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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공적 관리 기구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최근 몇 년간 홍보·협찬비 지출을 급격히 늘리고도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하지 않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반복적으로 문제를 지적했음에도 제도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공공 성격의 자금이 사적으로 사용되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는 비판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이 2일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협회의 지난해 홍보·협찬비 지출액은 4억1110만 원으로 2021년 7510만 원보다 5.5배 늘었다.
지출은 2022년 2억6800만 원, 2023년 3억9840만 원으로 매년 증가했고 특히 추가열 회장 취임 이후 급격히 확대됐다. 이는 협회의 지출 구조가 특정 시점을 기점으로 크게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업무 점검에서는 집행 과정 전반에서 관리 부실이 다수 확인됐다. 협회는 지원 금액이 적다는 이유로 증빙 서류를 제대로 구비하지 않았고 정산 절차를 생략한 사례도 반복됐다. 일부는 음악 산업과 무관한 친목 모임 회식비를 협찬 명목으로 지원하거나 특정 개인에게 직접 금전이 지급되는 등 목적 외 사용도 드러났다.
문체부는 2021년, 2023년, 2024년 세 차례에 걸쳐 “필요성 검토나 정산 절차 없이 협찬비를 집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으나 협회는 이를 시정하지 않았다. 현행 제도상 행정지도가 권고 수준에 머물러 있어 협회의 집행 행태를 실질적으로 제어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도 드러났다.
저작권협회는 음악 창작자와 이용자 간 권리 조정과 저작권료 징수·배분이라는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특수법인이다. 저작권료는 창작 활동과 산업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재원으로 운용의 투명성과 책임성 확보는 법적 의무에 가깝다. 그러나 이번 감사 결과는 일부 예산이 회원 개인 지원이나 사적 모임에 사용되는 등 공공 목적에서 벗어나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국회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회계 문제로 보지 않고 제도적 공백 문제로 규정하고 있다. 협회의 운영이 공적 성격을 지닌 만큼 단순한 행정지도만으로는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협찬비 집행의 사전 승인 절차 도입, 증빙 서류 제출 의무 강화, 외부 회계감사 의무화, 정기적인 집행 보고서 공개 등 제도적 보완 필요성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박정하 의원은 “협찬비가 사업 목적을 벗어나 개인에게 돌아가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문체부가 실질적인 감독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관련 법과 제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안은 문화예술계 공공기관 전반의 재정 운용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최근 협찬비나 보조금이 불투명하게 집행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국회와 정부는 공공 재원 집행 기준을 강화하는 입법 논의에 착수했다. 공공 자금이 사적 이익으로 전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관리·감독 체계의 법제화, 외부 감시 강화, 운영위원회 독립성 확보 등이 논의되고 있다.
저작권협회 사례는 이러한 제도 개선 논의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향후 문체부의 감독 권한 확대, 내부 통제 구조 개편, 외부 감사 제도 강화 등이 정책 과제로 본격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문제를 계기로 공공 자금 관리 체계 전반을 재정비하고 음악 산업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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