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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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고유 명절 ‘설’에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이어진다. 이번 설에는 직계가족임에도 5명 이상 모여서는 안 된다. 코로나 창궐 1년, 감염병은 우리의 생활을 송두리 째 바꿔놓으면서 명절 문화도 바꿔놓았다. 1년 전만해도 어르신·조상님께 송구스러워 상상할 수 없었던 비대면 랜선 문안과 성묘, 드라이브스루 성묘 등 서비스들이 주목된다.
1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설 연휴에도 5인 이상 집합금지는 유지된다며 연휴 기간에 귀성, 여향 등을 통한 지역 간 이동이 증가하고 평소 만나지 않던 가족·친척·지인과의 식사와 다과, 음주 등 동반 모임은 감염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마음은 간절하겠지만, 가족과 이웃 건강·안전을 위해 귀성·친지방문·여행·사적 모임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당국은, 전 세계적으로 변이바이러스가 확인된 국가가 늘어나고 국내 유입사례도 꾸준히 증가하는 등 위험요인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기민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정세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은 “4일간의 연휴 동안 각 지자체에서 여가시설 중심으로 방역수칙 점검과 홍보를 강화해줄 것을 주문한다”고 밝혔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1434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시대 설 연휴’에 대해 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63.4%)이 설 연휴동안 귀향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 조사 결과인 35%의 2배 수준이다. 그 이유로는 ‘코로나로 이동 및 친지가 모이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항목이 65.9%로 가장 많았다.
비대면·VR 성묘·문안 ‘인기’…불효자는 웁니다 옛말 “불효자는 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명절문화까지 모습을 바꿔놓았다. 이제는 유교적 문화로 절대 굽히지 않을 것 같던 종손들이 나서 추석엔 고향에 오지 말라며 일일이 전화를 돌리기도 한다고. 좋든 싫든 이미 세상은 비대면으로 바뀌었다. 우스갯소리로 요즘은 불효자는 우는 것이 아닌 ‘불효자는 옵니다’ 라는 농담도 익히 들린다.
올 명절은 보건복지부 장사정보시스템 ‘e하늘’에서 온라인 추모·성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전국 추모시설을 검색해 설정한 뒤, 영정사진과 고인 이름을 등록할 수 있다. 고인이 생전에 좋아하던 음식들로 상차림을 직접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고 헌화와 분향도 가능하다. 추모글과 음성이나 동영상도 게재가 가능하다.
사진첩 코너에서 생전에 찍어두었던 추억을 감상할 수 있으며 가족이나 친지에게 SNS로 공유할 수도 있다. 장사시설을 이용하는 고인의 현재 안치모습을 공유할 수도 있다. 다만 안치사진 제공 서비스를 운영하는 장사시설에 한해 사전신청으로 가능하다.
인천가족공원은 VR을 이용한 추모서비스도 제공한다. 명절마다 찾아갔던 공원 입구부터 안치된 장소까지 직접 걸어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VR로 안치된 장소까지 도착하면, 사전예약을 신청했을 경우 납골함 정면 사진을 메인에 띄울 수도 있다. 차례상에 밥과 국, 수저 등을 올려놓을 수 있고 헌화도 가능하다.
저번 추석에는 헌화까지만 가능했으나, 이번 설에는 사진과 동영상을 지인·가족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코너를 신설했다. 10일 기준, 3182건이 접수됐으며 이 모든 과정이 ‘무료’다.
울산 남구 정토사는 사찰에 모신 200여 명을 합동차례·제사 등을 대리 진행한다. 특히 이를 유튜브로 생중계하면서 실시간으로 채팅창을 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묘를 직접 찾아가 관리까지 해주는 ‘대리성묘’도 주목된다. 수목원이나 묘지관리인에게 관리를 맡기고 대신 성묘도 해주는 것. 업체들은 관리가 된 묘의 사진 뿐 아니라, 성묘과정까지 영상이나 사진으로 담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거나 개인에게 보내주기도 한다.
