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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만성콩팥병 환자가 10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으나 체계적인 관리는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질환의 급속한 증가에 정부 차원의 대응체계 구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12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대한신장학회 등 자료를 분석한 결과 만성콩팥병 환자 수는 2015년 17만576명에서 2024년 34만6518명으로 103% 증가했다.
같은 기간 투석 환자는 6만1218명에서 10만2033명으로 66.7% 늘었다. 신장 기능이 완전히 저하된 말기신부전 환자는 현재 약 13만7000명으로 10년 내 진료비가 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만성콩팥병은 신장 기능이 3개월 이상 저하되어 노폐물과 수분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이 병은 치료하지 않으면 말기신부전으로 진행해 투석이나 이식 없이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만성콩팥병 진료비는 2023년 기준으로 2조6671억 원으로 단일 질환 중 3위를 기록했다. 2024년에는 약 2조8300억 원으로 불과 1년 만에 1600억 원(6%) 이상 증가했다. 대한신장학회는 10년 내 투석 관련 총 진료비가 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등 24개 기관이 수행한 ‘유형별 만성콩팥병 장기추적 코호트’(2011~2021) 분석 결과에 따르면 1~3기 환자는 투석까지 약 10년, 4기 환자는 4년, 5기 환자는 불과 1년3개월 만에 투석으로 넘어간다. 질환 단계가 높을수록 투석 이행률이 40%에서 80% 이상으로 급증해 조기 진단과 관리의 필요성이 더 강조된다.
의료계는 만성콩팥병을 조용한 시한폭탄이라 부른다.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노폐물과 수분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고 방치할 경우 결국 말기신부전 단계로 넘어간다.
현재 우리나라 말기신부전 유병률은 인구 100만 명당 2608명으로 대만·일본에 이어 세계 3위다. 투석·이식 환자도 13만7000명으로 10년간 2배 증가했다.
말기신부전 환자의 5년 생존율은 62%로 전체 암 환자(70.97%)보다 낮다. 신장이식 평균 대기기간은 2019년 약 6년에서 2024년 약 7년7개월로 늘었다. 현재 대기자만 3만5707명, 이식 대기 중 사망자는 하루 평균 6.8명에 달한다.
신장이식 대기기간이 길어지는 데에는 기증자 부족도 있지만 의정 갈등에 대한 영향도 있다. 최근 이식 수술 후 합병증이나 거부 반응이 발생했을 때 의료과실 논란이 잇따르면서 의료진이 수술을 결정하는 데 압박감이 있다.
아주대병원 연구팀에 따르면 말기신부전 환자의 경우 28.3%가 우울·불안 등 정신질환을 겪는다. 대부분은 평생 주 3회, 회당 4시간의 투석에 의존하므로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는 2024년 세계보건총회에서 신장질환을 비감염성질환 중 최초로 결의안에 포함했다. 전 세계 환자가 6억7000만 명, 2050년에는 제5위 사망원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만성콩팥병을 관리할 법적 근거조차 없다. 암의 경우 ‘암관리법’에 따라 5년마다 종합계획을 수립하지만 만성콩팥병은 국가 기본계획이나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은 “만성콩팥병은 국민 7~8명 중 1명이 앓는 흔한 질환이지만 환자 10명 중 9명은 자신이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침묵의 살인자다”며 “이미 사회·경제 전반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국가적 위협임에도 정부 대응은 턱없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암처럼 국가 기본계획 수립과 법제화를 통해 조기 발견·예방·관리체계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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