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는 침체된 신촌 일대를 살리기 위해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총 244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2018년에 완료될 예정이지만 재생 사업을 지켜보는 신촌 지역 일대 상인들의 반응은 오히려 차갑다.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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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도시재생 사업은 신촌경제 재생, 청년문화 재생, 지역공동체 재생 등 거창한 슬로건을 내걸고 야심차게 출발했다. 하지만 내년에 끝날 사업이 이 같은 목표를 실현할 수 있으리라 여기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전문가들 중에는 “국내에서 관청이 개입해 실제로 재생된 경우는 일찌기 없었다”면서 “재생사업이란 회생 불가한 지역에 적어도 20년은 공들여도 될까 말까한 사업인데, 무리한 목표를 잡고 헛돈을 쏟아붓고 있는 중이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상인들도 마찬가지다. 무리한 ‘공약’으로 예산만 축내는 게 아니냐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앞서 조성된 신촌 차 없는 거리 역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서울시가 예산을 투입한 사업이었다. 하지만 신촌 상권은 그로 인해 더욱 악화됐고 20~30년 된 점포들마저 속속 신촌을 떠나게 했을 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밖에도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연세대 앞 지하보도를 리모델링해 창작놀이센터, 문화발전소 등을 건립을 추진 중이지만 지역 살리기와 별다른 연관성을 체감할 수 없다는 게 지역 주민들의 반응이다.
특히 상인들 사이에서는 지역 상인이나 거주자들의 의견수렴이 제대로 되지 않은 도시재생 사업은 전시행정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 244억 투입, 2018년 완료…상인들 “우리 목소리는 빠진 전시행정 우려된다” 강한 불만
70년대 신촌은 서울 서부상권의 중심지이자 교통의 중심지였다. 80~90년대는 대학을 근간으로 음악·출판·연극 등의 문화를 꽃 피웠던 곳이다. 또한 80년대 후반에는 민주화 운동에 불을 지핀 곳이기도 하다.
대학문화를 선도했던 신촌은 2000년대 이후 유흥문화, 프랜차이즈 확산 등으로 개성을 잃어갔다. 또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뒷골목에 빈 점포가 늘고 방문객은 줄어드는 등 쇠퇴 일로를 걸어왔다. 2010년 이후에는 경쟁 상권인 홍대 일대에 고객을 뺏기면서 신촌은 침체기에 빠져들었다.
이런 신촌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서울시는 구랍 29일 신촌을 도시재생사업지로 결정 고시했다. 도시재생이란 기존 물리적 정비 방식 위주의 접근에서 벗어나 노후화된 도시의 지역역량 강화 및 지역자원 활용을 통해 경제적, 환경적으로 활성화 시키는 것을 뜻한다.
신촌 도시재생 시범 사업 분야는 △청년문화 재생 △신촌경제 재생 △신촌하우스 재생 △지역공동체 재생 △공공기반 재생 등 크게 5개 부문으로 나뉜다. 이번 사업의 대상지는 신촌역과 이대역 일대 41만㎡ 규모다. 총 사업비는 244억원이 투입되며 2018년도에 사업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상권 및 마을공간 개선사업 등 13개 사업으로 진행된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은 마중물 사업비 총 100억원(서울시 90억원, 서대문구 1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마중물 사업비 외에도 서울시는 연세대 앞 지하보도를 다목적 개방공간으로 리모델링해 창작 놀이센터, 원스톱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될 문화발전소 건립, 신·홍·합 창조밸리 조성과 관련한 청년창업 주거공간 등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청 및 이화여대와 협력을 통한 청년몰 조성사업 등 중앙정부와 서울시, 서대문구와 민간의 협력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총 144억원의 예산을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서울시의 도시재생 사업에 대한 해당 주민·상인들은 ‘주민들과의 상생을 위해 추진하는 사업에 정작 주민은 빠져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도시재생이라는 타이틀만 달았지 상권을 살리기 위한 처방은 부실하다는 게 상인들의 입장이다.
신촌 도시재생사업의 구체적인 실행 사항은 ▲신촌 통합축제와 관련 콘텐츠 개발 등 문화플랫폼 구축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한 골목 정비와 공공 공간 조성 등 상권공간 개선 ▲청년활동을 위한 다목적 문화시설 조성 등 청년문화전진기지 구축 등이다.
서대문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상권 공간 재생 사업으로는 도로 포장, 이정표 설치, 휴게 쉼터 설치 등이 계획돼 있다. 그러나 부동산 관계자들은 보여주기 사업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임천재 신촌 상권살리기 위원회 대표는 “물론 신촌 전체를 재생하겠다는 서울시의 입장은 환영 할만 하다. 하지만 정말 상권이 원하는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예전에 차 없는 거리도 그렇고 이번 도시재생사업도 상인들과의 협의가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서울시는 2014년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서 연세대를 잇는 연세로를 대중교통 전용지구로 지정해 차 없는 거리로 만들었다. 삶과 지역문화’가 공존하는 거리로 만들고자 했다. 서울시가 예산을 지원했고 당시 구청장은 거리조성 및 재정비에 나섰다.
이후 연세로는 시내버스, 구급차, 자전거 등만 통행할 수 있고 일반 승용차의 진입은 금지됐다. 택시는 자정을 넘긴 심야시간에만 통행이 가능했다. 또 주말에는 대중교통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있다.
