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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탐방=돈되는 상권<259>]-전국 100대상권(⑥-3-신촌 명물거리)

인공 美 덧칠 신촌, 청춘·젊음의 메카 위험하다

“인구유입 막는 장벽 만들었다”…차없는 거리 지정에 외식·유흥가 생태계 흔들

김인희기자(ihkim@skyedaily.com)

기사입력 2017-04-21 12:2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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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촌 상권은 젊음의 메카로 성장해 1990년대에 전성기를 누렸다. 연세로와 연결된 ‘명물거리’는 연세대에서 이화여대 상권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차 없는 거리’를 시행한 이후 상권이 악화되면서 상인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문화 같은 소리 하네”
 
29년간 신촌 명물거리 부근에서 포장마차를 해온 이종시(72·여) 씨는 ‘차 없는 거리’에 대해 묻자 불같이 화를 냈다. 이 씨는 “신촌 상권의 몰락은 연세로가 차 없는 거리로 바뀌면서 시작됐다”며 원망 섞인 목소리를 냈다.
 
차 없는 거리는 서대문구청 및 서울시가 신촌에 문화를 심어 사람들을 모이게 하겠다는 취지로 시작했다. 하지만 신촌 상인들은 반응은 엇갈렸다. 상가 위치와 업종 등에 따라 온도차가 극심했다.
 
지난 2014년 1월 신촌오거리에서 연세대 방면 550m 구간은 서울에선 처음으로 ‘대중교통 전용지구’로 지정됐다. 왕복 4차선 가운데 2차선을 보행공간으로 바꿨고, 차량은 시내버스 및 마을버스만 통행할 수 있도록 했다. 토,일 이틀 그리고 금요일 오후에는 버스도 못 다니게 한다.
 
차 없는 거리로 인해 연세로 방문 인파는 주중 1000명, 주말 3000명가량 늘었다고 한다. 그러나 신촌 상인들 중에는 반대가 우세하다. 대로변 건물주나 몇몇 가게들은 반기지만, 연세로에서 멀어질수록 고객만 뺏겼다고 반발한다. 특히 명물거리 깊숙히 드나들던 데이트족 등이 크게 줄었다는 얘기다.
 
강북 대표상권으로 꼽히는 신촌, 특히 명물거리는 1990년대 젊음과 음악의 메카로 전성기를 누렸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가 신촌을 배경으로 했던 이유가 있었다. 당시 다양한 락카페가 있어 들국화, 신촌블루스 멤버 등이 모였고 연극전용 소극장도 흔했다.
 
명물거리는 연세로에서 이화여대 상권을 잇는 길로 중간 지점에 있던 메인 상권은 골목골목 문전성시를 이뤘다. 외부 유입인구가 특히 많아 상가 임대료가 홍대 메인거리에 비해 월등하게 높았다.
 
크게 보기 = 이미지 클릭 /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신촌 기차역에서 파주 등 외곽으로 훌쩍 떠날 수 있는 낭만이 있던 곳으로, 젊은 아베크족의 발길이 패션 문화의 대명사인 이대 앞까지 줄줄이 이어졌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교통체증과 끝없는 임대료 인상 등으로 문화공간은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음악은 홍대와 합정에, 패션은 동대문에 뺏기고 프랜차이즈 매장들만 가득한 특색없는 거리로 전락했다.
 
‘차 없는 거리’를 시행한 지 3년이 지나도 명물거리 상인들은 여전히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한 상인은 “명물거리 중심부에 있던 ‘강호동 백정’이 문을 닫은지 거의 1년이 됐다”며 “최근 몇년 간 유동 인구가 줄어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했고, 가게를 내놔도 들어오려는 이가 없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명물거리 내 또 다른 상인은 “강호동 백정 외에도 장사를 안 하거나 문 닫은 가게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포장마차 운영자인 이종시 씨는 “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부터 이곳에서 장사를 했는데 아이들을 대학까지 다 보낼 정도로 수입이 괜찮았다”며 “20년 전만해도 밤 11시부터 새벽 5시까지 지금의 3배를 벌 정도로 손님이 북적거렸다”며 명물거리의 전성기 시절을 떠올렸다.
 
하지만 지금은 차량을 이용한 유입 인구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요즘은 차를 타고 왔다가 외부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전성기 땐 새벽 3~4시까지 영업하는 가게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보통 12시 전에 문 닫는다. 나도 인건비를 건지기 어려울 정도로 장사가 안된다”고 말했다.
 
 ▲ 자료:나이스비즈맵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명물거리 입구에서 노래방을 운영해 온 한 상인도 “연세로가 차 없는 거리로 바뀐 뒤 골목길로 차가 맴돌아 동네만 번잡해졌다”며 “연대생들은 지하철역으로 이동하는 유동인구일 뿐 골목 안쪽에 들어오는 경우가 드물다”고 밝혔다.
 
그는 연세로 이벤트 행사는 주최자들과 광고주만 좋을 뿐 상인들에게는 별 도움 되지 않는다고 평했다. 이를테면 맥주 파티는 상인이 빠져 있는, 축제를 위한 축제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정치인들이 보여주기 식 사업을 벌이는 바람에 상인들만 희생되고 있는 셈이라며 목청을 높였다.
 
