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몇년 간 침체 양상을 보였던 신촌 상권이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서대문구에서 조성한 ‘대중교통 전용지구’(걷고 싶은 거리)가 점차 자리를 잡아가며 신촌 로터리에서 연세대 정문으로 향하는 대로변이 활력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한물간 상권으로 평가받던 신촌 일대가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연세대·서강대·이화여대 등 대학이 밀집해 있는 신촌 대학가는 최신 유행을 선도했던 곳이지만 2000년대 초중반 이후 인근 홍대 상권이 부상하며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신촌 상권이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대문구에서 조성한 ‘대중교통 전용지구’(걷고 싶은 거리)가 점차 자리를 잡아가며 신촌 로터리에서 연세대 정문으로 향하는 대로변이 활력의 구심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홍대 주변 상권의 임대료가 계속 치솟자 신촌으로 유턴하는 자영업자들도 증가하는 상황이다. 과거 신촌 전성기 때 홍대 쪽으로 상인들이 밀려났다면 지금은 홍대 상권의 폭발로 인해 상인들이 신촌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수십년간 대학가 최고 상권… 2000년대 초중반 ‘한물 간 동네’로 추락
신촌은 태조 이성계가 한양 천도를 위해 답사했을 때 ‘새터말’이라고 이름 지은 곳이다. 이후 한자 이름인 ‘신촌(新村)’으로 불리게 됐다.
신촌 상권은 연세대·이화여대·서강대를 비롯해 홍익대·명지대 등의 대학 재학생과 마포와 서대문, 은평구 등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배후로 형성됐다. 특히 대학 주변이라 하숙방, 오피스텔, 고시원 등도 다수 분포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 거주 외국인뿐만 아니라 관광객도 크게 늘어났다.
신촌은 지역적으로 종로와 영등포를 잇는 부심(副心)으로 교통이 편리하다. 지하철 2호 신촌역이 있고 신촌로터리에는 인천, 일산, 안양 등 경기권으로 연결되는 버스 노선도 많다.
20대 젊은층 유동인구가 많아 학원, 카페, 주점, 고깃집 등이 발달돼 있다. 대학 수업이 끝나는 오후 시간대부터 신촌은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신촌 상권의 메인 거리는 연세대 정문에서 신촌역 2·3번 출구 사이에 있는 ‘연세로’다. 주로 패스트푸드점, 카페, 음식점 등 대학생을 타깃으로 한 점포들이 입주해 있다.
신촌 상권은 1990년대만 해도 ‘젊음의 메카’로 명동, 종로와 함께 서울 강북에서 가장 잘나가던 상권중 하나로 꼽혔다. 유행가 가사나 제목에 ‘신촌’이 종종 등장할 정도였다. 주말 저녁이면 신촌 음식점마다 앉을 자리가 없어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1998년 7월 현대백화점 신촌점이 들어섰을 때까지만 해도 백화점 시계탑 부근과 신촌역 출구, 홍익문고 등에 연인과 친구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러다 2000년대 초중반 이후 신촌 상권이 시들해졌다. 전성기를 맞은 상가 임대료가 가파르게 올라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던 음식점과 카페가 하나둘 자취를 감춘 반면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결국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에 프랜차이즈 체인과 편의점, 휴대폰 대리점 등이 거리를 점령해 예전의 ‘신촌스러움’을 잃어갔다. 신촌 고유의 색깔을 잃고 평범한 거리로 전락하자 ‘신촌 폐인’들의 발길도 점차 뜸해져갔다.
▲ 1990년대까지 ‘젊음의 메카’로 불렸던 신촌 상권은 2000년대 초중반 비싼 임대료, 홍대 상권의 부상 등으로 쇠락했다. 특히 2014년부터는 연세대가 1학년 학생을 송도캠퍼스에 기숙하도록 의무화 해 더욱 타격을 입었다. ⓒ스카이데일리
특히 바로 옆 동네인 홍대 상권의 급부상으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다. 인디밴드 작업실, 젊은 예술인들이 모여 있던 홍대 상권은 수제 맥줏집, 개성 넘치는 카페, 옷가게 등이 생겨나면서 신촌을 이을 ‘젊음의 메카’로 떠올랐다.
