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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미 파나마 정부가 운하를 통과해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송유관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3일(현지 시간) 일본 방문 중인 호세 라울 물리노 대통령이 현지 경제인 포럼에서 “국가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전략적 수요 대응을 목표로 한 거대 인프라 플랫폼”이라며, 태평양∼대서양을 연결하는 파이프라인 개발을 공식화했다고 파나마 대통령실이 보도자료로 밝혔다.
일본 주요 언론도 일제히 관심을 보인 가운데 이날 물리노 대통령은 “파나마가 글로벌 경제의 핵심국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라며 “파나마운하의 지속 가능성·경쟁력을 보장할”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일본은 세계 최대 액화석유가스(LPG) 소비국의 하나다. 물리노 대통령 방일과 프로젝트에 여러 일본 기업이 큰 관심을 표명한 상태다. 이 LPG 전용 파이프라인은 파나마 운하의 한계를 극복하고 아시아, 특히 일본으로 향하는 에너지 물류를 강화할 수 있다.
파나마 측에선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리는 침체에도 여전히 전 세계 곳곳에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자금 유치 가능성에 기대가 크다. 리카우르테 바스케스 모랄레스 파나마운하청장은 가스관 건설 단계에서 6500개, 운영 단계에서 9600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파나마 당국은 가스관이 본격 운영에 들어갈 경우 매년 15억 달러(2조800억 원 상당) 수입을 전망했으나, 이날 물리노 대통령은 “부가가치까지 합쳐 27억 달러(3조7000억 원 상당)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파나마 당국에선 올해 중 사업의향서를 받아 자격심사를 진행해 내년 4분기 중 최종 사업자 선정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파나마 대통령실에 따르면 포럼에 참여한 30여곳 일본 기업은 가스관 프로젝트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과 오사카 엑스포 ‘파나마의 날’ 기념식 일정도 있다. 3월 로이터에선 파나마 운하 당국이 일본처럼 LPG 소비가 많은 아시아 국가들을 프로젝트 주요 고객으로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으며, 4월 파나마 운하 이사회가 파이프라인 입찰 절차를 승인한 소식도 전해졌다.
1914년 개통된 파나마 운하는 대서양~태평양 연결고리로 세계무역의 한 상징이었으나 물자와 선박의 크기·수량, 가뭄으로 선박 통과 제한을 일으킨 수위 문제 등의 한계가 드러났다. 이번 프로젝트는 운하 완공(1914) 이래 최초의 대륙횡단 에너지 회랑이란 점에서 제2 운하 건설에 비유된다. 파나마로선 운하국가를 넘어 에너지 허브로의 대변신을 꾀할 수 있다. 에너지 물류 다극화이자 파나마가 미국 의존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자협력의 장에 진출하겠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중동~호르무즈 해협~아시아 노선이 세계 에너지 공급의 핵심축이었으나, 파나마 송유관 프로젝트가 성사된다면 미국만 연안의 LPG·셰일가스를 아시아로 운반할 새로운 직통 공급망이 구축된다. 동북아시아 에너지 안보 또한 새 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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