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국토의 70% 이상이 산지로 이뤄진 탓에 개발할 수 있는 토지가 매우 제한적이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로 한정지을 경우 개발 가능한 토지는 현격하게 적어진다. 그러다보니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 및 주요 대도시는 집값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처럼 인식될 정도다. 그 중에서도 강남 지역은 전국 최소 수준의 땅값을 자랑하고 있다. 교통과 문화, 교육 등이 타 지역에 비해 앞서다 보니 자연스레 사람들이 몰려든 결과다.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다 보니 강남 지역 부동산은 타 지역에 비해 각종 이슈에 유독 기민하게 반응했다. 다른 지역보다 먼저 이슈가 발생했고, 비슷한 현상은 점차 전국으로 확대됐다. 덕분에 강남 지역은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로 평가됐다. 출범 이후 부동산 과열 현상을 막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문재인 정부가 투기과열지구 지정 검토 등 강남 지역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이다. 국토교통부는 김현미 장관 취임 이후 투기과열지구 전담반을 구성해 강남 지역 투기 단속에 나서기까지 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 및 부동산업계 일각에서 과열 현상을 막기 위한 규제는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며 오히려 규제 해소 쪽으로 노선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여론의 호응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규제 해소는 박원순 시장의 재건축 아파트 35층 규제가 꼽혔다. 스카이데일리가 강남 지역 부동산 규제 움직임에 대한 전문가들과 부동산 업계, 시민들의 반응을 직접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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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두고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각종 규제 움직임이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일반 시민들조차 무조건적인 규제는 결국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는 반응을 내비쳤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 업계 및 전문가들 사이에서 규제를 강화하기 보다는 오히려 완화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재건축 층수 제한 등의 규제를 해소해 공급을 늘리면 시장 원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과열현상이 해소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강남 지역 재건축 아파트는 용적률에 상관없이 서울시의 35층 가이드라인이 적용되고 있다. 이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의중이 깊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됐다. 재건축 단지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박원순 시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부동산 대책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는 배경이다.
정부의 날 선 규제에도 강남불패 여전…“규제 강화 보다는 완화로 노선 바꿔야”
11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부동산 과열 방지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14일에는 국토교통부가 각 지자체, 세무서 등과 함께 투기과열지역으로 평가돼 온 강남 지역 부동산 집중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일선 부동산에 대한 각종 불법·위법 행위를 근절해 투기를 막겠다는 게 점검의 취지였다.
그로부터 며칠 뒤 정부는 ‘6.19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주요 내용으로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강화, 조정 대상지역 추가 선정, 전매제한기간 강화, 재건축 규제 강화 등 대표적이었다.
강남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는 집중 점검을 피하고자 문을 닫고 임시점검을 하는 등 몸 사리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자연스럽게 거래가 일시적으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고 집값 상승폭도 둔화됐다. 금융권 대출까지 까다로워지면서 강남 지역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는 듯 했다.
정부가 본격적으로 규제의 칼을 빼 든 이후에도 강남 지역 집값이 다시 예전의 상승세로 돌아서자 최근 부동산업계 일각에서는 정책 방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변경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선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사안은 서울시의 강남 재건축 단지에 대한 35층 가이드라인이다.
“공급 늘면 가격 낮아지는 게 당연…文대통령 집값 대책, 박원순 시장이 발목 잡을 꼴”
6월 말 기준 서울시 클린업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24개구에 걸쳐 총 658개의 재개발·재건축이 진행 중이다. 이 중 강남 3구는 서초구 54곳, 강남구 37곳, 송파구 19곳 총 110곳에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서울 전체 재건축 단지 중 약 17%가 강남3구에 몰려 있는 셈이다.
강남3구 내 초고층아파트 재건축을 진행 중인 곳은 잠실주공5단지와 강남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3곳이다. 잠실주공5단지는 최고 50층,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치고 45층, 대치동 은마아파트 최고 49층 등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 단지 모두 초고층 아파트 단지를 계획하고 있으나 서울시의 문턱을 넘지 못해 재건축사업 자체가 표류 중인 상태다.
서울시는 ‘도시계획 2030 서울플랜’에 따라 3종일반주거지역에 신축되는 아파트의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됐다. 전임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임기 당시에는 35층 이상 아파트가 상당수 지어졌기 때문이다. 오 전 시장은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주도하며 오히려 초고층아파트를 장려하기도 했다.
서울시의 규제는 일반 시민들의 극심한 반발을 불러왔다. 재산권 침해 등을 문제 삼는 여론이 높게 일었다. 아예 대놓고 반기를 든 재건축 단지도 있었다. 지난 3월 이정돈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위원장은 주민설명회에서 “서울시가 주장하는 35층 제한은 법적인 근거가 없는 억압이다”며 “은마아파트는 39층 재건축을 고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이 같은 규제가 강남 지역 집값 상승의 근본적 원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수요는 예전과 다를 바 없는데 재건축 단지 층수 제한으로 공급을 줄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값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강남 지역 부동산 과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주택 공급을 늘려 수요와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다”며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은 서울시의 재건축 아파트 35층 규제 완화다”고 강조했다.
박준 잠실박사 공인중개사 대표는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면 중·장기적으로 택지공급 및 주택공급이 있는데, 이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단기적으로 잠실주공5단지 경우 규제를 완화해 공급을 늘릴 수 있다면 현재보다는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무조건적인 규제 보다는 재건축·재개발, 도시재생사업 등의 개발을 장려해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며 “경기도 과천 등 수도권은 그린벨트 지역 해제를 통한 공급을 늘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일반 시민들도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압구정 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이강현(55·남·가명) 씨는 “대부분 강남 지역 집값이 비싼 줄 알면서도 교육이나 각종 인프라 때문에 이사 오고 싶어한다”며 “이처럼 수요는 날로 늘고 있는데 ‘35층’이라는 말도 안 돼는 규제를 적용해 공급을 막으면 집값이 안 오르고 배기겠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거주하는 이지은(45·여·가명) 씨는 “우리 아파트 단지는 35층으로는 도저히 수익성이 나오지 않아 재건축 사업을 잠시 중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서울시장 바뀌면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데 우리 같은 단지가 한 둘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서울시의 35층 규제 때문에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을 잠시 중단하게 되면 결국 강남 지역 아파트 공급량이 줄어들게 될 것인데 가격이 안 오르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한 것 아니냐”며 “박원순 시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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