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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통업계가 내수 침체와 글로벌 불확실성, 외국계 자본 유입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지고 있다. 과거 ‘불황에도 버틴다’던 오프라인 유통 구조가 무너지고, 코로나19 이후 성장했던 온라인 플랫폼마저 적자에 허덕이면서 업계 전반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는 지난 몇 년간 실적 악화를 거듭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들 마트의 매출은 코로나19 이후인 2020년부터 급격히 하락세를 보였으며, 2022년 2월에는 전월 대비 24% 급감했다. 올해 2월 역시 평균 18.8% 감소해 회복세를 보이지 못했다. 업계 1위 이마트가 간신히 흑자(2603억 원)로 돌아섰지만 롯데마트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6% 줄었고, 홈플러스는 3월 회생 절차를 신청해 11월까지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청산에 들어간다.
이커머스 업계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쿠팡이 1위 자리를 굳히는 동안 다른 플랫폼들은 연이어 적자를 기록 중이다. 신세계그룹 계열의 G마켓은 지난해 674억 원, SSG닷컴은 727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SSG닷컴은 적자 폭을 줄였지만 7년째 적자 상태다. 11번가 역시 75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모회사 SK스퀘어는 결국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최근 신세계그룹이 중국 알리바바그룹과 손잡고 합작법인을 추진한 것도 이커머스 불황을 상징한다. 쿠팡 독주에 맞서기 위해 G마켓과 SSG닷컴을 결합했지만, 지속되는 적자로 재무 부담이 커지자 외국계 자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이커머스 산업은 시장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 자본력이 없이는 생존이 어렵다”며 “그러나 지나친 외자 의존은 국내 유통 주도권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편의점 업계도 성장세가 꺾였다. 코로나19 시기 폭발적인 점포 확장으로 성장세를 이어갔으나 내수 위축과 과당 경쟁으로 수익성이 하락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516억 원으로 전년 대비 0.6% 감소했고, GS25는 10.9% 줄어든 1947억 원을 기록했다. 세븐일레븐은 2년 연속 영업적자(844억 원)를 냈고, 이마트24도 손실이 확대됐다. 세븐일레븐은 이달 14일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처럼 유통업 전반의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외국계 자본의 유입’에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자국 유통업이 무너지는 과정에는 대규모 외국계 자본의 진출이 있었다”며 “겉으로는 성장을 유지하는 듯 보여도, 장기적으로는 내수 기반이 약화되고 소비자 선택권이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계 이커머스 플랫폼이 상륙 2년 만에 국내 시장의 일정 점유율을 확보한 점은 외국계 자본 주도의 구조 변화 가능성을 보여준다. 반면 전문가들은 신세계-알리바바 합작은 외자 침투 사례와 결이 다르다며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사태는 사모펀드의 방만한 경영이 직접 원인이지만, 결국 불황이 이를 가속화했다”며 “편의점과 이커머스 등 다른 업종도 계기가 생기면 연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은 과감한 확장보다는 소비자 신뢰 유지와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며 “유통업계의 혹한기는 단기 현상이 아니라 산업 구조 전반의 변화 신호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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