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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지 동물 중 유일한 상상의 동물인 용은 오래전부터 위엄있고 당당한 모습으로 표현되어 왔다. 용은 재앙을 물리치는 강력한 존재이자 신령한 힘을 지닌 동물로 왕이나 권력을 상징했다. 음양오행에서 청룡은 동쪽을 지키는 수호자로서 강력한 힘을 지녔다고 전한다.
정월 초 궁궐이나 관청 대문에 붙인 용 그림은 한 해 동안 액운을 막아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다가오는 갑진년, 청룡의 해를 맞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용 관련 그림·조각·도자기·공예품 등 유물 15건을 내년 4월7일까지 공개한다.
허리띠 고리·고분벽화·범종 속의 용
평안남도 대동군 석암리 9호 무덤에서 출토된 용무늬 허리띠 고리(정식 명칭은 국보 ‘평양 석암리 금제 띠고리’)에서는 총 7마리의 금빛용을 찾을 수 있다. 금판을 두들겨 허리띠 고리를 만든 뒤, 표면을 금 알갱이 수천 개와 금실로 장식한 이 허리띠 고리는 낙랑 시대 유물 중 최고로 꼽힌다.
고구려 고분 강서대묘의 ‘청룡도’는 널방 동쪽 벽에 그려진 그림으로, 동서남북에서 죽은 자를 지키는 사신(四神)의 전통을 엿볼 수 있다.
고려시대 청동 범종은 용 한 마리가 오른쪽 앞발로 바닥을 딛고 왼쪽 앞발을 치켜든 채 꿈틀대는 모습을 역동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통일신라 종의 용 장식은 두 발과 입을 종에 딱 붙인 모습이지만 고려시대가 되면 용이 머리를 치켜들고 앞발을 들어 올리며 더 역동적인 모습이 된다.
용포·국새 손잡이·화첩·항아리 용
권력의 중심, 왕을 상징하는 물건에도 용은 어김없이 등장한다. 왕이 입는 옷에는 금실로 용 무늬를 수놓았고, 허리띠도 용으로 장식했다.
1897년 제작된 국새 ‘칙명지보’는 손잡이를 거북이에서 용으로 바꿔 대한제국 황제의 권위를 드러내려 했다.
상서로운 용의 모습은 그림과 도자기에서도 만날 수 있다.
2층 서화관에서는 바다에서 나온 용이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모습을 담은 그림부터 정월 초 호랑이 그림과 함께 문에 붙였던 용 그림 등이 전시돼 있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 회장 유족이 기증한 ‘고사인물화보첩’에 담긴 ‘용과 봉황을 탄 선인’ 그림은 밤하늘을 나는 황룡과 봉황을 묘사하고 있다.
이 밖에도 흰색 용이 몸을 틀며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담은 청자 상감 항아리, 백자의 흰 면에 푸른색으로 용 두 마리를 그려낸 항아리 등이 눈여겨볼 만하다.
QR 코드를 활용하면 각 전시품의 위치와 목록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각 전시품 옆에 있는 QR 코드를 찍으면 세부적인 모습이나 보이지 않는 뒷면, 비교할 만한 다른 작품, 컴퓨터단층촬영 사진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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