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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T 해킹 기사를 쓰면서 KT에 연락한 적이 정말 많았다. 그리고 아주 원론적이고 짧은 입장만 내놓던 KT 관계자들이 이제는 전화를 받지 않기 시작했다.
이쪽 전화만 안 받는가 싶어서 다른 기사들을 보니 KT가 세부적인 입장을 낸 기사를 찾기 어려웠다. 아는 기자들에게 물어봐도 KT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국회 청문회처럼 피할 수 없는 자리 정도가 아니면 KT가 대답을 피하고 있다는 의심이 점점 확신이 돼간다.
KT가 계속해서 침묵을 지키고 새로 내용이 나오지 않으니 KT 관련 뉴스들도 해킹이 아니라 다른 내용들이 많이 보인다. 구글에 KT를 검색하면 KT 위즈의 포스트 시즌 진출 경쟁 기사가 먼저 보이고 KT 치어리더가 맥심 모델이 됐다는 기사도 보인다.
문제가 있을 때는 일단 최대한 숨으면서 관심을 돌리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이 뉴스 창만 봐도 증명되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KT가 인공지능(AI) 관련 보도자료는 계속 내고 있다는 점이다. KT가 이런 AI를 출시한다고 밝히는 내용의 광고성 자료다.
보통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일과 기자들과 연락하는 일은 같은 부서에서 담당한다. 큰 기업은 분야에 따라서 담당자가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같은 부서에서 한쪽으로는 인하고 한쪽으로는 침묵하는 것이 자주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KT는 29일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업을 통해 개발한 AI 모델 ‘소타 K 빌트 온 GPT-4o’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KT는 ‘소타 K 빌트 온 GPT-4o’가 △데이터 주권 보호 △안전하고 책임감 있는 AI 기준 등에 맞춘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KT는 오픈소스 ‘라마’를 기반으로 개발한 모델 ‘라마 K’를 선보였다고 밝혔다.
통신 쪽에 문제가 있다고 다른 부서까지 일을 다 멈출 수는 없는 일이지만 최근 해킹 논란에 휩싸인 기업이 스스로 데이터 주권 보호와 안전하고 책임감 있는 AI를 언급하니 실소가 나온다.
가장 중요한 고객의 정보가 빠져나가고 금전적 피해까지 발생시킨 기업이 안전을 논하고 책임을 가져오려면 얼마나 낯짝이 두꺼워야 할지 가늠이 되지도 않는다. 통신 정보 관리하던 보안 의식으로 AI도 관리한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아찔하다.
KT는 자체 B2C 사업에 소타 K를 적용해 성능을 검증한 뒤 파트너사에 서비스를 확대 제공할 방침이다. KT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도 소액결제 피해가 발생한 것이 기분 탓만은 아닐 것이다.
KT가 AI 보안을 아무리 강조한다고 해도 과연 통신과는 다르게 AI는 안전하다고 생각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통신 비밀번호는 0000이었으니까 AI 비밀번호는 q1w2e3!같은 걸로 하진 않았을까 하는 의심도 든다.
하지만 KT 위성 매각 논란이 천천히 잊혔듯이 KT 해킹 논란도 점점 사람들이 기억에서 희미해질 것이고 KT는 4차 산업 혁명과 같은 단어들을 들고 당당하게 AI를 내놓을 것이다.
최근 AI가 발전하면서 AI가 정말 사람처럼 말하고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밝고 활달한 성격의 AI가 나올 수도 있고 약간 비밀이 많고 신비한 성격도 구현하려면 구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성격상 무책임하고 뻔뻔한 AI도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아마 KT가 만드는 AI라면 만든 기업처럼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만약 정말로 된다면 AI가 혁명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AI를 쓰고 싶어 할 사람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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