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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백악관 회동이 험악한 분위기였다는 소식이다. 1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사안에 정통한 고위 관리들을 인용해 이틀 전 미·우 백악관 회담에서 여러 차례 고성이 오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젤렌스키를 훈계하듯 시종 거친 말을 퍼부었으며 “푸틴이 원하면 당신 끝장날 것” “요구를 끝내 거부할 경우 파멸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FT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포기 압박이 이어졌으며, 이는 하루 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주장의 되풀이였다. 트럼프와의 통화에서 푸틴이 도네츠크주를 완전히 넘겨받는 대신 자포리자주·헤르손주 등 점령지 2개 주의 일부 반환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2월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 상당 부분을 점령한 채 전선이 2년 넘게 교착 상태다.
구 소련시대부터 발전한 돈바스는 우크라이나 전체 국부를 좌우할 만한 산업지대다. ‘돈바스 양보’란 우크라이나에게 치명적인 사태이기에 ‘절대 불가’를 고수해 왔다. 푸틴이 도네츠크주 4분의3을 이미 점령했음에도 새삼 전체를 요구하는 것을 서방에선 ‘우크라이나 측 저지선 무력화 시도’로 본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미점령 지역인 도네츠크주의 나머지 4분의1에 기반해 러시아군 서진을 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러 방어선의 핵심은 도네츠크주 북부의 슬로우얀스크·크라마토르스크, 주 남부의 드루즈키우카·코스티안티니우카 등 4개 도시를 잇는 이른바 ‘요새 벨트’다. 우크라이나가 도네츠크주를 완전히 내놓으면 러시아군의 키이우 직행로가 열리며 이는 곧장 ‘동유럽 다른 국가들을 추가 침공할 발판’이라는 게 서유럽의 시각이다. 다만 러시아에선 18세기 이래 늘 자신들이 서유럽에 수세적이었음을 들어 이를 서방의 일방적 프레임 내지 누명으로 주장해 왔다.
우크라이나는 한때 소련의 한 축이었으나 독립 후 큰 변화를 겪었다. 특히 슬라브 의식이 전무한 서부(갈라시아)의 강성 민족주의자들이 친서방화를 밀어붙이며 러시아계 주민을 핍박했고, 친러 자치구 인정이 골자인 민스크협정을 파기하도록 젤렌스키를 위협했다. 러시아계의 저항이 2014년 4월 내전으로 비화했으며, 돈바스 내전 종식을 명분으로 푸틴이 ‘특별군사작선’을 내세워 우크라이나에 진입하기까지 약 8년간 사망자가 1만4400명에 이른다.
한편 며칠 전 “러시아 경제는 붕괴 직전”이라던 트럼프가 푸틴과 통화 후 태도를 바꿔 협상을 위해 만나기로 한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FT는 격렬했던 이날 회담이 전쟁에 대한 트럼프의 “변덕스러운 입장”과 “푸틴 측 요구의 최대치 동조” 의사를 드러냈다며, 쫓겨나다시피한 젤렌스키의 2월 방문 상황에 비유하기도 했다. 백악관과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FT의 관련 논평 요청에 즉각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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