BAR·주점 단속에 이면도로 카페 거리로 변신하기도… 요즘 대세 일식집도 포화 상태
 
명물거리 뒷골목에는 호프나 BAR, 그리고 단란주점과 모텔 등이 몰려 있었다. 예전엔 골목 깊숙이 들어가면 삐끼들의 호객 행위로 시끌벅적했다. 그러나 장기간 단속이 계속되자 2000년 초반부터 카페가 늘어 일명 ‘신촌 카페거리’로 불렸다.
 
2010년 이후 상권 상황이 악화되자 30개에 달하던 카페는 10개 미만으로 줄었다. 대로변에서 뒷골목으로 밀려난 음식점도 늘고 있다.
 
김명철(가명)씨는 명물거리 이면도로에서 5년 째 ‘젊은 소나무’라는 일식집을 운영하고 있다. 1998년 명물거리 대로변에서 대형 BAR를 운영했으나 건물이 팔리면서 가게를 옮겨왔고 업종도 바꿨다.
 
김 씨는 신촌 명물거리 상권이 악화된 이유로 △사라진 2차 문화 △소비력 높은 고객층 이탈 △차 없는 거리 지정에 따른 유동인구 감소 등을 꼽았다.
 
그는 “2차 문화가 사라지면서 지하 호프집이 먼저 사라졌고, 인근 직장이라고 해봐야 세브란스 병원, 연세대 교직원 등에 그치다 보니 가격 인상도 부담스러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차 없는 거리 지정 등으로 장사가 안 되자 12시 안에 문 닫는 가게가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새벽 영업 후 술 한잔하던 상인들도 줄어 이중으로 타격을 받았다”며 안타까워했다.
 
최근 명물거리 상권에는 일식 업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씨는 “일식업이 포화상태에 달했다”며 “일식 재료를 받는 거래선이 비슷하다보니 차별화가 어렵다. 주인이 직접 단일 품목으로 운영하는 게 생존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 한 상인은 신촌 명물거리 일대 상권이 악화된 이유로 △사라진 2차문화 △소비력 높은 고객층 부재 △차 없는 거리 지정에 따른 유동인구 하락 등을 꼽았다. ⓒ스카이데일리
 
나이스비즈맵 상권보고서에도 명물거리 일대에서 경쟁 점포가 가장 많은 업종은 ‘일식’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고객들이 가장 많이 방문한 업종은 ‘돈가스 전문점’이었다. 점포당 유치 고객도 돈가스집이 가장 많았다.
 
연세로 중심으로 전방 500m 내 상권에서 일식집 숫자는 19개(올 1월)로 1년 전보다 점포 수가 2개 늘었고, 점포당 이용 건수 또한 월 840건으로 작년 424건보다 98.11%나 증가했다.
 
돈가스 전문점은 올해 1월 기준 5개이며 점포당 월간 이용 건수는 8167건을 기록해 지난해 4개 점포 4411건보다 85.16% 늘어났다.
 
2~3년 주기로 주인 바뀌어 ‘롱런 가게’ 드물어… 히트 메뉴로 17년 이어온 중식집 눈길
 
명물거리 및 이면도로에서는 오래된 가게를 찾기 힘들었다. 상인들은 보통 2~3년이면 주인이 바뀌고 임대료 탓에 1년 이내 가게를 접는 경우도 흔하다고 입을 모았다.
 
가게를 운영한지 1년이 된 ‘알쌈꼬꼬’ 관계자는 “상권의 주 고객이 대학생이다보니 젊은층의 트렌드를 고려해야 한다”며 “20대들의 입맛은 까다로운 편이어서 지금도 메뉴개발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명물거리 터줏대감 중 하나는 중식 맛집 ‘완차이’ 로 17년 업력을 자랑한다. 명물거리의 ‘명물’이 된 가게다. 주방장이 홍콩에서 배운 요리 솜씨로 한국인 입맛에 맞는 매운 음식을 개발, 신촌 일대에 유행시키기도 했다.
 
완차이 대표 최명숙(가명·여) 씨는 “오픈 초기 하루 10만~20만원을 벌 정도로 위태로운 적도 있지만 ‘맛’으로 승부한다는 일념 아래 부지런히 뛰어다녔다”며 “그 결과 매운 홍합볶음 메뉴로 히트를 쳤고, 방송 3사에서 앞다퉈 방영할 정도로 입소문이 났다”고 자랑했다.
 
상권 전체가 불황에 시달리고 있지만 완차이는 하루 매출 300만원을 찍기도 하는 등 꾸준하게 인기를 끌고 있다. 대학생이었던 고객이 아들을 데려올 정도로 단골 고객층도 많다.
 
최 씨는 “무조건 가게만 차리면 되는 것이 아니라 정성어린 손길이 닿아야 변함없는 맛을 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유동 인구가 줄어든 것도 문제지만 소문난 맛집, 명물 가게가 없다는 것도 유동인구 감소를 부채질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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