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새 초급간부 3명 극단적 선택”… 군 구조적 위기 도마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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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년간 간부 정신건강 진료 30%↑, 희망 전역·휴직도 2배 늘어
전체 극단적 선택자 43%가 간부…초급 하사·중위 등 76% 집중
학계 “우울·불안·스트레스 핵심 요인…사회적 지지망 강화 시급”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9-09 13:13:19

최근 2주 남짓한 기간 동안 초급 간부 3명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군 내 극단적 선택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국방부가 “사고 예방에 전력을 다하라”고 주문한 지 사흘 만에 또 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닌 구조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된다.

9일 육군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최전방 GP에서 하사가, 이달 2일 육군 3사관학교 대위가 총기로 목숨을 끊은 데 이어, 8일에는 경기 고양의 한 통신부대 소속 중사가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모두 임관 10년 차 미만의 초급 간부들이다.

국방부는 원인 조사에 나섰지만, 현장에서 유서가 발견되는 등 개인적 고충에 따른 극단적 선택 가능성이 무겁게 제기된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SNS에 “불과 2주 사이 3명의 초급 간부가 사망한 것은 결코 가볍게 넘어갈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지휘부 회의와 구호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 의원이 받은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부사관·위관 장교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건수는 30% 이상 늘었고, 희망 전역과 휴직 신청도 2배 이상 증가했다.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군인 극단적 선택사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6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군인은 총 320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부사관·위관급 간부가 139명(43%)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세부적으로는 하사·중사 계급에서 91명, 소위·중위 계급에서 15명이 극단적 선택을 해 초급 간부 계층에서만 전체 간부 극단적 선택의 76%에 해당하는 106명이 목숨을 끊은 것으로 집계됐다.

학계 연구도 군 간부 극단적 선택 문제의 심각성을 뒷받침한다. ‘대한민국 군 간부에서의 극단적 선택 위험성에 대한 위험 요인과 보호 요인’을 주제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2015년 육·공군 간부 316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는 최근 한 달간 극단적 선택 위험성을 보인 응답자가 3.3%, 평생 극단적 선택 시도 경험률은 1.3%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인 대비 몇 배 높은 수준이다.

연구진은 우울(위험도 약 4배), 불안(2.6배), 스트레스(4배)를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반대로 사회적 지지망(0.41배)과 극단적 선택을 용납하지 않는 태도(0.22배)는 보호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간부들은 총기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 극단적 선택 시도 시 치명률이 크다는 점에서 더욱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군 조직 차원의 구조적 대책을 요구한다. △초급 간부 대상 긴급 간담회 및 맞춤형 상담 △정신건강 TF 구성 △급여·복지 개선을 통한 사기 진작 △총기 관리 강화 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취재 중 만난 한 전역 ROTC 출신 예비역 장교는 본지에 “솔직히 ROTC는 지금 가성비가 매우 낮다. 28개월 복무는 20대 초반 커리어를 끊어놓는 데다, 장교 출신이라고 해도 취업시장에서 메리트가 거의 없다”며 “군에서 말하는 리더십은 옛말이고, 지금 기업들은 오히려 전문성을 더 본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초급 간부는 위아래로 치이고, 복지도 부족하다. 장기복무를 한다 해도 소령·중령 진급의 벽이 높고, 전역 후 사회 적응은 쉽지 않다. 연금도 기대만큼 크지 않고, 군인 인식 자체가 나빠져 혜택도 없다”고 말했다.

ROTC 출신은 “단기로 복무할 생각이라면 차라리 병으로 다녀오는 게 낫고, 장기복무라면 육사를 가는 게 맞다”며 “어쩔 수 없이 ROTC를 하더라도 반드시 전역 후 커리어를 준비해야지, 군 생활에 올인해서는 안 되는데 군 당국이 이 같은 현실을 애써 외면하니 자꾸 사고가 터지는 것”이라고 답답해 했다.

군 내부 상황에 밝은 한 예비역 장교 출신 소식통도 “병사와 간부가 처한 현실이 다르다”며 “병사들은 어차피 곧 나갈 ‘손님’이라는 인식이 강해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밖으로 쉽게 터뜨리거나 동정심을 사기도 하지만, 간부는 장기간 머물러야 하는 ‘계약 노비’ 같은 위치에 있다”고 설명했다. 부당한 일을 당하더라도 이를 공론화하기 어려운 직업군인의 처지를 지적한 것이다.

그는 “간부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밥줄 걱정 때문에 쉽게 외부에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다”며 “오히려 ‘니들이 선택해서 군에 들어온 거 아니냐’는 식으로 대하는 시선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이어 “실제로 군인권센터에 상담을 요청하는 장병들 가운데 하사 등 초급 간부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며 “이들의 고충이 방치되면 군 전체의 안전과 사기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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