홍대 상권이 인기를 얻자 임대료 상승에 시달렸던 신촌 상인들도 미련없이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신촌은 그렇게 ‘한물 간 동네’로 추락했다.
게다가 2014년부터 연세대는 신입생의 경우 인천 송도국제캠퍼스에서 의무적으로 1년간 기숙하도록 했다. 또 4년 내내 송도에 머물 국제학부(HASS, ISE) 선발 인원도 차츰 늘려가고 있는 중이다.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그나마 저녁에라도 붐볐던 연세로에 빈 점포가 종종 눈에 띌 정도였다.
연세로에서 수년간 식당을 운영해온 박인찬(54·남·가명) 씨는 “이 지역 최대 소비층은 대학 1~2학년생들이다. 갓 입학하면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술도 한잔씩 하기 마련”이라며 “요새 취업이 어렵다보니 3학년만 돼도 주로 도서관에 틀어박혀 있다. 신입생들이 빠져 나가자 이 일대 영업 환경이 크게 나빠진 것”이라고 풀이했다.
‘걷고 싶은 거리’ 조성에 유동 인구 늘어 대로변부터 부활 신호탄
서대문구는 지난 2014년 신촌상권을 살리기 위해 국·시비 76억원을 투입해 연세로에 ‘대중교통전용지구’(걷고 싶은 거리)를 조성했다. 같은해 5월에는 명물 거리 구간에 대한 보행환경 개선공사를 진행했다. 연세로는 평일에는 16인승 이상의 버스, 승합차만 통행 가능하고 주말에는 ‘차없는 거리’로 운영하고 있다.
대중교통 전용지구를 만들자 일각에선 차량유입 감소로 유동 인구가 더욱 줄었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명물거리에서 분식집을 운영 중인 한 점주는 “걷고 싶은 거리 조성 초기에 승용차를 못다니게 하자 매출이 더 줄었다”며 “현재는 구청과 상가들이 합심해 ‘물총쏘기’, ‘맥주축제’ 등의 행사를 꾸준히 개최해 유동인구가 다행히 다시 늘어났다”고 말했다.
신촌 일대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연세로는 프랜차이즈 카페, 통신사, 화장품, 패스트푸드점 등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점포들이 주로 입점한 상태다. 즉, 매물이 흔치 않고 일반 상인들로서는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렵다.
연세로 대로변 점포 시세는 15평 기준으로 보증금 2~3억원, 임대료는 700만~1000만원, 권리금은 1억~6억원 선이다. 명물거리 시세도 연세로와 비슷하다.
D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작년에 비해 연세로, 명물거리 임대료가 크게 올랐다. 상권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밝혔다.
Y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그러나 “임대료가 오른 게 상권 부활이라고 할 수는 없다. 침체기였던 2011년~2014년에도 보증금과 권리금은 오름세를 기록했다”며 “다만 임대료가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는 중이 아닐까 한다. 특히 홍대쪽 임대료가 비싸지자 신촌으로 되돌아오는 점주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신촌 상권의 회복 조짐은 안팎 호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부동산 관계자와 상인들에 따르면 홍대 상권이 한풀 꺾였고 연세로 상권이 좀더 쾌적해졌다.
또 걷고 싶은 거리에 갖가지 행사를 유치해 유동인구가 늘어났다. 명물거리 인근 골목에서 치킨집을 운영 중인 강주용 씨(43·남)는 “‘물총쏘기’, ‘맥주축제’ 행사 등으로 유치한 고객들의 지갑을 어떻게 하면 열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할 때”라며 “예전에 비해 특색 없는 거리가 된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상권 개성을 살리기 위해 다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NICEBIZMAP 상권보고서에 따르면 신촌 역세권 일대 월 유동인구는 20대가 가장 많았으며 남성 23만1345명, 여성 36만7535명으로 여성 인구가 13만명 이상 많다. 또한 이곳 상권을 이용자는 주거 인구는 9.5%, 직장 인구는 17.2%인 반면 유입 인구가 73.3%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 신촌을 찾은 30대 중반 여성은 “신촌은 우리에게는 추억의 장소이기도 하기 때문에 여기서 약속을 많이 잡는 편”이라고 말했다. 화장품 가게의 한 점원은 “최근 유동 인구가 늘어난 느낌이 든다”며 “특히 근래에는 중국 관광객도 많이 보였는데, 최근 사드 보복으로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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