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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의 인문 책방…미셸 푸코 <생명관리정치의 탄생>

방임을 넘어 자유로…국가통치 도구가 된 경제

논란의 화두 던진 20세기 최고사상가…세계대전 후 ‘무리’ 대신 ‘질서’ 초점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17-08-12 17:15:43

 
▲ 문화평론가 정현
미셸 푸코는 20세기 최고의 사상가 중 한 명이다. 19709년대 말부터 ‘생명정치’라는 화두를 던졌으며 무수한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광기의 역사>, <감시와 처벌>, <성의 역사> 등 굵직한 저서를 통해 거대한 파장을 낳기도 했던 이 철학자는 사후 출간된 강의록을 통해 1990년대를 전후로 재차 세계의 주목을 이끌기도 했다.
 
문제가 된 푸코의 강의는 1970년대 중후반부터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진행됐다. 국내에도 번역돼 소개된 강의들 중 대표적인 것이 <생명관리정치의 탄생>이다. 국내에 ‘생명관리정치’로 번역된 ‘Biopolitics’의 의미를 거칠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근대 들어서 통치술의 거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인간 집단을 하나의 균질적인 ‘무리’로서 새로운 통치대상으로 삼는 관념이 등장했고, 이 무리를 일컫는 대표적인 개념이 바로 ‘인구’였다. 18~19세기 유럽을 지배한 학문 중 하나는 인구학이었고, 통계학이 인구들의 생존과 관리를 위한 주력 학문으로 다시 부상했다.
 
과거 주권자의 주권적 권한 중 하나는 피통치자의 생명을 빼앗을 수 있는 권한이었다. 생사여탈의 권력은 오늘날 생명에 대한 인구학적 관리로 전환했고, 누군가의 죽음 그 자체보다 출생률과 사망률의 형태로 표현된 통계적 팩트가 통치의 주된 관심사가 됐다.
 
방임으로서의 소극적 자유로부터의 전환
 
인간을 통계적 팩트의 요소로 간주하는 이 새로운 시대정신은 18세기 중농주의와 정치경제학의 등장으로 좀더 구체화된다. 당대 경제학의 기본 화두는 ‘사회’라는 것 자체가 인간의 생체리듬처럼 자체 순환한다는 것이었다.
 
요컨대, 마치 ‘보이지 않는 손’ 같은 것이 존재해 시장의 질서를 자체 순환의 리듬 속으로 견인한다는 것이었다. 이때 통치의 과제는 이 순환이 평균적 정상치를 일탈하지 않도록 통계적 요소들(출생률과 사망률 등)을 조정하는 소극적 원리로 사고됐다.
 
시장은 일정한 균형이 유지되는 한에서 자유로운 교환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간주됐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기본적으로 자유를 ‘방임’의 대상, 혹은 ‘면제’의 원리(타인으로부터의 침해를 면제받을 권리)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20세기 중반을 경유하며 자유주의 경제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진원지는 독일로, 2차 세계대전 패전의 후유증을 극복할 보다 적극적인 경제통치의 원리가 필요했다.
 
1948년 경제학자 루드비히 에르하르트는 독일에 적극적인 경제적 자유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연설을 하는데, 중요한 것은 그가 이러한 자유를 국가 재건의 원리로 주장했다는 사실에 있다.
 
국가가 부재하는 곳에서 적극적 자유의 경제원리를
 
“독일인들은 정반대의 문제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그것은 국가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경제적 자유라는 비국가적 공간에 입각해 국가를 존재할 수 있게 하느냐의 문제입니다”(132쪽)
 
세계대전 패전국으로서 국가의 온전한 기능이 망가진 곳에서 일부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대안으로 찾은 것은 경제 자체를 국가라는 통치기구의 재건을 위한 도구로 활용한다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자유는 ‘방임’의 의미를 넘어 적극적인 경쟁공간의 창출 의미로 전환하게 된다.
 
이렇게 해 등장한 새로운 사상적 기류의 이름이 ‘질서자유주의’였다. 자유주의를 추구하되, 질서 자체를 새롭게 ‘창출’하기 위해 이제 통치자는 시장에 개입하는 적극적 행위자가 돼야 한다.
 
오늘날 많은 이들이 기업사회라고 불리는 현상이 바로 이러한 패러다임 위에 구축된 모습들이다. 기업이 비즈니스 전략을 갖듯, 통치자는 이제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경제를 놔두지 않고, 질서와 자유의 시장공간을 창출하기 위한 적극적인 비즈니스 전략을 추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독일의 질서자유주의자들은 18~19세기 경제학이 ‘자유주의적 순박함’에 머물러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는 20세기 후반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가속화된 신자유주의 모델의 기원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자유의 모호한 이름은 경쟁의 적극적 이름으로 대체되고, 시장은 새로운 서바이벌의 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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