튼다.
허구라는 가면을 쓰고 있지만 내용이 너무나 구체적이기에 독자들은 율려국이 상상의 나라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은유라는 것을 대번에 알아챌 수 있다.
소설의 주인공 소판돈은 작가의 분신, 혹은 문학이라는 행위 자체가 만들어낸 유령에 가깝다. 그는 소설을 통해 △소설이란 대체 무엇인가 △글을 쓰는 나는 무엇을 책임질 수 있는가 △타인의 고통을 기록하는 것이 가능한가 △기록이 고통을 구제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전통적인 플롯, 갈등 구조, 개연성, 인물 서사의 성장을 요구하는 독자라면 이 작품은 불친절하다. 요컨대 ‘소설가 소판돈의 낙서견문록’은 독자를 시험한다. 그러나 이 불친절함은 작가가 의도한 윤리적 거리의 창출이다.
소판돈은 ‘서사를 통한 구원’을 부정하면서도 그 부정을 통해 구원을 갈망한다. 이것은 윤리의 이중 구조이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실존적 질문 앞에서 끝내 아무것도 확신하지 못하는 자의 통렬한 자기성찰적 기록이다. 요컨대 이 작품은 웃기게 쓰였지만 웃을 수만은 없어 더 통렬하고 아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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