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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조기업들의 경영실적 전망이 코로나19 유행 시기보다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와 수요 위축이 이어지는 가운데 원자재·인건비 상승, 기업 부담 법안 등 각종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기업들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20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제조기업 2275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기업 경영실적 전망 및 애로요인 조사’ 결과, 전체 응답 기업의 75%가 올해 영업이익이 연초 설정한 목표에 미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된 2020년 조사 때보다 높은 수준이다. 목표 수준을 달성할 것으로 본 기업은 20.4%, 초과 달성할 것이라는 응답은 4.6%에 불과했다.
영업이익 실적이 부진한 탓에 영업수지도 적신호가 켜졌다. 올해 적자를 예상한 기업은 32.1%로 흑자를 전망한 기업(27.0%)보다 많았다. 지난해 흑자에서 올해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응답한 기업(7.1%)은 반대로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본 기업(3.1%)의 두 배를 넘었다.
올해 제조업은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 비용 상승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내수는 소비 회복이 지연되고, 건설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통계상으로도 소매판매는 1분기 –0.3%에서 2분기 0%, 7~8월 1%에 그쳤고, 건설기성 역시 1분기 –21.2%에서 7~8월 –15.9%로 여전히 마이너스다. 수출 또한 반도체를 제외하면 올해 1~9월 누적 기준 전년 대비 1.5% 감소했다.
기업들이 꼽은 주요 경영상 애로사항은 원자재가 상승(42.5%)과 인건비 상승(30.4%)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관세 증가(8.9%), 이자 등 금융비용(8.0%)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구리·알루미늄 등 비철금속 가격이 오르며 생산원가가 높아졌고, 근로자 1인당 임금총액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통상임금 범위 확대 등 인건비 부담 요인까지 더해지며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법·제도적 부담 역시 여전하다. 기업의 절반 이상(50.5%)이 올해 법·제도 부담이 ‘변화 없다’고 답했지만, ‘부담이 가중됐다’는 응답도 44.3%에 달했다. 반면 ‘부담이 감소했다’는 응답은 5.2%에 불과했다. 지역 경기 상황에 대해서도 ‘악화됐다’(49.4%)는 응답이 ‘변화 없다’(40.9%)보다 높았다.
정기국회 입법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사안은 ‘법인세 인상 등 기업비용 증가’(50.5%)였다. 상법·공정거래법 등 ‘기업제도 규제 강화’(40.6%), ‘노사관계 부담 증대’(38.6%)를 지적한 응답도 많았다. ‘입지 규제·환경 규제 강화’(21.6%)와 ‘정년연장 등 고용 부담’(13.5%)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한상의는 이처럼 기업 실적 기대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입법과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법인세 인상, 포괄임금제 금지 등 부담을 키우는 입법은 신중해야 하며, 원자재가와 관세 부담이 큰 상황에서 추가적인 행정비용이 더해지면 투자 위축과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한상의는 “상법, 노조법 개정 등 잇따른 기업규제 법안 통과가 기업 심리를 위축시켜 경기 회복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자사주 소각 의무화,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등 규제보다는 예측 가능한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산업별 맞춤형 ‘투트랙 지원전략’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는 세액 공제와 보조금 등 과감한 지원이, 철강·석유화학 등 위기산업에는 특별법 제정을 통한 기간산업 회복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국내외 정치·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관세 부담과 내수 침체, 비용 상승 등 복합 리스크를 동시에 감내하고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정부와 국회가 입법을 통해 기업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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