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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44만명 중소도시 경기도 의정부시는 몇 년 전부터 아파트 신축 붐이 일고 있다. 의정부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 따르면 의정부시에는 오는 2025년까지 5곳에 약 8만명(2만9839가구)의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아파트 건설이 계획돼 있다. 이는 현재 의정부시 전체 아파트 가구수인 9만5385가구의 약 31%에 달하는 규모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의정부 지역 내에 아파트 건설물량이 늘어난 이유는 서울과 인접한 지리적 장점 때문으로 꼽힌다. 서울에 직장을 둔 사람들의 베드타운으로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는 것이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동부간선도로 확장 등 편리한 교통망도 의정부시의 인기에 힘을 싣고 있다. 의정부시는 각종 부동산 호재도 상당하다. K-POP 클러스터, 프리미엄 아웃렛, 애니메이션 캐릭터 테마파크 등이 들어서는 복합문화단지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아파트 건설이 우후죽순 늘어나는 만큼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민원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 지하철 1호선 녹양역 인근에 위치한 ‘e편한세상 녹양역’ 신축 현장이 대표적이다. 스카이데일리가 공사 현장으로 인해 시공사와 주민·학생 간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의정부시 가능동 ‘e편한세상 녹양역’ 현장을 찾아 갈등요인과 양측의 입장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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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e편한세상 녹양역’ 신축공사 현장(사진)을 두고 주민과 학생, 시공사 간 갈등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공사장 인근에 위치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공사 현장을 드나드는 차량과 공사 중에 발생하는 분진, 소음 등으로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의 한 아파트 신축공사로 인해 인근 주민들이 건강과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사장 바로 인근에 위치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11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에는 ‘e편한세상 녹양역’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이 아파트 단지는 10~20층 규모의 6개동, 총 416가구로 구성될 예정이다. 시공사는 건설명가로 불리는 대림산업의 계열사인 삼호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말 기준 삼호의 최대주주(41.81%)에 올라 있다.
하지만 최근 공사 현장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아파트의 명성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파트 공사로 인해 소음, 분진 등의 피해와 더불어 공사 차량으로 인해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은 의정부광동고등학교(이하·광동고) 학생들과 녹양 힐스테이트 입주민들이다.
특히 광동고 측은 학생들의 통학로 안전과 수업활동 방해 등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시공을 맡은 삼호 측은 최대한 주변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피해를 주장하는 측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안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광동고 측과 녹양 힐스테이트 입주민들 중 공사현장과 인접해 있는 3개동 주민들은 각각 따로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공사로 인한 피해에 대응하고 있다. 현재 시공사 측에 이의를 제기하는 녹양 힐스테이트 주민은 총 160세대에 달했다.
통학로 공사차량 수시출입 충돌 아슬아슬…유일한 녹지 ‘자비동산’ 접근금지 불편
▲ ⓒ스카이데일리
광동고는 학교 정문과 ‘e편한세상 녹양역’ 신축 공사 현장과의 거리가 100여미터 정도에 불과하다. 덤프트럭 등 공사 차량들의 진입로와 학생들의 통학로가 겹쳐 학생들은 공사 시작 이후 통학에 상당한 불편함을 겪고 있다. 학생들 중 상당수가 “차량 이동 간 발생하는 분진과 소음 등은 물론 충돌 위험에까지 노출돼 있다”고 토로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학생들의 등교시간인 오전 7시부터 9시 사이 통학로 옆 차로에는 공사차량들이 쉴 새 없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대부분 거대한 대형 덤프트럭이었다. 학생들은 학교 정문에 다다르기 전에 공사 현장으로 진입하는 입구를 지나쳐야 했다. 공사 현장 입구에는 현장직원이 나와 차량통행을 통제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차량이 인도를 가로질러 공사장으로 진입할 때는 횡단보도에서 신호대기를 하듯 가만히 서서 대기해야 했다. 학생들이 스마트폰이라도 보면서 걸었다가는 자칫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을 법한 풍경이다. 학생들 역시 “통학로에 공사장이 위치해 있어 항상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광동고에 재학 중인 김모 양(17)은 “공사가 시작된 후로 큰 차가 많이 드나들어 걸어다닐 때 마다 늘 불안하다”며 “충돌이야 조심하면 된다 하지만 차량이 지나다니면서 발생하는 분진과 소음 문제는 피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함께 있던 백모 군(18)도 “학교 오는 길이 무섭다”고 같은 목소리를 냈다.
