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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1심 선고 후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것을 두고 검찰 내부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대검의 지휘는 존중하지만, 중앙지검의 의견은 달랐다”며 9일 사의를 밝혔다. 대검의 지휘권을 따르되 의견 불일치를 명확히 하겠다는 입장으로, 검찰 내부의 ‘수사라인 반발’이 현실화했다는 평가다.
정 지검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대검의 지휘권은 따라야 하고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중앙지검의 의견을 설득했지만 관철시키지 못했다”며 “대검의 지시는 수용하지만, 중앙지검의 의견이 달랐음을 명확히 하고 이번 상황에 책임을 지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8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 등 민간업자들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이들은 배임 등 혐의로 기소돼 각각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 등도 징역 4~6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했으나, 검찰은 항소를 포기했다.
형사소송법상 항소 제기는 선고일로부터 7일 내 가능하며, 검찰이 항소하지 않으면 항소심에서 형량을 높일 수 없게 된다. 구형량보다 낮은 형이 선고된 사건에서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결정이다.
검찰 내부에 따르면 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미 항소 결재까지 마쳤으나, 대검이 막판에 항소 불허 방침을 통보하면서 방향이 뒤바뀌었다. 대검은 법무부 의견을 반영해 항소를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정성호 장관과 이진수 차관이 “일부 피고인이 구형량 이상의 형을 받았고, 판결에 중대한 법리 오판이 없다”며 항소에 부정적 입장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검이 최종적으로 ‘항소 불허’를 지시했고, 정 지검장은 선고 7일째인 8일 자정 직전 수사팀에 ‘항소 포기’ 방침을 전달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항소장 제출 시한이 임박하도록 공식 지시 없이 기다리게 하다가 자정 무렵 전례 없는 항소 금지 지시가 내려왔다”며 “항소장 제출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됐다”고 반발했다.
이 같은 사태가 확산하자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이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진화에 나섰다. 노 대행은 “대장동 사건은 일선청의 보고와 법무부 의견을 참고한 뒤 판결 취지와 항소 기준, 사건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이는 검찰총장 대행으로서 숙고 끝에 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내린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양한 우려와 의견이 있음을 잘 알고 있으나, 조직 구성원들이 이런 점을 헤아려 달라”며 “공소유지에 힘써 온 일선 검사들에게 감사드리고, 어려운 결정을 함께 고민해 준 정 지검장께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 지검장이 곧바로 “중앙지검의 의견이 달랐다”는 입장을 재차 내며 내부 균열은 오히려 더 커졌다. 검찰 일각에서는 “정 지검장의 사의 표명은 대검 지휘체계에 대한 우회적 항의이자, 법무부의 정치적 개입에 대한 메시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이번 사건은 이재명 대통령이 피의자로 기소됐던 ‘대장동 특혜 의혹’과 직결된 사안으로,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배경에 정치적 판단이 개입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 내부망에는 “항소 필요 판단을 번복하게 된 경위를 대검과 법무부가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강백신 부산고검 검사 역시 “이번 결정의 경위와 법무부의 역할을 국민에게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정 지검장은 지난 7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된 인물이다. 취임 4개월 만에 사의를 밝힌 그는 “검찰의 지휘체계는 존중하지만, 현장 의견이 무시된 상황에 책임을 지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정 지검장의 사퇴가 향후 지휘라인 집단 반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검이 정치적 판단에 휘둘렸다는 비판이 확산될 경우, 항소 포기 논란은 단순한 내부 이견을 넘어 검찰 독립성과 지휘체계의 균열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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