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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 연구로 유명한 동물학자·환경운동가 제인 구달 박사가 1일(현지 시간) 세상을 떠났다. 향년 91세. 제인구달연구소는 이날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연구소 설립자인 구달 박사가 미국 강연 투어 차 캘리포니아에 머물던 중 자연적 요인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이 공지에선 “동물학자로서 그녀의 발견이 과학에 혁명을 일으켰으며 우리 자연계 보호와 복원을 지침 없이 옹호”한 점을 강조했다.
1934년 영국 런던 태생으로 본머스에서 성장한 구달은 어린 시절 ‘타잔’ ‘둘리틀 박사 이야기’ 등 아동문학의 고전을 읽으며 동물에 대한 열정을 키웠다고 알려져 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대학 진학을 못하고 런던에서 비서로 일하던 구달은 한 친구의 초대로 1957년 케냐를 방문했다가 인생 역전의 기회를 마련한다. 그곳에서 만난 저명 고인류학자 루이스 리키(1903~1972)의 권고로 영장류 연구에 입문한 것이다.
탄자니아 서쪽 곰베 지역에서 야생 침팬지 연구를 시작한 구달은 인간 고유의 특성으로 여겨졌던 도구 제조·사용이 야생 침팬지에게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이를 1964년 네이처지에 발표해 학계의 파장이 일었다. 호모 파베르(도구의 인간) 학설을 뒤엎는 주장이었다. 기존 연구가 포획 상태의 침팬지 대상이었던 반면, 구달은 장기간 야생 침팬지를 관찰한 방식을 통해 동물행동학의 선구자가 됐다. 이후 1975년 케임브리지대에서 동물행동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내셔널지오그래픽 방송 등을 통해 세계적 명성과 ‘침팬지의 어머니’ 별칭을 얻었다. 학사 학위 없이 들어간 박사 과정 중 학사·석사를 동시에 마친 이례적 기록도 보유한다.
한편 구달은 침팬지 서식지가 사라지는 문제를 해결해야만 침팬지를 보호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며 환경운동도 이끌었다. 1977년 본인 이름을 딴 비영리기구 연구소 설립 이래 연평균 300일 세계 각국을 방문하면서 현지 당국·지역사회와 만나 자연 보전을 위한 인간의 변화를 호소하는 행보가 나이 구순이 되도록 계속됐다. 1991년엔 어린이를 환경운동가로 성장시키는 프로그램 ‘뿌리와 새싹’을 출범시켰다. 탄자니아 어린이 10여 명으로 출발한 이 프로그램에 현재 100여 개국 10만 명이 함께한다.
저서엔 베스트셀러가 된 ‘희망의 이유: 자연과의 우정, 희망 그리고 깨달음의 여정’과 여러 아동용 서적 등 30여 권이 있다. 생전의 구달은 지구 회복력을 의심치 않았다. “희망이 있다. 우리 손에 달렸다. 가능한 한 가벼운 생태학적 발자국을 남기라”는 발언도 자주 회자된다. 구달의 철자 Goodall엔 좋은 집(거처·거주자)의 어원이 있으며 모든 게 좋다, 모두에게 좋다는 의미로도 들려 더욱 대중적 친근미를 더했다.
1964년 네덜란드 사진작가 휘호 판 라빅과 결혼해 아들을 1명 뒀지만 1974년 이혼했다. 어린 아들이 동물을 흉내내는 ‘모즐리 증후군’을 보이며 불거진 부부 불화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모즐리 증후군이란 인간과의 소통 능력을 못 키우는 현상으로, 영국 작가 러디어드 키플링의 정글북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을 딴 것이다. 1975년 재혼한 탄자니아 국립공원 관리자 데릭 브라이스슨과는 1980년 사별했다.
명성이 워낙 대단해 본인 전문 영역을 벗어난 주제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특히 한국인의 개고기 문화를 강하게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엄격한 채식주의자인 그녀는 “돼지고기만큼 개고기 식용도 나쁘다”며 식용 개 사육장 폐지를 촉구하는 동영상까지 남겼다. 구달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과학자로서의 기준’과 ‘활동가로서의 역할’ 사이 긴장 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2013년엔 표절 의혹이 일자 ‘혼란스러운 필기 방식’과 ‘과도한 일정 때문에 제대로 출처를 남기지 못했다’고 해명하면서 책(희망의 씨앗)을 수정해 재출간한 바 있다. 학계 일각에선 구달의 일부 주장이 과학적 근거보다 ‘의견 중심’이라며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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