쿵쾅쿵쾅 여전한 소음…학교로 날리는 분진에 “날씨 좋아도 창문 못 열어요”
▲ ‘e편한세상 녹양역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다니는 인도를 가로질러 공사차량들이 쉴새 없이 드나들고 있었다. ⓒ스카이데일리
공사로 인한 피해는 공사차량으로 인한 안전 문제에만 그치지 않았다. 학생들은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분진과 소음 등으로 수업환경은 물론 건강에도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학교와 공사 현장과의 거리는 불과 2m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학교 측에 따르면 지금이야 분진·소음 등을 막기 위한 가림막이 세워져 있지만 이 조차 불과 얼마 전에 설치가 완료됐다. 그 전까지는 가림막 듬성듬성 세워져 있었다. 시공사 측이 공사를 시작한 지 3개월이 흐른 지난달 말쯤에서야 부랴부랴 가림막 설치를 완료했다는 게 학교 측의 주장이다.
과거 광동고 본관 건물에는 ‘교육활동 방해하는 아파트 건축반대’라는 현수막이 달려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진과 소음으로 학생건강 위협하는 아파트 신축반대’라는 새로운 문구로 바뀌었다. 이는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분진과 소음에 대한 학교 측의 피해정도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정황이라는 게 학생들 및 주민들의 견해다.
양승순 광동고 교장은 “공사 중 발생하는 분진과 소음 등으로 인해 학생들이 수업환경은 물론 건강까지 위협받고 있다”며 “직접적인 관련성이 확인되진 않았지만 공교롭게도 공사가 실시된 후 건강 이상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들어났다”고 말했다.
양 교장은 “학생들은 휴식공간인 자비동산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원래 야외수업 및 체육활동을 할 때 이용됐던 공간이지만 지금은 소음과 분진 때문에 활동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고 강조했다.
자비동산은 광동고등학교와 공사 현장 사이에 위치한 녹지공간이다. 자비동산에는 산책로 및 야외수업이 가능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공사가 시작된 후 소음 및 안전문제 등으로 인해 학교 자체적으로 학생들의 접근을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다.
▲ 광동고등학교의 유일한 녹지공간인 자비동산은 공사현장과 바로 맞닿아 있는 산책로다. 이곳에서는 야외수업도 가능하게 만들어져 있지만 현재는 안전문제 등으로 인해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학교 측은 봄철 미세먼지가 한창일 시기에 바로 옆 공사장의 분진까지 더해지다 보니 학생들이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3~4월보다 최근 호흡기 질환으로 보건실을 찾는 학생들이 늘었다는 게 광동고 보건교사의 전언이다.
한 보건교사는 “목감기를 호소하는 학생이 전년 대비 적어도 30%는 늘어난 것 같다”며 “지난 7일 오전에는 60명이 양호실을 다녀갔는데, 그 중 70%는 목감기 증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창 성장기일 때는 보통 2~3일이면 목감기가 나을 법도 한데 요즘에는 한 번 걸리면 1~2주 이상 감기 증세를 보이는 아이들이 많다”며 “꼭 저것(공사)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겠지만 그렇다고 아예 신경 안 쓰이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학생들 역시 분진·소음 등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광동고 1학년 학생 유모 군(17)은 “가뜩이나 봄철 미세분진이 심각한데 공사까지 하니까 공기가 더 나쁜 것 같다”며 “체육관이 없어서 보통 운동장에서 체육수업을 한다. 그 때마다 마스크를 쓴다”고 말했다.
