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택 칼럼] 아! 품격 있는 정치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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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18 00:02:40

정치인·국회의원에 대한 혐오가 크다. 하지만 정치는 공기와 물 같아서 우리네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정화해야 할 과제가 있을 뿐이다.

관건은 국민 삶을 제대로 보살필 수 있는 인물을 얼마나 잘 선정하느냐이다. 전문성·성실성·도덕성이 담보되는 인물이 나서야 한다. 사람이 학력·경력·외모·언변 등 겉은 화려해도 속은 모를 일이다. 그래서 ‘명심보감’은 “호랑이를 그리면서 그 가죽은 그릴 수 있어도 뼈는 그리기 어렵고, 사람을 아는 데 그 얼굴은 알아도 마음은 알 수 없다.(畵虎畵皮難畵骨知人知面不知心)”고 했던 것이다.

22대 총선을 겨냥한 공천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여야는 정치 선진화를 화두로 삼고 ‘공천 개혁’을 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지만 ‘공수표’가 적잖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종 논란에 휩싸인 총선 후보들에 대한 공천을 전격 취소했다. 후보들에 대한 사전 검증에 실패한 양당은 논란이 드러나고도 이를 뭉개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공천을 번복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목발 경품’ 발언으로 논란이 된 후보를, 국민의힘은 ‘난교를 즐긴다‘ ‘5·18 폄훼’ 논란이 제기된 후보에 대한 공천을 취소했다.

여기에 이런저런 설화를 일으킨 후보들도 뒤늦게 해명하고 있지만 국민 정서에 맞지 않긴 매한가지다. 이들의 발언 논란이 남은 총선 기간 내내 중도층 확장에 악재로 작용할 게 불 보듯 훤하다.

선진 정치를 위한 정치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민주주의 기본정신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민초는 나약하지만 강하고, 순수하지만 권력자보다 오히려 더 지혜롭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천이 요청되는 이유다.

이런 당위에도 애초의 쇄신 공천 약속은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특히 민주당 중심으로 만들어진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반미·종북 등 진보 세력의 국회 입성 통로로 활용되고 있어 여간 큰 우려를 낳고 있는 게 아니다.

이 상황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도덕성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다. 박용진 의원 사례에서 보듯 이재명 대표에게 잠재적으로 위협이 될 경쟁자를 제거하는 ‘방탄 공천’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 모든 책임이 이 대표에게 있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시스템 공천임을 내세우지만 비공식 회의체를 통한 ‘사천(私薦) 논란’과 여론조사기관 선정 의혹 등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이 대표는 대장동 관련 자신과 측근을 변론한 변호사들을 공천했다. 대장동 변호사들의 공천은 막말을 이유로 공천이 취소된 후보자와 도긴개긴이다. 친명(친 이재명) 공천을 뛰어넘어 ‘대장동 변호사 공천’이라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대장동 변호사들이 국회의원이 되면 개인으로부터 받던 변호사비를 국민 세금으로 주게 된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대장동 변호사들이 국회에 입성하게 되면 겉으로는 검찰개혁·사법개혁을 외치며 국회의원 지위를 이용해 검찰과 사법부의 공정한 재판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연성이 농후하다.

이 대표 개인의 사법 리스크 방어에 대한 보상과 부담을 덜기 위한 수단으로 의심되는 이번 대장동 변호사들의 공천은 희대의 기괴한 사천으로 기록될 것이다. 특정인과 그 측근을 위한 변호사들을 집단적으로 공천했기에 국민이 민주당의 공천 자체를 불신케 한다. 70여 년 역사의 민주당 정체성을 ‘개딸’ 같은 저급한 팬덤에 의지하는 이 대표가 한 번에 지우고 있는 셈이다.

21대 국회에서 이 대표는 자신의 범죄 혐의 방탄을 위해 소속 정당 의원들을 이용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나온 미약한 내부 비판마저도 허용하기 싫어서 22대 국회를 앞두고 아예 방탄 전용 의원에게 꽃길을 보장해 주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선진정치 구현은 공천을 비롯해 정치를 투명하게 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부정한 방법으로 당권을 행사하고 잇속을 챙기는 것은 정치 부패의 또 다른 이면이다. 사익을 위한 권력 향유에만 급급해 하는 정당과 정치인에게 미래를 맡길 수 없다. 그것은 후진 정치의 전형(典型)이다. 정치개혁의 첫 단추인 공천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22대 국회도 아집·당략·발목잡기 등의 구태가 반복될 게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