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윤성 감독 “욕망이 무너질 때 인간 본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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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시리즈 파인: 촌뜨기들 종영

이유경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9-02 11:00:18

▲ '파인: 촌뜨기들'은 1977년 보물선을 배경으로 욕망과 인간 본질을 블랙 코미디와 범죄극 형식으로 그려낸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욕망이 충돌하고 무너지는 순간, 인간의 본질이 드러난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파인: 촌뜨기들을 연출한 강윤성 감독이 작품의 화두를 설명하며 내놓은 말이다.

인간 내면을 집요하게 탐구해 온 그의 시선은 물질적 욕망과 생존, 배신이 얽히는 이번 작품의 주제와 정밀하게 맞닿아 있었다. 강 감독이 파인: 촌뜨기들을 선택한 이유이자 동시에 작품에 그가 필요했던 이유다.

지난 13일 종영한 11부작 드라마 파인: 촌뜨기들은 1977년 신안 앞바다에 침몰한 보물선을 둘러싼 실화를 모티브로 한다. 선과 악의 경계를 허무는 전개는 인물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끊임없이 요동쳤고 그 과정에서 반전이 연속적으로 터져 나왔다. 블랙 코미디적 색채는 인간 군상의 민낯을 날카롭게 드러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흥행 성과도 두드러졌다. 지난 7월16일 공개 이후 약 한 달 동안 글로벌 콘텐츠 순위 집계 플랫폼 ‘플릭스패트롤’ 기준 디즈니플러스 한국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화제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입증했다.

원작은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이지만 드라마는 다른 길을 택했다. 가장 큰 차이는 열린 결말이다. 원작에서 최후를 맞는 ‘오관석(류승룡 분)’은 드라마에서 살아남으며 새로운 서사의 가능성을 남겼다.

강 감독은 이에 대해 “류승룡 배우의 해석을 통해 오관석은 단순한 악역을 넘어 생존을 위해 복합적인 선택을 하는 입체적 인물로 재탄생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는 특정 주인공 없이 14명의 주요 인물이 얽히는 집단극 구조를 취했다. 강 감독은 “각기 다른 욕망과 목적이 왜 충돌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짜는 데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며 “관계의 흐름을 유기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드라마화 과정의 핵심이었다”고 전했다.

연출 방식에서도 배우의 개성과 해석을 존중하는 접근이 돋보였다. 그는 “배우들이 대사를 기계적으로 외우는 대신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물에 몰입하도록 유도했다”며 “개성과 표현을 반영해 캐릭터를 조율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방식은 임수정이 연기한 ‘양정숙’ 캐릭터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원작에서 다소 물질주의적으로 묘사된 양정숙은 드라마에서 외로움과 불안을 지닌 입체적 인물로 재해석됐다. 특히 무대 위에서의 춤 장면은 억눌린 감정을 분출하는 장치이자 캐릭터 변화를 보여주는 극적인 전환점으로 작용했다.

작품은 197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과 공간의 사실성을 구현하는 데에도 공을 들였다. 강 감독은 “서해 장면에서 관객이 실제로 그 공간에 들어선 듯한 몰입감을 주고 싶었다”며 실제 바다 촬영을 검토했으나 안전 문제로 무산됐다고 밝혔다. 대신 세트와 환경을 치밀하게 조정해 당대의 공기를 생생히 되살렸다.

디즈니플러스와의 협업에 대해서는 “창작자의 자율성을 충분히 존중해줬고 완성 이후에는 홍보와 배급에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줬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향후 계획에 대해 강 감독은 “여성 서사를 중심에 둔 작품과 액션·스릴러에 멜로 감성을 더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며 “앞으로도 인물 중심의 서사를 통해 관객과 깊이 호흡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인간 본질에 대한 탐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경 기자 leey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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