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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조가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이 난항을 겪자 또다시 파업을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작년도 순이익에 대한 성과급 지급, 정년 연장과 주 4.5일제를 도입 등 과도한 주장을 하고 있다.
잘 알다시피 미국발 관세 여파로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현대차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 어려운 시기에 노조는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 1·2차 조정 회의를 거친 뒤 25일 파업 찬반 투표를 통해 파업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자동차 업계의 현실을 보자. 한국과 미국은 대미 수출품 전반에 대한 상호관세와 자동차 품목 관세를 각각 15%로 조정하기로 7월31일 합의했다. 우리 수출업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자동차 등 한국 상품은 무관세 혜택을 받아 그동안 일본 차 등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있었지만, 이제 한국 상품은 15% 관세를 물어야 하게 되어 불평등한 무역 구조가 만들어졌다. 25일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에서 안보·통상에 대한 과제가 논의되겠지만 관세에 관해 현재로선 기대 난망이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현대차 노조는 사측이 수용할 수 없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 노조는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애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14만1300 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과 회사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 상여금(현 750%) 900%로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국민연금 수급 시기에 맞춰 최장 64세까지 정년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현대차의 정년은 만 60세다. 하지만 61세부터 숙련재고용이라는 제도로 정규직이 아닌 촉탁계약직 신분으로 2년 더 근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위로금 지급도 올해 요구안에 담았다. 조합원 1인당 평균 2000만 원의 보상을 달라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 조합원은 4만1000여명에 달한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회사가 지급해야 할 위로금은 8200억 원에 이른다. 노사 간 이견이 큰 이유다. 이뿐만 아니다. 임금 삭감 없이 금요일 근무를 4시간 줄이는 4.5일제 도입 등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기업의 해외 이전이 증가하고 있음을 심각하게 보길 당부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제조업의 해외직접투자(ODI)는 연평균 12조4000억 원으로 외국인직접투자(FDI) 4조9000억 원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취업 유발 효과가 큰 제조업의 일자리 유출이 더 컸다는 게 문제다.
국내외 기업들이 한국을 기피하는 이유는 투자 환경이 나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경직된 노동시장이 발목을 잡는다는 얘기가 나온다. 캐나다 프레이저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 자유도는 162개국 중 145위로 파키스탄(137위)보다 낮다. 매사 파업 위주의 전투적 노조 행태가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이러니 생산성도 미국의 50% 수준이라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진단하지 않았던가.
노사 갈등이 커져서 기업이 조용히 떠나면 남은 사람들만 고통받는 상황이 늘어날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노조에 끌려다니다가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생산성은 낮으면서 고임금을 받는 ‘귀족 노조’가 판을 치면 우리 경제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노조는 위기 상황에서 제 밥그릇만 챙긴다면 정상에서 순식간에 추락할 수 있음을 직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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