이손요양병원, 아크릴 아닌 비닐 차단막 “손 끝 닿는 느낌 살려”…영상통화 단말기 도입도
울산 이손요양병원은 코로나 때문에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어르신의 면회를 최대한 생동감 있도록 서비스를 준비했다. 통상 방역에 신경 쓴 면회실은 아크릴 재질의 차단막을 사용하지만,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소통이 어려운 단점이 있다. 이손요양병원 측은 손 촉감이라도 서로 느낄 수 있도록 ‘비닐’로 차단막을 제작했다.
병원 측은 지난 6일부터 이 비대면 면회를 진행하고 있다. 하루 40팀 정도의 면회가 가능하다. 이손요양병원 관계자는 “면회를 원하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최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사실 코로나가 직면한 동안에는 직원들도 명절에 부모님 보는 것을 포기한 상태다”고 말했다.
병원은 지난해 추석 때에도 ‘드라이브스루 문안’을 선보였다. 요양병원에 찾아오는 가족들이 차에서 내리지 않고 명절음식을 내려놓고 갈 수 있었다. 다만 어르신을 직접 뵙지는 못하고 건물 창문으로만 확인할 수 있는 단점이 있었다. 이밖에도 영상통화가 불가능한 환자들을 위해 영상통화 단말기를 원내에 배치하는 등 세심함도 보였다.
아이들의 눈을 커다랗게 만들 ‘세뱃돈+덕담’도 랜선으로 활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SK텔레콤 ‘미더스’앱이나 카카오톡 ‘라이브톡’, 페이스톡, Zoom 등 앱을 활용해 그룹 영상통화로 차례나 세배를 드리고 모바일 페이로 세뱃돈과 용돈 등을 주고받을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A씨는 “매번 명절마다 차가 막혀, 차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는데 비대면으로 문안을 드리니 편하다. 직접 뵙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겠다”며 “명절 음식도 때마다 부르는 것이 값이고 구하기 어려울 때도 많았다”고 전했다.
A씨는 “좋든 싫든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은 일상이 됐다. 인류가 코로나를 이겨내는 과정에서 명절문화도 디지털 접목 환경으로 확 바뀔 것 같다”며 “코로나가 잠식될 때 까지는 개인방역이 중요한 만큼 디지털 환경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과태료 줄테니 시댁 와라”…방역 역주행 사례 잇따라, 명절 직전 추모공원 ‘인산인해’
이처럼 모두가 비대면과 랜선, 온라인 명절 준비를 하고 있는 가운데, 방역에 역주행하는 사례가 들려오고 있다. 맘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연장에도 불구하고 ‘오지말라’는 말이 없다며 고민하는 글들이 게재됐다. 심지어 과태료를 내줄테니 시댁에 오라는 사연도 있었다.
비대면·VR성묘나 문안도 마찬가지다. 명절기간 중에는 비대면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폐쇄되기 직전에 인파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인천가족공원에는 명절 직전 주에 많은 사람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차들이 꽉 막혀 움직이지도 못할 지경이었다고.
경남의 한 추모공원 관계자는 “지난 추석에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묘 근처에 잠깐 차를 대놓고 보다가 가는 ‘드라이빙 성묘’라도 진행했는데, 차량관리가 원활하지 않았다”며 “특정 기간에 공원을 폐쇄하더라도 기간만 조정하면 될 문제다”고 꼬집었다.
대체로 공원들이 방역에는 신경 쓰고 있지만 비대면이 완벽하게 접목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비대면 성묘에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대면 성묘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최훈 장승백이공인중계사사무소 대표는 “인천가족공원에 가보니, 명절 전에 모인 사람들이 많았다. 대체로 차량들이 관리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며 “특히 입구에 꽃집에는 차가 거의 꼼짝 못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번 명절 인구 이동량에 따른 확산추이를 우려하고 있다. 4차 대유행을 대비하고 있는 방역당국으로서는 확산세를 잡을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중요한 이벤트임에는 틀림없다. 수차례 대유행을 겪어온 국민들이 얼마나 개인방역에 주의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한솔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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