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대신 '하루 한 알'…비만치료제 경구약으로 판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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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릴리 차세대 경구제 임상 성과 허가전략
가격 인하 경쟁 경구제 초기 시장 판도 변수

허승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8-28 10:33:28

비만치료제 시장 경쟁이 경구약 분야에서 불붙고 있다. 비만 치료제의 쌍두마차인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는 먹는 약 형태의 차세대 비만치료제 개발과 승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관전포인트는 △승인 시점 △체중 감량 효과 △부작용 관리로 압축된다.

2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의 경구 제형 임상을 마치고 지난 5월 미국식품의약국(FDA)에 허가를 신청했다. 일라이릴리는 경구 후보물질 오포글리프론의 3상 임상시험에서 체중 감량과 혈당 개선 효과를 동시에 입증했다.

가장 먼저 신호탄을 쏜 것은 노보노디스크다. 위고비 경구 제형의 임상을 마무리하고 5월 FDA에 허가 신청을 접수했다. 올해 말까지 FDA 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상 3상 결과 64주간 복용했을 때 평균 13.6% 체중이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릴리는 2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비만 또는 과체중 성인을 대상으로 오포글리프론을 평가했다. 3상 시험 결과 세 가지 용량 모두에서 1차 및 주요 2차 평가변수를 충족하며 72주간 유의미한 체중 감소를 달성했다.

노보노디스크의 경구 위고비는 연내 허가 가능성 측면에서 선점을 확보했다. 다만 시험 설계와 환자군이 달라 직접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오포글리프론(72주 10.5% 감량)과의 우열은 향후 교차 비교가 필요하다.

두 약물 모두 하루 한 알 복용이라는 편의성을 내세운 만큼 실제 시장 승부는 출시 시점과 부작용, 중단률에서 갈릴 전망이다.

가격 신호는 주사제 시장에서 먼저 나타났다. 이달 출시한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가 위고비보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자 위고비도 가격 인하에 돌입했다.

닥터나우와 나만의닥터 등 비대면진료 앱에 따르면 종로5가 인근 기준 위고비 0.25㎎ 1펜 판매가는 23만5000원이다. 앞서 위고비는 마운자로 2.5㎎ 제품 공급가가 27만8000원으로 책정됐다는 소식에 따라 용량별로 10~40% 가격을 낮췄다. 기존 공급가 37만2000원에서 최대 40% 인하할 경우 약 22만 원 수준으로 약국에 공급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마운자로 역시 최저가 30만 원에서 출발했으나 닥터나우·나만의닥터 조사 결과 현재 전국 최저가는 2.5㎎ 28만 원, 5㎎ 38만 원 수준이다.

이 흐름은 경구 제형의 초기 가격 책정에도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주사제 가격 인하로 망설였던 각 경쟁사가 가격을 낮추자 가격 마케팅에 돌입했다.

경구 라인업의 단기 지형도는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의 양강 체제가 유력하다. 아스트라제네카와 MSD는 각각 중국 바이오기업(에코진, 한소파마)으로부터 경구 GLP-1 후보를 도입해 임상을 준비 중이지만 아직 초기 단계다.

국내 변수도 있다. 일동제약은 GLP-1 계열 경구약을 개발 중이다. 인슐린 분비 유도와 혈당 조절을 기전으로 내세운 이 약물이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국내 선택지가 확대돼 가격·접근성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는 비만치료제의 체중 감량률이 가치 평가의 핵심이었으나, 소비재 시장 관점에서는 체중 감소 효능이 가격 경쟁력·투약 편의성·내약성 이후에 작용할 요인으로 바뀔 것이다”고 말했다.

허승아 기자 heos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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