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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는 지난 6·19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과열이 지속될 경우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추가 조치를 단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규제의 수위가 낮은 6·19 대책은 별 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다. 오히려 부동산 시장은 더욱 과열되는 양상을 보였다. 급기야 정부는 6·19 대책 발표 이후 채 두 달도 되지 않은 시점인 지난 2일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대책을 발표했다. 8·2 부동산 대책이 그것이다. 역대 최고 수준의 규제 내용을 담은 이번 대책은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 지정 등으로 특정지역에 투자 또는 투기수요가 과도하게 유입되는 것을 즉각 차단하는 내용이 골자다. 다주택자의 단기 주택 유인을 억제하고, 실수요 중심의 시장 질서를 확고히 하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대책의 실행으로 서울 전역은 2002년 이후 15년 만에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다. 서초·강남·송파·강동을 비롯해 마포·성동·양천·노원·영등포 등 11개 구는 규제 강도가 더 높은 투기지역으로 분류됐다. 그런데 이번 대책으로 인하 선량한 시민들까지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투기 수요 억제에 집중하다보니 불똥이 실거주 목적의 주택 구입자들에게까지 튀고 있기 때문이다. 대출 규제가 강해지면서 대출을 통해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꿈’이 사실상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상당수 시민들은 “돈 없으면 집 사지 말란 소리나 다름없다”는 불만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8·2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불거진 각종 문제점과 이에 대한 전문가들과 일반 시민들의 반응을 직접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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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잠재우기 위해 문재인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정부는 지난 2일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른바 ‘8·2 부동산 대책’이다. 이번 대책은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한 강도 높은 규제가 주요 골자다.
그런데 이번 대책을 둘러싼 각종 잡음이 무성해 여론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주요 내용의 허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특히 높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문제점은 투기 수요 억제 목적의 규제로 인해 실수요자들까지 주택 구매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라는 게 부동산 업계와 일반 시민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8·2 부동산 대책에 맞춰 금융권 대출 조건이 조정되면 당장 전국 8만6000여명 가량이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며 “중도금이나 잔금을 내려고 준비했던 이들의 계약 파기도 불가피해질 전망이다”고 말했다. 이번 부동산 대책은 관련 업계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라는 진단이다.
역대 부동산 대책 규제 수준 최강…LTV·DTI 대출 만기 일괄 40% 적용
대다수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8·2 부동산 대책의 강도는 역대 최강이다. 투기과열지구 등을 지정하면서 청약 규제, 재건축 주택 공급 수 제한,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등이 도입된다. 3억원 이상 주택을 거래할 경우 자금조달계획서와 입주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도 대출 만기 여부 등에 관계없이 40%로 일괄 적용된다.
‘주택담보대출비율’은 주택의 담보가치와 비교한 대출금액 비율로 주택을 담보로 빌릴 수 있는 대출가능한도를 뜻한다. 총부채상황비율은 금융부채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재건축·재개발 및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조합원 분양권 양도가 제한돼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투기 수요 유입이 차단된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단순히 투기 수요 외에 실수요자들의 발목까지 잡고 있어 여기저기서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나타났다.
수원에 사는 이정남(48·남·가명) 씨는 불과 얼마 전까지 직장생활 20년 만에 내 집을 마련한다는 기대감에 들떠 있었다. 대치동 재개발 구역에 위치한 시가 8억원 상당의 빌라 매입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LTV가 70%까지 적용되던 시기인 지난 5월 계약을 체결하고, 매매금액의 10%인 8000만원을 계약금으로 지불했다.
그는 LTV 70%를 적용받아 5억6000만원을 대출하고 수중의 자금 2억4000만원을 충당해 빌라를 매입할 계획이었다. 이 씨의 중도금 및 잔금 지급일은 계약 체결 후 3개월 후인 이달 중순이었다.
