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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영화관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스크린을 점령하고 있는 작품들의 흐름을 보면 IP(지식재산권을 갖는 저작물)를 기반으로 하는 2차 창작물이 주를 이루는 양상이다.
올 7월 개봉작만 보더라도 ‘괴기열차’ ‘전지적 독자 시점’ ‘좀비딸’ ‘파인: 촌뜨기들’ 등 인기 웹툰·웹소설 기반 IP 콘텐츠가 극장을 장악했고 OTT에서도 ‘84제곱미터’ ‘S라인’ 같은 IP 드라마가 잇따라 공개됐다.
IP의 활용은 이미 검증된 팬덤을 기반으로 흥행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산업적 속도 경쟁과 맞물려 빠른 각색·상영의 구조가 일반화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종종 원작 훼손 논란이나 싱크로율 논쟁이 불거진다는 점이다. 팬덤은 원작과의 완벽한 일치를 요구하고 조금만 다른 해석이 들어가면 곧바로 거센 비판이 뒤따른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지점이 있다. 바로 2차 창작물 역시 새로운 창작이라는 사실이다.
원작이 존재한다 해도 영화나 드라마는 영상 언어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영상이란 매체를 통해 재탄생한다. 그러므로 인물의 감정선과 세계관의 해석, 서사의 전개 방식이 원작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 차이를 단순히 훼손으로 볼 게 아니라 확장과 재해석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인정해야 한다.
실제로 원작을 과감히 변주해 성공을 거둔 사례가 많다. 원작과 다른 캐릭터 설정이나 결말을 통해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오히려 원작의 매력이 다시 조명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창작자가 자기 언어로 세계를 다시 풀어낸 결과이자 원작이 가진 가능성을 더 넓은 층위로 확장한 성과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파인: 촌뜨기들’은 각색을 통해 새로운 매력을 더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원작의 큰 줄거리는 유지하되, 원작에선 미처 다루지 못한 세부 사항과 인물 간 관계가 보강됐고 어두운 분위기의 원작과 달리 블랙 코미디적 요소가 더해지면서 작품의 개성이 강화됐다. 결말 또한 촬영 과정에서 배우들의 연기와 캐릭터의 성장에 따라 원작과는 다른 방향으로 재구성되었는데 이는 오히려 서사의 완성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 작품은 원작을 존중하면서도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인물의 동선과 감정선에 맞춘 변화를 통해 드라마만의 독자적 해석을 제시했다. 그 결과 원작 팬층과 새로운 관객 모두에게 호응을 얻으며 IP 기반의 작품도 자유로운 각색과 변주를 거칠 때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창작의 자유를 제약하는 과도한 싱크로율 요구나 팬덤 중심의 논란은 결국 창작 생태계를 위축시킨다. 콘텐츠 시장이 진정으로 성숙하려면 원작에 대한 충실함과 더불어 각색의 자유로움 또한 존중되어야 한다. 오리지널 창작이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듯, 2차 창작 역시 새로운 실험과 해석을 담는 하나의 창작 행위다.
결국 중요한 것은 원작과의 동일성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가 하는 점이다. 콘텐츠는 단순히 원작의 그림자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원작을 바탕으로 또 다른 빛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우리가 존중해야 할 것은 원작의 신성불가침성이 아니라 그것을 새롭게 재구성하려는 창작자의 시도다.
좋은 작품은 원작이 있는가의 여부와 상관없이 결국 새로운 시선을 담을 때 오래 기억된다. 그리고 그 새로운 시선은 오직 창작의 자유가 보장될 때만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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