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최종판결 또 연기…길어지는 LG·SK 배터리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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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0일로 6주 더 연기…ITC 결정 놓고 “이례적”
소송 장기화·여론 피로도 가중…양사 합의 가능성 증대

오창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10-27 13:05:32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판결을 오는 12월로 또다시 연기했다. 양사 간 소송 결과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신중히 결정하기 위해 미국 대선 이후로 미뤘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소송이 장기화하면서 양사가 합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미국 ITC는 현지시간으로 26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판결을 12월 10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ITC는 지난 5일 예정됐던 최종판결을 이날로 연기한 바 있다. 그러나 ITC는 이날 최종판결을 6주 더 늦추기로 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모두 우리 시간으로 27일 오전 4시쯤 ITC의 공지를 통해 최종판결 재연기 사실을 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판결이 연기된 배경이나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은 “판결 연기와 관계없이 소송에 충실하고 정정당당하게 임하겠다”며 “다만 소송 장기화에 따른 불확싱성을 없앨 수 있도록 양사가 현명히 판단해 조속히 분쟁을 종료하고 사업 본연에 매진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LG화학도 내부 논의를 거쳐 곧 입장문을 낼 예정이다. 다만 LG화학은 ITC의 예비판결이 뒤집히지 않을 것이라며 판결 재연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미국 ITC가 최종판결을 두 차례에 걸쳐 두 달 넘게 미루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지난 2월 ITC의 예비판결에서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결론을 내렸다. 그동안 예비판결이 뒤집힌 전례는 없었기 때문에 LG화학이 승소할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ITC가 LG화학의 손을 들어주지 않고 두 차례나 최종판결을 연기한 것은 두 회사 간 소송을 심도 있게 고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미국 내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이 엇갈리는데다 최근 미국 대선과 맞물려 정치적인 논란으로 번지면서 ITC가 부담을 느낀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미국 언론에서 ITC가 SK이노베이션에 패소 판결을 한다는 전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놨다.

일각에서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SK이노베이션을 옹호하는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해 대선 전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는 ITC의 최종판결을 사실상 무효화하는 것으로 SK이노베이션이 기대하는 시나리오 중 하나로 알려졌다.

그러나 반대 입장에선 준사법기관인 ITC가 두 회사 간 소송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최종판결을 대선 이후로 미뤘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최종판결이 6주 간 연기되면서 미국 ITC가 추가 검토를 진행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이에 △ LG 승소로 판결하되 미국 내 공익·경제성 평가를 통해 SK 수입금지 조치를 별도로 정하거나 △ SK 조기패소를 전면 재검토 하는 ‘수정’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이번 최종판결 재연기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 장기화에 따른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두 회사가 다시 합의를 진행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업계는 SK이노베이션이 합의에 더욱 적극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이날 SK이노베이션의 패소 결정이 났다면 ITC에 공탁금을 걸고 대통령 거부권 행사 결정 전까지 60일 간 수입금지 조치 효력을 중단하며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그러나 최종판결이 재연기되며 거부권 카드는 사실상 불발됐다. 또 이후 연방법원에 항소하더라도 결과가 나올 때까진 수입금지 조치를 적용받기 때문에 소송전을 피하는 것이 SK이노베이션에 훨씬 유리한 상황이다.

LG화학도 이전보다는 합의에 조금 더 문을 열어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배터리 사업 부문을 분할키로 결정한데 이어 전기차 화재 논란으로 투자금 유치와 불확실성 해소가 필요한 상황에서 배터리 소송이 장기화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서다.

양사 모두 지출하고 있는 막대한 소송 비용과 법적 공방에 따른 여론 피로도 등도 합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ITC의 최종판결 재연기로 불확실성이 가중한 만큼 양사가 12월 전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다시 본격적으로 논의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오창영 기자 cy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