그러나 지난 2일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이후 이 씨는 절망에 빠졌다. 시행 다음날부터 곧바로 LTV가 40%로 강화되면서 그가 대출 받을 수 있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이 3억2000만원으로 떨어졌다. 2억4000만원의 현금을 추가로 마련해야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그렇다고 계약을 파기하자니 당장 지불한 계약금이 문제였다. 계약을 파기하면 계약금 8000만원을 고스란히 날릴 수밖에 없었다.
이 씨는 “수십 년 동안 셋방살이를 전전하다가 우연히 기회가 닿아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직전이었는데,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속절없이 계약금을 날리게 됐다”며 “이번 부동산 대책을 보면 돈 있는 사람만 집을 사고 돈 없으면 집 사지 말라는 느낌이 든다”고 한탄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이번 정부의 시그널은 ‘돈도 없으면서 왜 강남에서 살라고 하냐’는 느낌이 든다”며 “과거만 하더라도 60~70% 대출 등을 이용해 강남 입성이 가능했는데, 이번 대책으로 인해 지역·계층간 장벽이 더욱 공고해져 버렸다”고 강조했다.
높아진 서울 문턱, 어려워진 내 집 마련…“이젠 뭘 보고 사나”
서울 여의도 소재 아파트에 전세를 살고 있는 직장인 김민후(31·남·가명) 씨는 내년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매입할 계획이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모아 놓은 자금을 이용하고, 만약 부족하면 부모님에게 지원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김 씨 역시 이번 부동산 대책으로 꿈을 접을 처지에 놓였다.
김 씨는 “내년 초 전세가 만료되는 시점에 맞춰 대출을 이용해서 집을 장만하려고 했다”며 “아이들이 자꾸 크다보니 주거안정을 위해서라도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돈을 모았는데, 덜컥 대출 규제가 강화됐다고 하니 눈앞이 캄캄하다”고 토로했다.
김 씨의 경우 지방에 상속으로 받은 작은 아파트가 한 채 있다. 지방에서 직장을 다닌 김 씨는 서울로 급하게 직장을 옮기면서 지방 소재 아파트는 임대를 주고 서울에서 전세로 살고 있다. 그는 “지방 아파트는 인기가 없어 매물로 내놓은 지 1년이 넘었지만 팔리지 않고 있는데, 그로 인해 다주택자로 분류돼 더욱 강력한 규제를 받게 생겼다”고 한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 씨는 기존에 보유했던 지방 소재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건 때문에 추가로 대출 받을 경우 10%p 강화된 LTV·DTI 비율을 적용받을 처지에 놓였다. 김 씨가 여의도 아파트를 사기 위해 금융권에서 받을 수 있는 대출금은 매입금액의 30%에 불과했다.
김 씨는 “월급쟁이인 지금의 상황에서는 사실상 집을 사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그는 “대출을 이용해 집을 사고 대출금을 갚아 나가려고 했는데, 주택담보대출이 막히면서 평생 전세만 전전해야 할 것 같다”며 “도대체 누구 좋자고 내놓은 대책인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정부 대출 규제로 벌써부터 실수요자들의 피해 사례가 나오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조차 우려 섞인 반응을 보였다. 무엇보다 실수요자들이 주택 구입이 어려워진 데 대해 서민들의 내 집 마련 희망조차 사라졌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박준 잠실박사 공인중개사 대표는 “이번 대책은 돈 있는 사람만 집을 사라는 얘기로 들린다”며 “사실상 돈 없으면 서울을 떠나라는 말과 다를 게 뭐가 있나”라고 주장했다. 대치동 소재 한 공인중개사 대표 역시 “결국 서울은 돈 있는 사람만 살고 나머지는 지방을 전전하게 됐다”며 “이러다가 대한민국 자체가 두 동강 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책으로 실수요자들의 주택 매입 자체가 어려워졌다는 지적에 대해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무조건적인 규제보다는 재건축·재개발, 도시재생사업 등의 개발을 장려해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정성문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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