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2022년 3월 회식 때 ...'))
성추행 가해자도 싫었지만 화해를 종용하는 농협도 싫었다. 진상조사도 없었고 징계 조치도 없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농협에서 일하고 싶었다”던 농협 성추행 사건 피해여성(29)은 갑질과 은근한 따돌림이 벌어졌던 농협을 지옥으로 여겼다.
▲재판에서 이겼는데 왜 회사를 그만뒀나?
=농협에서 2차 가해가 이어졌다. 휴직하고 있었는데 (성희롱 피해보상)재판에서 이겼어도(10월 16일) 회사가 지옥 같아서 다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11월 9일에 회사를 그만뒀다.
▲휴직은 왜 했나?
=소송에서 이긴 뒤 승소했다는 사실을 꼭 회사에 알리고 싶었다. 그러나 회사를 그만두면 농협 홈페이지에 접근할 권한이 없어진다. 그래서 퇴사하지 않고 휴직했다. 사람들에게 내가 겪은 끔찍한 일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앞으론 직장 생활을 하고 싶지 않다. 너무 괴로워서 다시는 직장생활을 하고 싶지 않다.
▲성추행은 어떻게 이뤄졌나?
=가해자 최모 본부장은 입장농협에서 파견을 온 3급 센터장(총괄 본부장)이었다. 파견 기간이 2년이라길래 참으면 가해자가 입장농협으로 돌아갈 줄 알고 참았다. 그런데 가해자가 근무기간 연장을 신청해서 계속 함께 근무할 수밖에 없었다.
제가 노동청에 신고하자 가해자가 비로소 입장농협으로 갔다. 노동청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시키라고 지시했다고 들었다. 가해자는 입장농협에서도 징계를 받지 않았다고 들었다.
▲당시 심정이 어땠나?
=올해로 직장생활이 6년째다. 다른 회사에서는 그런 일(성추행)을 겪지 못했는데 농협에 와서 처음 겪었다. 당시를 생각하면 힘들다. 2차 가해도 너무 힘들었다. 성추행 신고는 내가 아닌 동료가 해줬다.
2차 가해는 이랬다. 예를 들면 결재를 반려한다든지 띄어쓰기로 트집을 잡았다. 결재를 안 해주려고 여러가지 핑계를 댔다. 당시 왜 가해자가 이렇게 떳떳한지 궁금했다.
▲소송에서 이겼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이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성희롱은 확실히 인정됐지만 다른 부분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에서 인정받는 게 엄청 까다롭더라. 유죄 판결에도 항소를 고민했지만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포기했다. 그동안 고민하고 괴로워했던 시간이 아깝다.
▲가해자는 어떻게 성추행 했나?
=입으로 “좆나 예쁘다”라고 말하면서 치마 속에 손을 넣어서 허벅지를 만졌다. 이런 언행은 사실 약간 순화해서 하는 말이고 더 심한 말과 행동도 있다.
동료 여직원에게 도와달라고 했다. 휴대전화에 동료 이름을 아빠라고 적었고, 1분 간격으로 계속 전화해달라고 부탁했다. 동료가 전화해준 덕분에 아빠가 근처에 온 것처럼 가해자를 속여서 겨우 따돌렸다.
▲성추행 피해자는 혼자였나?
=아니다. 많았다. 다른 동료 여직원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마치 다른 여직원에게도 엉덩이를 건드리는 등의 행위를 했고 너에게 해도 된다는 식의 태도였다. 습관적으로 여직원에게 나쁜 짓을 했다.
▲농협이 가해자를 징계했나?
=천안시농협조합은 파견직이라서 징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제가 징계 처리가 제대로 됐냐고 묻자 개인의 사생활이라서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신고한 사람에게 말도 안 해주면 어쩌자는 건지?
▲성추행 사실이 드러난 뒤 농협은 어떤 입장이었나?
=회사에서는 네가 신고하면 모든 사람이 다 알게 된다고 말했다. 협박이나 다름이 없었다. 당시 계약직 사원이었는데 정규직 시험을 봐야 하지 않느냐고도 말했다. 정규직이 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암시에 걱정이 됐다. 사과를 직접 받고 싶었는데 가해자가 부모님께는 사과했지만 제게 사과하진 않았다.
▲가해자가 뭐라고 말했나?
=제가 그 분에게 카톡을 보냈다. 너무 기분이 나빴다고. 구체적으로 성추행을 적시해서 이야기하자 그는 “술 먹어서” “내가 그랬어?” “기억이 안 나” “미안해 쏘리”라고 말했다. 반 장난처럼 말해서 읽고 화났다.
농협이 1:1로 만나라고 해서 만났더니 사과는 하지 않고 부모님께 잘 말해달라고만 했다. 일 잘한다고 시장상 받고 우수직원이 됐는데 너무 속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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