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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당이 20일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목표인 과반 의석수 유지에 실패했다. 자민당과 연립 파트너인 공명당은 작년 10월 중의원 선거(총선)에 이어 이번 선거도 참패함으로써 중의원·참의원 모두 여소야대가 됐다. 국정 동력 약화 위기 속에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정치권이 ‘국난’으로 규정한 미·일 관세협상 등 과제를 언급하며 총리직 고수 방침을 밝혔으나 퇴진 압박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번 선거로 결정된 여당 의석은 자민당·공명당 각각 39석·8석이다(비례 1석이 근소한 표차로 인해 재검표 중).
비례대표는 열린명부식으로 정당별 득표에 따라 의석이 할당된 뒤 각 정당 내 개인 득표 순으로 당선자가 결정된다. 이번 선거 성적은 자민당·공명당 연립정권 출범 이래 역대 최소였던 46석을 약간 웃돌며, 자민당 독자 의석으로는 2007년 제1차 아베신조 내각 시절의 37석을 조금 넘긴 수치다. 3년마다 정원 248명의 절반인 124명을 새로 뽑는 참의원 선거에서 이번에 총 125명이 선출됐다. 여당이 과반(125석) 유지에 필요한 새 의석수는 50석인데 이번 선거 대상 이외 의석수(자민당 62석·공명당 13석)를 합쳐도 총 122석에 불과하다. 중의원·참의원 모두 과반을 못 지킨 것은 1955년 자민당 창립 이후 최초다.
자민당은 승부처인 지역구 32곳에서 14승18패를 기록했다. 2022년 선거 때 28승을 거둔 것과 대조적이며 비례대표 12석도 역대 최저 수준이다. 공명당 또한 2007년 이후 지역구에서 패하긴 처음이다. 자민당과 공명당은 2012년 민주당으로부터 정권을 탈환한 이후 작년 총선 이전까지 과반 의석을 점유하며 안정적 기반을 구축했으나 이번 선거로 자민당 독주가 끝났다고 분석된다. 쌀값 급등 등 고물가, 교착 상태의 관세 협상, ‘일본인 우선’을 강조한 참정당 돌풍 등이 여당 참패 원인으로 거론된다.
2020년 3월 생긴 참정당은 이번 선거에서 태풍의 눈이라고 불렸을 만큼 화제몰이를 했다. 30∼40대 자민당 지지층을 흡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작년 총선 때 ‘실수령액 증가’를 내걸어 약진한 자국중심주의 제3야당이 참정당과 국민민주당인데 기존 의석 1~2석·9석이던 이들은 이번에 각각 14석·17석을 차지했다. 이념정당 아닌 민생 정당을 자처해 온 일본공산당의 경우 기존 7석에서 3석으로 줄었다. 이는 참정당 급부상이 보여준 일본 민심의 우경화 흐름과 무관치 않다. 다무라 도코모 공산당 위원장이 “외국인을 적대시하고 배척하는 조류”를 꼬집으며 “단호하게 맞서겠다”고 했으나 결과는 의석수 반토막이었다.
참정당은 서민 근로 대중의 삶 개선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미국우선주의의 도널드 트럼프나 서유럽 자국 중심주의와 통한다. 참정당이 앞서 내세운 새 일본 헌법의 초안 1조·9조에 담긴 내용도 눈길을 끈다. 일본을 “천황(일왕의 일본 내 호칭)이 다스리는 군민(君民)일체의 국가”로 한 것, “교육칙어 등 역대 조칙(임금의 대국민 명령)을 교육에서 존중할 것” 등의 제언은 천황제 기반의 옛 일본과 어떻게 다른지 더 설명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수십년 전으로의 회귀가 아니라며 차별성을 내세우고 있으나 지켜볼 일이다. 정강(政綱) 등의 손질은 향후 과제일 것이다.
참정당은 헌법 제9조(전쟁 포기 조항)를 ‘자위대의 헌법적 명기’를 통해 국방군으로의 정비할 것, “전쟁 포기” 조항 역시 현실에 맞게 수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며, 입헌군주제를 분명히 하면서도 천황을 문화·정신적 구심점으로 헌법에 명확히 규정하자고 주장한다. 과거 교육칙어에 나오던 가족중심 윤리, 성(性)역할 분담 등 전통 및 공동체 가치의 재현을 말하고 있으며 전후 미국식 민주주의를 통해 도입된 ‘개인 중심의 자유민주주의’에 대해선 비판적이다.
참정당 유세장 연단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실질 임금이 줄어든다는 평범한 유권자들 호소가 이어졌다. 현 대표인 가미야 소헤이(47) 의원은 대학 졸업 후 고교 세계사·영어 교사를 하다 2007년 오사카부 스이타 시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입문한 인물이다. 참정당 비례대표로 2022년 당선되면서 중앙 정계에 진입하기 전엔 자민당으로 중의원에 출마했다가 낙선(2012)한 후 유튜브 등을 통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게 규합한 힘이 참정당 창립으로 이어진다.
가미야 의원은 선거전 공식 개시일인 3일 “싼 노동력이라 해서 외국인을 자꾸 끌어들이면 일본인 임금이 안 오른다”며 자국민 저소득층에 외국인 노동자가 주는 악영향을 강조했다. 한편 작년 기준 45.8%인 국민부담률(국내총생산에서 세금과 각종 사회보험 부담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35%로 낮추고 적자 국채를 발행해 재정을 운영할 것임을 다짐했다. ‘외국인 부동산 매입 제한’ ‘비숙련·단순 노동자 수용 규제’ ‘외국인 생활보호·지원 중단’ ‘영주권 취득 요건 강화’ 등 참정당 공약은 ‘배외주의’라기보다 달라진 환경에 따른 자국민 보호 노력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중국발(發) 이주자들 때문에 몸살을 앓게 된 일본 사회로선 당연한 조치이며 이런 노력이 없다면 오히려 국가의 업무 태만이라고 지적되기도 한다. 국민민주당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는 “집값이나 집세 상승 원인 중 하나가 해외 부유층의 부동산 구입 증가”라며 “외국인 부동산 구입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사회보험 가입실태 조사 및 운용 적정화, 외국인 토지 취득 규제 등이 국민민주당 공약에 들어 있다. 이들 신생 정당 인기는 독일 ‘독일대안당’(AfD)이나 프랑스 ‘국민전선’의 위상에 해당한다. 일본 선거에서 외국인 정책이 이렇게 주목받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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