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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대한민국 여성복지 사각지대(下-다문화가정)
사랑하는 자식 때문에…욕하고 때려도 ‘속만 끙끙’
한국인 남편과 이혼 즉시 불법체류자 전락…사회적 안전망 마련 시급
배태용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5-23 00:25:44
 
▲ 상당수 다문화 가정 이주 여성들이 자녀의 교육비 부담 때문에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그들이 설 곳은 파출부·공장·식당종업원 등 사람들이 기피하는 업종 밖에 없는 실정이다. 사진은 자녀를 돌보고 있는 다문화 가정 이주 여성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배수람·나수완·배태용 기자] 한국사회의 보편적인 가정형태로 서서히 자리잡아가고 있는 다문화가정 내 외국인 이주여성들의 인권유린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폭력에 노출되는가 하면 취업 등에서도 차별받으며 생계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녀교육면에서도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갖은 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2015년 실시된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국내 다문화가정 인구수는 88만8000명으로 전체가구의 1.7%를 차지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다문화가정은 해마다 증가해 오는 2050년이면 216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했다.
 
공장·파출부 전전 이주여성들…이혼 땐 곧장 불법체류자 전락
 
중국 국적의 화교 출신인 진선화(36·여) 씨는 지난 2010년 결혼해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후 슬하에 두 딸을 둔 8년차 주부다. 자녀들이 유치원에 가기 시작하면서 남편의 소득으로만 아이들 교육비를 충당하는 데 한계가 있어 얼마 전부터 가사도우미 일을 하고 있다.
 
진 씨는 “아이들이 자라면서 1인당 월 70만원씩 총 140만원의 고정 지출이 생겼는데 태권도·피아노학원을 보내려면 한 달에 1인당 100만원 안팎은 필요하다”며 “중국인 엄마를 둔 탓에 다른 아이들보다 학습력이 다소 더디다는 말을 듣고 교육비마저 아끼면 더 뒤처질까봐 상당히 신경 쓰는 편이다”고 파출부 일을 시작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그녀는 처음부터 가사도우미 일을 원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방인인 그녀가 택할 수 있는 일자리는 제한돼 있었다. 그녀는 “가사도우미 일은 고될뿐더러 일급도 6만원 안팎에 불과해 다른 일을 하고자 했다”며 “하지만 중국에서 온 나에게 선택지는 많지 않았고 아이들을 위해 돈을 벌기 위해선 모두가 기피하는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가정 내에서도 이주여성들의 고충은 컸다. 특히 부부관계에서 어쩔 수 없는 갑(甲)·을(乙)관계가 형성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개인차에 의한 상하관계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그런 환경이 조성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었다. 자녀가 있더라도 이혼과 동시에 국적이 박탈되기 때문이다. 자녀를 남겨둔 채 고국으로 돌아가거나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처지다.
 
전문가들은 가정폭력 등에 노출된다 하더라도 이주여성들이 주변에 피해를 호소하기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다문화가족 종합정보 전화센터 ‘다누리콜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이주여성들의 가정폭력 상담건수는 총 1만2000여건으로 전체 상담의 8.3%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상담을 요청한 여성들 비중이 폭력에 노출된 전체 이주여성들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캄보디아에서 온 보파(24·여·가명) 씨는 결혼과 동시에 우리나라에 왔다. 하지만 술만 마시면 언성을 높이고 보이는대로 물건을 집어 던지는 남편 탓에 이혼을 모색했지만 끝내 마음을 접었다. 본국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결혼과 동시에 우리나라에서 일을 하며 가족들에게 송금을 해야 하는 처지에서 이혼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보파 씨는 “이혼 후 비자 연장을 위해선 남편의 폭행이 귀책사유임을 법원으로부터 인정받아야 하는데 절차가 복잡하고 내 힘으로 증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더라”며 “이대로 이혼해버리면 본국의 가족뿐 아니라 사랑하는 딸도 만날 수가 없게 돼 아이를 보면서 참고 살아가는 중이다”고 털어놨다.
 
이혼 후 불법체류자가 된 케이스도 있었다. 태국에서 온 메이(26·여·가명) 씨는 가정에 충실하지 않는다며 별안간 남편으로부터 이혼을 통보받았다. 그녀는 “갑작스레 이혼하고 현재는 비자가 만료돼 병원조차 가지 못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저임금 중노동에 시달리며 한국생활을 이어 온 그녀는 조만간 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 다수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혼한 이주여성들이 불법체류자 신세가 되면서 착취나 다름없는 돈벌이에 시달리다 결국 화류계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 다문화가정이 느는 속도에 비해 이주여성들을 위한 인권적 보장이 뒷받침하지 못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대응전략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진은 한국에 거주 중인 이주여성들 ⓒ스카이데일리
 
아동·청소년 전문상담치료를 지원하는 경북 김천의 굿지원센터 방효진 치료사는 지역 내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접하면서 그들의 우울한 가정사 등도 함께 알게 됐다고 한다. 방 치료사는 “이혼한 이주여성들의 경우 불법체류자 신분이 되면서 착취나 다름없는 돈벌이에 내몰리게 된다”며 “그러다 돈벌이를 위해 화류계로 빠지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구조적 시스템의 한계…“외국인 이혼女 생계유지 위해 싼 값에 화류계로”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사회 구조적 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했다. 다문화가정이 느는 속도에 비해 이주여성들을 위한 인권적 보장이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의미였다. 자녀가 있더라도 이혼 시 불법체류자로 전락하고 홀로 생계를 꾸릴 수 없는 일자리만을 가질 수 있는 현실에서 보다 현실적인 대응전략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주여성들을 단순히 사회적 약자로만 대할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이들이 자연스레 녹아들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누리콜센터 등을 중심으로 제공되는 도움은 일시적인 방편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이주여성 스스로 독립심을 기를 수 있는 전문적인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허오영숙 센터장은 “이주여성들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지 않도록 글로벌 시대와 다문화 시대의 트렌드에 맞춰 교육·제도적인 부분에서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홍익대학교 국제경영학과 전춘화 교수는 “이주 여성들이 한국 사회에 동화돼 위상이 올라 갈 때 일자리·가정폭력 등의 문제가 줄어든다”며 “정부가 이주여성이 한국인들과 함께 무언가를 함께하며 동화될 수 있게끔 하는 프로그램 만들고 글로벌 시대에 맞춰 이주여성들도 자국민의 문화를 한국인들에게 교육하는 프로그램 개발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태용 기자 / 판단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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