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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을 둘러싼 노동계와 이커머스·택배업계의 공방이 뜨겁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택배노조가 지난달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 회의에서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이른바 ‘초심야 배송’ 금지를 제안하자, 이에 반발하는 업계·소비자·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모두가 강조하는 ’노동자의 건강권’과 ‘소비자 편익’ 뒤에는 또 다른 갈등의 축이 존재한다. 업계에서는 “새벽배송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쿠팡이 만든 저단가·고강도 노동구조가 논란의 진짜 본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기반으로 새벽배송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배송 단가는 업계 최저 수준이다. 물류업계에 따르면 쿠팡의 야간 배송 단가는 개당 900원 안팎으로 다른 업체들의 2000원대 대비 절반 이하다. 배송 수익 증가를 위해서는 더 많은 물량을 처리해야 하는 구조로, 노동 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쿠팡 새벽배송 기사 A씨는 “일이 힘든 것보다 단가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며 “지금은 투잡·쓰리잡이 기본이 될 정도”라고 토로했다. 쿠팡 배송기사 노동실태 조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난다. 지난해 대비 배송 물량은 늘었지만 실질 소득은 2% 감소했다. 다회전 배송을 반복하며 오전 7시 이전 배송을 맞추지 못하면 구역 회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현장 노동자뿐 아니라 소상공인들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새벽배송 금지는 온라인 판로를 막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식자재 공급이 끊기면 요식업·정육업 등 수많은 업종이 직접 타격을 받는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새벽배송에 의존해 영업을 준비하는 소상공인들은 이미 200만 개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택배노조는 과로사 예방을 위해 일정 수준 배송시간 제한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노동계 전반의 의견도 일치하지 않는다. 한국노총은 “노동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방식은 부적절하다”며 선을 그었고, 쿠팡의 직고용 기사들로 구성된 쿠팡노조는 “쿠팡이 단가 현실화 없이 ‘새벽배송 논란’을 외면하고 있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커머스 업계는 새벽배송 금지 대신 “시장의 왜곡을 일으키고 있는 쿠팡의 배송 단가 체계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저단가로 물량을 흡수해 노동자들의 생계를 위협하면서 논란이 확산된 것”이라며 “새벽배송 전면 금지는 시대착오적이며 중국계 플랫폼에만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새벽배송 금지가 산업 전체에 미칠 피해도 컸다. 한국로지스틱스학회는 서비스가 중단될 경우 연간 약 54조3000억 원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중 이커머스 매출 감소는 33조2000억 원, 소상공인 매출 감소는 18조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을 전면 금지할 게 아니라, 근본 원인이 된 쿠팡의 저단가 구조를 손보는 것이 우선”이라며 “배송 단가를 현실화하고 품목과 물량을 조율하며 자동화 설비를 확대하면, 노동 강도와 수익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비자 편익과 노동자 권익을 동시에 지킬 수 있는 해법이 있다면, 성급한 규제를 논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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