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철 2호선 신촌역 일대는 대표적인 대학 상권이다. 외부에서 유입되는 20·30대 젊은층이 주요 고객이다. 그 중에 ‘신촌 먹자골목’으로 불리는 곳이 있다. 신촌역 1,2번 출구에서 연세대 쪽까지 이어지는 연세로5나길, 연세로5가길, 연세로7안길, 연세로11길 등이다. 술집과 밥집들만 빼곡하게 몰려있다. ⓒ스카이데일리
신촌 ‘연세로 상권’은 신촌 로터리와 연대를 잇는 큰길 좌우에 포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대와 연대를 연결하는 ‘명물 거리’ 또한 연세로 못지않게 상권이 발달했다. 큰길에선 보기 힘든 이색 가게들이 많다. 때문에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명물거리는 홍대 부근보다 임대료가 비싼 축에 속했다.
반면 연세로를 사이에 두고 명물거리 건너편에 있는 신촌 먹자골목은 신촌 상권이 커지면서 뒤늦게 확장됐다. 1998년 현대백화점 신촌점이 들어서며 이면 도로가 뚫린 덕분에 접근성도 높아졌다. 그래도 오로지 먹고 마시는 가게들만 가득한, 말 그대로 먹자골목이다.
신촌역 1,2번 출구에서 연세대 쪽까지 이어지는 연세로5나길, 연세로5가길 등이 먹자골목에 속한다. 술집과 밥집이 상상 이상으로 빼곡하게 밀집해 있는 곳이다.
연세로 뒷쪽에 위치한 먹자골목은 1970, 80년대만 해도 지금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당시에는 ‘신촌 시장’으로 불리던 조용한 장터가 있었고 그 외곽에는 지붕 나지막한 주택들이 즐비했다.
그런데 명물거리가 강북 최고의 상권으로 세를 확장하자 연세로 건너편 신촌 시장 쪽도 뒤늦게 영향을 받았다. 고기집이나 횟집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하더니 식당과 포차, 주점들이 과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외식업 외 다른 업종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됐다.
유입인구 81%에 20대와 여성 많아…한식집 6개월새 116개에서 65개 급감
소상공인상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신촌 먹자골목 일대는 주택상업지역이다. 학생들이 많이 사는 원룸, 하숙집 등 저층주택과 상업 공간이 공존하는 지역이다. 골목 중심에는 상업지구가 형성돼 있고 바깥쪽으로는 다소 허름한 주택들이 모여 있다.
이 지역 직장 인구수는 7718명으로 주거인구 202명의 약 38배에 달한다. 이 가운데 남자는 2802명이지만 여자는 4994명으로 1.8배나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20대 2436명, 30대 1996명, 40대 1611명, 50대 1056명, 60대 이상은 619명이다.
나이스비즈맵 상권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신촌 상권의 유동인구는 20대가 59만8880명으로 2위인 30대 9만1104명의 6.5배에 달했다. 성별로는 여성이 남성 보다 훨씬 많았다. 먹자골목 이용 고객 중 외부 유입 인구는 약 81%를 차지한다.
외식업이 대부분인 신촌 먹자골목은 한식·백반·한정식 업종이 지난해 6월 116개까지 증가했다가 올해 2월 65개로 크게 줄었다. 갈비·삼겹살도 27개에서 9개로, 곱창집도 8개에서 4개로 절반 혹은 1/3로 줄었다. 드문드문 보이는 공실은 먹자골목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나이스비즈맵은 유망 업종으로 스시집을 꼽았다. 일식 점포수는 올 1월 기준으로 1년간 16개에서 19개로 늘었다. 점포별 월매출은 2480만원 남짓으로 추정된다.
임대료 수년째 동결 건물주 많고, 연대 쪽이 로터리 방향 대비 월세 2배
▲ 신촌 먹자골목에는 주점과 포차 등 호주머니가 가벼운 젊은층을 대상으로 하는 술집이 많다. 이 일대 건물주 가운데 상당수는 임대료를 수년째 동결했다. 반면 연세로 대로변은 20평 월세가 2000만원까지 치솟은 곳도 있다. ⓒ스카이데일리
연세로 먹자골목은 특색없는 술집들이 제살깎기식 경쟁을 펼쳐 고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홍대 상권의 연장선인 동교동과 맞닿아 있다는 점도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찍이 상권이 발달했던 신촌 쪽과 달리 공간 확장의 여지가 많았던 홍대 쪽에는 클럽과 버스킹(길거리 공연) 등 감성 테마로 유동 고객을 끌어들였다. 그 바람에 연세로 먹자골목은 더욱 주눅들 수밖에 없었다.
