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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뱀띠 해로 을사년(乙巳年)이었던 2025년 상반기는 탄핵 정국과 대통령 선거로 뜨거웠다. 미국발 관세 협상으로 경제적으로도 무척 어려웠다. 그러나 하반기엔 반도체 특수와 함께 코스피 지수 4000을 돌파하면서 모처럼 웃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상반기에 괴로웠고 하반기엔 살만했다. 정치적으로 윤석열 탄핵과 내란재판으로 헌법 수호 의지를 재확인했고, 경제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코스피 4000시대를 열었다.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은 자주국방을 위한 발판이 된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캄보디아 취업사기와 쿠팡발 개인정보 유출은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줬다. 그러나 반도체 특수와 K-pop 열풍은 기술과 문화에서 한국의 저력을 보여줬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검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검찰청 폐지가 결정된 것도 역사에 남을 소식이었다.
다음은 스카이데일리가 선정한 2025년 10대 뉴스다.
▲8년 만에 대통령 탄핵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문형배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의 마지막 한마디에 탄핵을 찬성하는 국민의 환호성이 터졌다. 박근혜에 이어 8년만에 탄핵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역대 최단기 대통령이 됐다. 대통령 임기는 5년이지만 2년 11개월(2022년 5월10일~2025년 4월4일) 만에 파면됐다.
탄핵 정국은 뜨거웠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1월3일 체포영장을 제시했으나 대통
령 경호실은 체포를 막았다. 이 과정에서 '윤 어게인'을 외쳤던 극우세력의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았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이 1월19일 내란우두머리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성난 군중은 법원을 습격해 점거하는 폭동을 일으켰다. 헌정 역사상 최초의 법원 폭동 사건이었다.
윤석열은 우여곡절 끝에 체포됐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 지귀연 판사가 3월8일 석방을 결정했다. 윤어게인을 외치는 목소리가 커진 것 이상으로 사법부 판단을 비판하는 여론이 거셌다. 대한민국 역사상 두 번째 대통령 탄핵이 결정되자 이재명은 선거를 통해서 제21대 대통령이 됐다.
▲ 미국발 관세 위협
“중국을 견제한다더니 왜 동맹국을 때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는 2025년 세계 경제를 들썩였다. 떠오르는 중국을 견제한다더니 한국과 일본, 유럽 등 우방국에도 과도한 관세를 물렸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등 미국수출이 많은 기업은 1년 내내 울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웠다. 그러나 중국은 반도체를 자체 생산하는가 하면 인공지능(AI) 딥시크를 출시해 미국의 압박을 비웃었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미국 우방국만 관세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자유무역을 외쳤던 미국이 보호무역을 강조하는 시대가 됐다.
한국과 미국은 우여곡절 끝에 10월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했다. 한국이 총 3,500억 달러(약 495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대신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부과하려던 상호관세를 15%로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 12.3 내란과 역사의 단죄
12.3 비상계엄은 4.4 대통령탄핵을 거쳐 내란재판으로 이어졌다. 윤석열과 전 국방부 장관 김용현은 4월14일부터 재판을 받기 시작했다. 전직 대통령이 형사재판 피고인이 된 건 전두환과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에 이어 다섯 번째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은 박근혜가 재판을 받았던 곳이다. 윤석열은 비상계엄을 사전에 모의한 적이 없다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비상계엄에 동원된 군인의 증언은 윤석열 진술과 달랐다. 수도방위사령부 조성현 제1경비단장은 “국회에 들어가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한동훈과 일부 정치인을 호명하면서 ‘당신 앞에 잡아오라. 총으로 쏴서 죽이겠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내란 재판을 맡은 지귀연 판사의 재판 진행에 불만을 품은 여권은 재판부 배당을 비판하면서 내란전담재판부설치법 제정을 추진했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국회는 12월23일 내란전담재판부설치법을 가결했다.
▲ 케데헌과 K팝 열풍
BTS와 블랙핑크가 불을 지핀 K-pop 열풍을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이어받았다. 넷플릭스가 6월 공개한 애니메이션 케데헌은 91일 만에 누적 시청수 3억 2510만회를 기록했다. 넷플릭스 역대 최다시청기록을 세운 케데헌은 빌보드 차트도 휩쓸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주제곡 '골든'은 빌보드 싱글 차트 핫100에서 8주 1위를 차지했다.
케데헌 열풍은 음악을 넘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영화 속 배경이 된 남산타워, 북촌 한옥마을, 낙산공원 등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인증샷 코스로 떠올랐고 실제로 케데헌 열풍이 불기 시작한 7월과 8월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동기 대비 23%나 늘었다. 엄청난 흥행의 부가 수익은 저작권을 가진 유통사 넷플릭스의 몫으로 돌아갔다.
케데헌 주인공 '헌트릭스'와 매기 강 감독은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선정됐다.
▲ 캄보디아 취업사기 잔혹사
8월8일 캄보디아 뉴스는 한국 사회를 들썩였다. 한국인 대학생 박모씨가 캄보디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에서 발생하는 로맨스 스캠과 보이스피싱 범죄 국제 뉴스는 종종 들렸지만 한국인을 대상으로 인신매매해 폭행치사한 실체는 끔찍했다. 캄보디아 경찰 수사 결과 박씨에게서 마약 투여와 고문 흔적이 발견됐다.