3학년 학생 김모 군(19)은 “2주전에 목감기에 걸렸는데 아직까지 낳질 않고 있다”며 “현재 같은 반에도 10명 정도가 목감기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교를 하고 있던 일부 학생들 역시 목통증을 호소했다. 송 모군(19)과 민 모군(19)은 “최근 계속 목이 아프다”며 “지금까지는 창문을 닫아서 괜찮았지만 날씨가 따뜻해져서 창문을 열게 되면 먼지와 소음 때문에 수업에 방해를 받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학교 측과 학생들이 먼지·소음 피해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바로 옆 아파트 단지 공사현장을 지목하고 있지만 정작 시공사 측은 본인들과 상관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공사현장 관계자는 “학교 측이 모든 것을 우리(시공사)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호흡기까지 공사현장과 엮는 것은 억지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스프링클러 7~8개를 설치해 흙을 옮길 때마다 물을 뿌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시청에서 일주일에 2~3번 감독관이 찾아오지만 어떤 문제도 지적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지적받지 않는 것은 그만큼 지킬 것을 다 지킨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어린 학생들 고통 호소에도 모르쇠 일관 지적…학교와 시공사 입장차 팽배
▲ 광동고등학교 측은 신축공사 현장과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시공사 측과의 협의를 통해 원만하게 갈등이 해결되길 바라지만 불통의 자세를 보일 경우 법적 대응까지 염두에두고 있다는 게 학교 관계자의 전언이다. 사진은 광동고등학교 벽면에 붙은 공사 반대 문구 현수막 ⓒ스카이데일리
광동고 측은 공사가 시작 이후부터 줄곧 시공사 측과 갈등을 빚어왔다. 분진과 소음 방지 목적의 가림막 설치도 그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잡음은 있었다.
학교 측은 시공사가 가림막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교내 보호수를 무단으로 자르고 펜스를 무너뜨리는 등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지난 4일에는 의정부시청에 훼손된 보호수와 펜스의 원상복귀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시공사 측은 가지를 잘라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자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광동고 측은 가림막 공사를 시작하기 전 사전 양해를 구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학교 관계자는 “불만을 제기하고 시정을 요구하면 그제야 해주겠다고 답하고, 한참 뒤에 마지못해 해주는 격이다”며 “경계선 측정 후 가림막을 설치했으나 일부는 경계선을 넘어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는 명백한 사유지를 침해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시공사 측은 학교 측을 강하게 비판했다. 시공사 관계자는 “학교 측에서 자꾸 말을 바꾼다”며 “가림막도 예전부터 설치할 수 있었지만 나뭇가지 등 여러 문제가 있어서 늦춰진 것이지 늑장대응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높이도 원래 4m지만 학교 측 요구를 반영해 8m로 추가비용을 들여서 설치했다”고 강조했다.
학교 측과 시공사는 분진·소음 측정기 설치 문제를 두고서도 협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학교츠은 공사로 인한 소음·분진 피해 수준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소음·분진 측정기를 지난 1월 삼호 측에 요구했다. 이에 따라 현재 학교 본관 옥상에는 소음측정기가 설치돼 있지만, 분진측정기는 아직까지 설치되지 않고 있다.
시공사 관계자는 “소음측정기도 사실 의무설치 사항이 아님에도 학교 측에서 요구해서 수 백만원의 돈을 들여 설치했다”며 “분진측정기는 사실상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설치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다른 공사현장 사례에 비춰볼 때 분진측정기는 설치한 전례가 없다”며 “설치비용만 수천만원인데 해달라고 무조건 다 해줄 수 없는 노릇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불편한 아파트 전락 ‘대림 e편한세상’ 분분…비대위 구성 후 시공사 상대 소송 준비
▲ 주말까지 계속되는 공사로 인해 공사 현장과 인접한 녹양 힐스테이트 아파트 주민들도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공사 소음으로 창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입주민들의 주장이다. 사진은 ‘e편한세상 녹양역 아파트’ 공사현장 ⓒ스카이데일리
아파트 공사 현장으로 인해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은 또 있었다. 공사현장 인근에 위치한 녹양 힐스테이트 주민들 역시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분진과 소음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녹양 힐스테이트 아파트 단지 중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은 공사 현장과 맞닿아 있는 110·111·112동 주민들이었다. 현재 이들 3개동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위원회를 만들어 법적 대응을 준비중인 상태다. 비대위 측은 이번주 내로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할 방침을 밝혔다.
녹양 힐스테이트 비대위 최병근 대표는 “높은 층일수록 소리가 울려 더욱 시끄럽다”며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공사를 최소화하고, 토요일에는 소음발생이 적은 작업위주로 하겠다는 공문을 받았지만 아침부터 공사소리가 나는 것은 여전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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