3년 전부터 시작된 연세대 신입생의 ‘송도 1년 의무 기숙’은 술집과 밥집 일색인 먹자골목에 가장 큰 타격을 가했다. 신입생 및 국제계열 학생 4000명 정도가 종전 보다 줄었다. 가장 술을 많이, 자주 마셔주던 1학년생들이 사라지자 먹자골목 가게들의 손바뀜도 잦아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임대료를 동결하는 건물주들이 적지 않다. 6년 전 길음동에서 신촌으로 옮겨온 민속주점 ‘연대포’ 대표는 “장사가 안 되다 보니 건물주가 수년째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프랜차이즈 포차도 살아남지 못하고 곧 나가더라”고 말했다.
연대포는 방학 중에도 매출이 꾸준한 편이지만 시험 기간에는 평소보다 한가하다고 했다. 약 28평 가게를 권리금 1억5000만원에 입주했다는 그는 보증금 1억2000만원에 월세 480만원을 내고 있다고 귀띔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프랜차이즈 점주는 5개월 전 먹자골목에 들어왔다. 가게 오픈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업종’이었다. 고기 무한리필, 회집, 삼겹살집, 감자탕, 양꼬치 등은 너무 많아서 미국식 메뉴로 승부를 보기로 했다.
그는 “불황이다 보니 어디서나 장사하기가 만만치 않다. 매출 증대를 위해선 뜨내기를 잡기보다 고객이 다시 찾아오게끔 하는 서비스가 중요하다. 하지만 송도캠퍼스 신설로 연세대 신입생 숫자가 크게 줄어든 건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신촌 먹자골목은 명물 거리보다 입지가 떨어져 월세는 훨씬 저렴하다. 쉽게 말해 명물거리 쪽은 비싼 동네, 이쪽은 싼 동네이기 때문에 호주머니가 가벼운 젊은층 유입은 많다.
그는 “연세로 먹자골목은 신촌 로터리 방향보다 연대 쪽이 유동 인구가 더 많아 월세가 비싸다”며 “로터리에서 가까운 쪽의 월세는 연대쪽에 비해 월세가 거의 절반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저녁이 되니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W부동산 관계자는 “주말에 ‘차 없는 거리’를 시행하면서 과거보다는 상권이 좀 살아난 느낌이다”고 말했다. 오후 8시엔 곱창집이나 무한리필 고기집에 직장인과 대학생들이 북적댔다.
먹자골목의 술집들은 오후 3~4시쯤이나 가게 문을 열어 다음날 오전 4~5시까지 운영하는 게 일반적이다. 골목마다 오로지 술집, 밥집 밖에 없어 낮과 밤의 유동인구는 눈에 띄게 달랐다.
40평에 보증금 1억, 월세 450만원…대로변은 20평 임대료 2000만원 시세도
▲ 신촌 먹자골목은 저녁이 되니 직장인과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주말에 ‘차 없는 거리’를 시행하면서 과거보다는 상권이 좀 살아난 느낌이다”고 말했다. 이들 술집들은 오후 3~4시쯤이나 가게 문을 열어 다음날 오전 4~5시까지 운영하는 게 일반적이다. 사진은 낮시간 텅 빈 거리 모습(위)과 인파가 몰리기 시작한 저녁시간 먹자골목 풍경 ⓒ스카이데일리
D공인중개사 대표는 “연세로 대로변 커피 전문점, 이동통신사, 화장품 가게 월세는 20평에 2000만원이 넘는 곳도 있다”며 “하지만 안쪽 먹자골목 임대료는 별로 오르지 않았다. 임대료가 오를 수가 없는 형편이란 말이 맞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음주문화의 변화 또한 상권에 영향을 많이 미쳤다”고 덧붙였다. 술집이 장사가 안 되니까 옆에 있는 판매점도, 노래방도 일찍 문을 닫는 바람에 코인 노래방이 늘었다고 한다.
D부동산에 따르면 임대료는 40평 점포 기준으로 보증금 1억에 월세 400만~500만원 선이다.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350만원 아래로 떨어진다. 먹자골목에선 특이하게도, 지하가 장사가 잘 돼 건물주가 월세를 더 많이 받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월세를 낮춰 원룸이나 고시원으로 내주고 있다.
D부동산 대표는 신촌 먹자골목에서 장사하고자 하는 예비 창업자들은 대로변 인구를 흡수할 수 있을 법한 아이템 없이는 생존이 힘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강대학교 학생 김준모(20·남) 씨는 “이대에서 가까운 명물거리 쪽은 세련되고 젊은 느낌인데 동교동과 인접한 먹자골목은 직장인들이 일 끝나고 많이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먹자골목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임주안(21·여) 씨도 “이쪽은 먹으러 오고 저쪽(명물 거리)은 놀러간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식사와 술을 함께 해결하려면 먹자골목으로 온다”며 “명물거리에선 주로 커피 마시고 걷고 데이트한다. 두 거리의 분위기가 다르고 고객들 인식도 다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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