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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이 추진되면서, 양국이 연이어 신호를 주고받고 있다. 통상과 안보 현안이 동시에 걸려 있는 이번 회담은 ‘관세 전쟁’의 돌파구가 될지, 한반도 외교 지형에 새로운 파고를 일으킬지 주목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일(현지 시간) 미국 국무부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명의로 중국 국경절 76주년을 축하하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미국이 예년보다 늦지 않게 메시지를 낸 것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긴장 완화를 모색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지난해에는 긴장 국면을 반영하듯 10월3일에야 축하 성명이 발표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4주 후 시진핑 주석과 만나 대두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협상을 이유로 대두 구매를 중단해 미국 농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관세로 벌어들인 돈으로 농민을 돕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 시점은 31일~11월1일 경주 APEC 정상회의 일정과 맞물린다.
중국은 올해 들어 미국산 대두 수입을 사실상 전면 중단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 650만t을 계약했으나 올해는 단 한 건도 체결하지 않았다. 올해 7월까지 중국의 미국 대두 구매량은 전년 대비 51% 줄었고, 미국 전체 대두 수출도 23% 감소했다. 최대 수입국이었던 중국이 브라질 등 남미로 수입선을 돌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인 미 중서부 농가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은 13년 만의 동시 방한이기도 하다. 패권 경쟁의 한복판에서 마주하는 이번 회담은 한반도를 세계 외교전의 중심 무대로 끌어올리고 있다.
장소 선정 과정에서도 신경전이 이어졌다. 당초 서울 내 호텔이 검토됐으나 양국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시 주석 숙소로 거론되던 신라호텔 예약이 취소됐다. 결국 역사성과 상징성을 갖춘 경주가 회담지로 확정 수순에 들어가면서, 경주 APEC 회담이 미·중 담판의 무대가 될 전망이다.
의제 조율도 팽팽하다.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와 일정한 거리를 두도록 압박하고 있으며, 중국은 타이완 문제에서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려 한다. 셰펑 주미 중국대사는 “타이완 문제는 미·중 관계의 정치적 기반과 직결된다”며 “잘못 다루면 갈등과 대립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미국 내에서는 틱톡(TikTok) 문제가 회담 핵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 투자자에게 과반 지분을 넘기고 바이트댄스는 20% 미만으로 제한하는 구조 개편안을 추진했지만, 중국 측이 이를 수용할 기미는 없다. 미국은 틱톡을 단순한 앱이 아니라 재정·선전·안보가 얽힌 사안으로 간주한다.
한국 역시 이번 회담에서 이해당사자다. 한국은 미·중 모두와 교역 의존도가 높아 관세 협상 결과가 경제에 직·간접적으로 파급될 수밖에 없다. 타이완 문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안보 현안에서는 미국 동맹과 실용 외교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외교가는 “이번 회담은 근본적 합의보다는 긴장 관리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며 “APEC과 G20을 앞둔 탐색전 성격이 강하지만, 미·중 정상이 동시에 한반도에 등장하는 사실만으로도 외교적 상징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애덤 새빗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중국 담당 국장은 이날 KBS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번 경주 미·중 정상회담에 대해 “합의보다는 긴장 관리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 양측 모두 합의할 동기가 크지 않다”며 “시 주석은 시간을 끄는 것이 유리하다고 보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산업 정책을 믿고 있어 서로 ‘시간은 내 편’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통상 분야와 관련해 새빗 국장은 “관세 문제는 미·중 무역 갈등의 핵심이지만 이번 회담에서 타결되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틱톡 문제가 협상의 중심 의제로 부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 투자자 과반 지분 참여를 전제로 한 구조 개편안을 내놨지만 중국 측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안보 현안과 관련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을 통해 러시아와 거리를 두게 만들려 하겠지만, 북한 비핵화는 이번 회담의 의제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과 러시아에 기댈 수 있다고 판단하는 만큼 협상 유인이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한국과 관련해서도 조언을 덧붙였다. 새빗 국장은 “한국은 미국 내 투자를 강조하는 전략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며 “삼성·현대차 등 한국 기업이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텍사스 등 남부 주에 투자한 사실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협상 과정에서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시 주석이 회담에서 타이완 문제를 우선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며 “남중국해 역시 복잡한 갈등 요인으로 남아 있어 미·중 간 전략적 긴장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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