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사태’에 유가·수출길 우려… “일단은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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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부처 곳곳서 비상대책회의… “사태 악화 시 수출길 악영향”
수출 비상대책반 운영… “수출길·유가 모두 당장은 영향 제한적”
“이란, 국제 원유 생산 비중 4%… 이스라엘도 주요 산유국 아냐”

김기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15 14:12:33

이란의 이스라엘 무력 공격 사태로 국내 에너지 가격 및 수출길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가 진화에 나섰다.

송명달 해양수산부 차관은 15일 한국해운빌딩에서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에 따른 해상 수출입 물류 영향 점검 회의를 주재하고 수출입 물류 비상대응반을 호르무즈 해협 등 중동 타 지역까지 확대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란은 13~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향해 300기의 자폭 드론과 탄도·순항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는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이란 혁명수비대(IRGC) 고위 지휘관을 제거한 데 따른 무력 보복이다.

중동발 위기가 고조되자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응책을 논의하고자 긴급 경제·안보 회의를 주재했다. 윤 대통령은 범정부 차원의 국제 유가·에너지 수급 및 공급망 관련 분석·관리 시스템을 밀도 있게 가동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해수부는 물론 산업부·금융당국 등은 국내 영향에 대해 선제적인 모니터링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이 국제 원유 가격·물류·공급망 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이날 관련 업계 및 경제단체·담당 공기업과 점검에 나선 바 있다.

이날 강경성 산업부 1차관은 “현재까지 우리 물품의 선적·인도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어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이번 사태가 우리 기업들의 물류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무역보험공사·한국무역협회 등과 함께 구성한 민관합동 ‘수출 비상대책반’을 중심으로 시나리오별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을 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도 이날 오전 김주현 금융위원장 주재로 긴급시장점검회의를 개최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분쟁 당사국에 대한 국내 금융회사의 익스포저가 크지 않고 금융권의 외화 조달 여건도 양호하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출길뿐 아니라 우리나라는 원유의 중동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이란과 이스라엘의 확전으로 석유 등 에너지 수급에 영향이 있을 거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올해 들어 수입 원유 중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에 달한다.

수급 불안과 더불어 국제유가 상승 우려도 번지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은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만큼 세계 경제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 15일 오전 기준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0.31% 하락한 배럴당 90.17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중질유 (WTI) 선물은 0.44% 하락한 배럴당 85.2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중동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국제유가는 다소 하락한 모습이지만 이란 공격 이후 이스라엘이 보복에 나설 경우 국제유가 급등도 점쳐지고 있다.

다만 이스라엘이 주요 산유국이 아닌 만큼 영향이 크지 않을 거라는 신중론도 있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수석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316만b/d(하루당 배럴)로 글로벌 생산의 4%이며 이스라엘은 주요 산유국이 아니다”라며 “제4차 중동전쟁과 달리 사우디 등 주요 아랍 산유국들의 참전 가능성도 낮아 공급 차질 우려도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김기찬 기자 gc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