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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전범 소행으로 추정되는 미술품 절도 사건 관련해 강제 수사에 돌입했다. 현지 연방 검찰이 2일(현지 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마르델플라타 지역의 주택 등 4곳 압수수색”은 회화 ‘여인의 초상’ 소재 파악을 위한 수사인 점과 피의자 2명이 72시간 가택연금에 처해졌음을 밝혔다. 피의자는 나치 고위 간부였던 프리드리히 카드기엔의 딸 파트리시아 카드기엔(60)과 배우자 후안 카를로스 코릍테고소(61)이고 카드기엔 가족들 거주지가 압수수색된 것이다.
라나시온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근 아르헨티나 한 부동산 광고 온라인 사이트에 매물 주택의 거실 내지 응접실인 듯한 공간 사진이 게시됐으며, 사진 속 소파 뒤쪽 벽에 주세페 기슬란디(1655∼1743) 작품 ‘여인의 초상’(콜레오니 백작부인)으로 보이는 그림이 걸려 있었다. 이 모든 게 지난달 네덜란드 일간지 AD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해당 그림은 네덜란드 유대인 미술상 자크 고드스티커(1897∼1940) 소유였다가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약 80년간 행방불명 상태였다.
네델란드 언론 AD에선 그림이 아돌프 히틀러의 오른팔이자 미술품 애호가인 헤르만 괴링의 측근 프리드리히 카드기엔 소유였다는 단서를 찾아냈다. 유대인 소유 갤러리를 강제 매각해 유명 그림을 약탈한 것으로 알려진 카드기엔이 나치 패망 후 아르헨티나로 도피한 것도 드러났다. 아르헨티나 검찰은 카드기엔 가족과 연관된 곳을 압수수색한 결과 1800년대 제작으로 보이는 다른 작품을 비롯해 드로잉과 판화 여러 점도 발견됐다며, 이들 역시 어딘선가 도난당한 것인지 분석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파트리시아 카드기엔 부부는 변호인을 통해 “상속 작품들의 정당한 소유”를 주장한다고 라나시온이 전했다. 압수수색 당시 그림은 이미 보이지 않았으며 그 자리에 누비 태피스트리(벽걸이 옷감)이 남아 있었다고 영국 가디언 등에서 보도했다. 이번 사건은 미술품 반환 문제를 넘어 홀로코스트와 나치 약탈의 역사적 청산이라는 국제적 과제를 상징한다. 고드스티커 컬렉션의 일부가 원 소유자의 후손에게 반환된 사례가 있는데 이번에 그 미완의 장을 다시 드러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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