그러나 지역 상인들은 경기침체로 인해 상권이 힘을 잃었는데 차량마저 통제해 이면도로 유동인구가 크게 줄어 가게 운영은 더욱 힘들어졌다고 하소연했다. 거리 조성사업은 본래의 취지를 잃고, 주객이 전도된 지자체의 일방 추진으로 문제가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2015년 4월에는 지역 상인들이 모여 차 없는 거리를 없애달라는 시위를 하기도 했지만 상인들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 상인은 “신촌 상권이 정말 힘들어지고 있다. 20~30년 된 가게들도 견디지 못하고 가게를 빼는 상황이다”며 “상인들은 차 없는 거리의 영향이 컸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2014년 상권 살리기 위원회 측은 지역 상인·주민·학생 등 152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당시 조사결과로는 ‘차 없는 거리가 신촌상권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주민 55.37%(찬성 20%), 학생 35.01%(찬성 24%), 상인 80.85%(찬성 2.12%)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신촌 연세로 이변도로 내 H부동산 관계자는 “차 없는 거리를 만들어 연세로를 이용하지 못하는 차량들이 이면도로 골목으로 다니는 실정이다”며 “이렇게 통행이 불편한데 누가 다니겠나, 진짜 문제점은 고치려 들지 않고 겉에 드러난 부분만 포장하려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전문가 “아프지 않은 환자에게 아프지 않은 곳에 엉뚱하게 처방하면 부작용만 낳는다”
이번에 시행되는 도시재생사업 역시 ‘공약’을 시행하는 것일 뿐, 지역과의 소통없이 이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도시재생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상인이 아닌 학자들과 전문가들이 중심이 된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 저녁시간에도 연세로쪽(사진 위)에 비해 이면도로(사진 아래 왼쪽)와 명물거리에는 유동인구가 현저하게 차이가 났다. 이면도로와 명물거리 상인들은 연세로로 다니는 인원들도 그냥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일뿐 크게 안쪽으로 유입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스카이데일리
서울시는 연세대 이제선 교수를 총괄계획가로 위촉하고 공동체 활성화와 주민중심의 사업추진 기반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사업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상인들은 많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곱창집 사장은 “도시재생사업을 하는지 전혀 몰랐다. 두 세 달 전에 설명회를 한다는 말은 지인을 통해 들었지만, 가게 오픈이 5~10시인데 설명회를 낮에 해서 가지 못했다”고 전했다.
신촌 도시재생사업을 총괄하는 한 관계자 역시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고시가 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추후에 인근 상인들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이후 상권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를 본격적으로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수백억이 투입되는 정부의 사업은 시작 전에 주민 의견 수렴이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일본 도쿄 번화가의 복합문화공간인 롯본기힐즈는 2차대전 때 피습 후 복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주거지가 형성돼 구획도로가 좁아 통행이 어렵고 도시기반시설이 열악했다.
특히 도심에 위치한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개발이 필요했으나 400여 가구의 원주민과의 갈등으로 인해 17년간 수백 번의 주민 간담회를 거쳐 주민 동의를 받아 진행됐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관이 주도하는 사업 중에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은 주민들과 협의 과정이 부실해 나타난다”며 “이런 큰 사업 역시 시작하기 전에 상인들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상인들은 도시재생사업으로 추진하는 신촌통합축제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동안 신촌에서는 물총 축제, 슬라이스 등의 다양한 축제를 열었다. 매 축제마다 수많은 인파가 몰려 신촌상권의 부활을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임천재 신촌 상권 살리기 위원회 대표는 “물총 축제, 슬라이스 등 행사 때 많은 인파가 몰렸지만 정작 골목 안으로는 들어오지를 않아 매출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행사 주최측만 이득을 봤다”며 “최근에는 거리에 좌판을 쫙 깔고 신촌 맥주축제를 했다. 그런데 하이트에서 맥주를 스폰해주고 거기서 먹고 노는데 주변 상점으로 누가 들어오겠나”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한 신촌 도시재생 계획은 2018년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도시재생사업 치고는 완료 시점도 너무 짧다고 지적한다. 또 신촌동 바깥의 주민들은 ‘이대 앞도, 봉원동도 다 신촌인데 유독 신촌에 모든 사업이 집중해서는 전체 상권 활성화나 도시재생을 완성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이희정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시재생사업은 예산을 써도 문제가 도저히 해결될 수 없는, 회복 불가능한 상태일 때 진행하는 사업이다”며 “그런 측면으로 볼 때 도시재생사업의 경우 최소한 20년이 걸린다. 단기간에 추진하는 사업은 진정한 도시재생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대한민국의 도시재생사업은 제대로 진행된 경우가 없었다. 실제로 시장이 자유롭게 해결할 수도 있는 일도 공공기관이 불필요하게 개입해 진짜 필요한 부분보다 앞질러간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도시재생사업에서 주민은 환자고, 공공기관은 의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아프지도 않은 환자에게, 아프지 않은 곳에 엉뚱하게 처방하면 부작용만 낳을 뿐이다”면서 “약을 잘못 처방해서도 안 된다. 환자가 아픈 곳을 잘 찾아 치료하는 것이 진정한 도시재생사업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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