충격이 컸던 만큼 정부도 재빨리 움직였다. 외교부 차관과 국가수사본부장이 캄보디아로 급파될 정도였다. 전 정부가 캄보디아에 원조를 늘린 사실이 사실이 재조명되면서 대통령실과 외교부에 대한 비판 여론도 들끓었다.
사건이 알려진 뒤 캄보디아 범죄 신고와 실종 신고가 이어졌다. 범죄조직에서 탈출한 피해자가 대사관에 신고해도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외교부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기도했다. 이 사건은 해외 취업을 미끼로 한 조직범죄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동시에 재외국민 보호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됐다.
▲ 검찰청 폐지 결정
권력으로 흥한 자, 권력으로 망했다. 윤석열은 검사 출신으로 대통령이 됐지만 계엄과 탄핵을 거치면서 역사에 남을 죄인이 됐다. 그러나 친윤으로 불렸던 심우정 검찰총장은 즉시항고를 포기함으로써 윤석열이 석방됐다. 심우정 검찰총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 훼손을 이유로 비판 받았다. 이창수와 심우정은 대통령 취임 전후에 사직했다.
검찰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국회는 9월26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새로운 정부조직법은 검찰에 주어진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한다. 검찰청은 법무부 산하에서 기소와 공소만 담당하는 공소청으로 축소된다. 그동안 검찰이 가졌던 수사권은 새로 생길 중대범죄수사청에 넘어간다. 권력으로 흥했던 검찰이 78년만에 폐지되는 셈이다.
검찰청은 1년 유예된 뒤 2026년 10월2일부터 폐지된다. 야당과 검찰은 검찰청 폐지가 행정부 권한을 비대하게 만들고 중수청과 경찰의 권한이 충돌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 핵잠수함 건조 승인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트럼프 대통령이 결단해주면 좋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월29일 요청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튿날 화답했다. “나는 한국이 현재 보유한 구식이고 기동성이 떨어지는 디젤 잠수함 대신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야당조차 인정할 수밖에 없는 쾌거였다.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강력히 주장했던 사안이기 때문이다. 핵잠수함은 전략적 자산으로 자주국방을 위한 바탕이 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에 우려하면서 반대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 핵잠수함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한국처럼 일본도 핵잠수함을 보유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는 핵잠수함 건조를 준비하면서 2030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 반도체 역대급 특수
반도체도 한물갔다? 인공지능(AI) 특수 속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웃었다. SK하이닉스는 AI에 필수인 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HBM) 수요 폭증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만 무려 50조 원대로 추산된다. 미국 증시에는 AI 거품론이 퍼졌지만 하이닉스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HBM 호재를 누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분기 매출에서 삼성전자를 앞지를 정도로 호황이다.
맛
삼성전자도 D램 가격 상승으로 웃었다. 게다가 엔비디아 HBM3E 성능평가에서 통과했다. 6세대 HBM4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알려졌다. D램에 이어 낸드 플래시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26년 새해에도 특수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해외 반도체시장 조사업체는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100조 원대로 예상했고SK하이닉스도 90조 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 코스피 4,000시대
한국 증시가 코스피 4000시대를 열었다. 탄핵 정국을 맞아서 2398.94로 시작했던 2025년 코스피 지수는 10월27일 4042.83을 기록했다. 탄핵정국과 관세전쟁까지 잇따른 악재가 겹치면서 증시는 한풀 꺾였지만 정국이 안정되며 오르기 시작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2700대를 회복한 코스피는 불과 4개월 만에 4000까지 내달렸다.
새 정부가 강력하게 밀어붙인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 외국인 투자 확대, 약달러 현상 등이 맞물린 것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코스피는 12월 둘째 주 기준으로 4,1670.16까지 치솟으며 세계 주요 21개국 증시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대한민국 경제의 체질 개선을 통해 한국 증시가 제값을 받아야 한다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강조하며 임기 내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쿠팡발 대재앙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은 약과였다. KT와 유플러스 개인정보 유출은 기억나지도 않을 정도다. 새벽배송으로 유명한 쿠팡은 무려 3370만 개인정보 유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피의자는 쿠팡에서 인증 시스템 개발 업무를 담당했던 중국 국적의 전직원으로 허술한 퇴사자 관리 체계를 악용해 지난 6월부터 정보를 빼냈다. 통신3사는 해킹을 당한 반면 쿠팡은 내부 유출이었기에 비판여론이 더 많았다.
“기업이 망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력한 경제 제재 및 강조조사권 부여를 검토하라.(이재명 대통령) “소비자 재산 피해시 영업정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개인정보는 더 이상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다. 국가 안보와 민생에 직결되는 마스터키다.(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국회 청문회에 쿠팡을 지배하는 검은머리 미국인 김범석 의장이 불출석하면서 사태는 더 나빠졌다. 국회의원이 질타해도 변명에 급급했던 쿠팡의 행태에 여야는 일제히 국정조사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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