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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이슈]-무간판점포

맛·명성만으로 구름발길…상호명 없는 ‘거기 그곳’

익선동 ‘간판 없는 가게’ 빅히트 여파…반세기 설렁탕, 땡땡거리 포차

이국화기자(godnguka@skyedaily.com)

기사입력 2017-11-08 12: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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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호를 내걸지 않고 오로지 맛과 입소문만으로 승부를 거는 ‘무간판 점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종로구 익선동의 ‘간판 없는 가게’가 단기간 내 명소로 떠오르면서 앞서 간판 없이 영업했던 점포들 또한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사진은 ‘간판 없는 가게’ 안내문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상호를 내걸지 않은 채 영업하는 이른바 ‘무간판 점포’가 최근 인기다. 상호가 적힌 간판을 내거는 것은 가게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최소한의 홍보수단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이를 거부하고 오로지 맛과 입소문만으로 성공에 이른 사례가 하나 둘 알려지면서 이들 점포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늘고 있다.
 
간판은 한 때 도심을 네온사인으로 물들일 정도로 화려함을 강조해 왔다. 화려함만이 대두되자 간판 본연의 변별력이 감소하게 됐고 보다 이에 개성을 앞세운 참신한 간파들이 속속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급기야 최근에는 아예 상호를 숨긴 가게들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무간판 점포가 이른바 ‘트렌드 키워드’로 떠오를 수 있던 배경에는 소위 ‘핫 플레이스’로 부상한 서울 종로구 익선동의 ‘간판 없는 가게’가 한 몫 했는 평가가 많다. 지난 7월 문을 연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이곳은 작은 널빤지에 메뉴만을 적어놓은 것이 특징이다.
 
이 콘셉트를 살려 상호 역시 ‘간판 없는 가게’라 불렸는데 익선동을 찾았다가 이곳을 찾았던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지금은 문전성시를 이루는 인기 점포로 발돋움했다. 덕분에 다른 무간판 점포들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지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간판 없는 가게가 무간판 점포의 시초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다양한 이유로 간판 없이 장시간 영업을 이어 온 가게들이 상당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점포들의 공통점은 세월이 간판이 됐으며 상호 없이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 집’으로 통하며 뛰어난 맛 또는 독창적 분위기로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1964년 오픈 무간판 54년…단골들 “그냥 유명한 해장국집이라 불러”
 
인천 동구 송림동 송림시장·물텀벙(꼼치)거리 이면에는 54년째 영업을 이어오고 있는 작은 국밥집이 하나 존재한다. 오전 5시부터 10시30분까지는 해장국을,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설렁탕을 각각 판매하는 이곳은 그 흔한 상호하나 없는 점포다. 
 
▲ 인천 동구 송림동에 위치한 ‘이름 없는 식당’(사진)은 1964년 문을 연 뒤부터 줄곧 간판 없이 영업해 온 곳이다. 식당 외부에 단 두 개뿐인 메뉴만을 적어 놓은 이 집은 TV에 소개되는 등 일대의 명소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스카이데일리
 
건물 외벽에는 단 두 개뿐인 메뉴가 각각 출입문과 유리창 위로 적혀 있을 뿐 가게를 지칭하는 그 어떤 명칭도 발견할 수 없다. 가게 내부에는 각 메뉴가 판매되는 시간대와 두 메뉴 중에서 설렁탕이 ‘자랑음식’이며 ‘Since 1964’란 문구를 통해 이곳이 1964년 문을 열었음을 안내했을 뿐이었다. 
 
이름 없는 설렁탕·해장국집으로 불리며 ‘맛집’으로 자리매김한 이곳은 방송을 통해서도 수차례 소개되기도 했다. 지난 2015년 1월 방영된 SBS ‘생활의 달인’에서는 반세기 동안 진국의 맛을 얻기 위한 달인으로 이곳 업주가 소개됐으며 지난해 8월 동 방송사 ‘백종원의 3대천왕’에서는 인천 중부 소방서 대원들이 추천하는 맛집으로 전파를 탔다.
 
스카이데일리는 해장국이 판매되는 이른 오전시간대 이곳 식당을 방문했다. 식당 관계자는 “업주는 이른 새벽에 나와 직접 육수를 우려낸 뒤 잠시 휴식을 취하러 갔다”며 “현재 업주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아 2대째 영업을 하고 있으며 간판은 처음 문을 열 때부터 지금까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주중의 경우 단골손님들이 주로방문 하며 몇 차례 방송출연의 영향인지 가게가 유명해져서 주말에는 멀리서도 손님들이 찾아 올 정도다”며 “손님이 많이 올 때는 하루 300명 이상 온다”고 덧붙였다.
 
가스불이 아닌 연탄에서 타오르는 불로 육수를 우려낸다는 비법을 갖고 있는 이곳 식당을 벌써 5년째 매주 세 번씩 찾는다는 오경준(54·남) 씨는 “간판이 없어 지인들에 이곳을 소개할 때 그저 ‘유명한 해장국집’이라 부른다”며 “일대 지역 사람들 중 어지간한 사람들은 모두 이곳을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흘러간 추억을 파는 용산 땡땡거리 ‘이름 없는 포장마차’
 
서울 용산역에서 철도회관·한국철도공사서울전기사업소 방면으로 난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시간의 흐름이 멈춘 것과 같은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수차례 재개발이 추진되다 그르치기를 반복한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이다.
 
기찻길과 평행하게 난 골목길 끝자락에 다다를 때면 용산역과 이촌역을 잇는 철로를 만날 수 있다. 시시때때로 전철이 통과하고 동네 전반에서 풍기는 낙후된 분위기 탓에 드라마 촬영장소로도 여럿 소개된 바 있는 곳이다. 지난해 방영했던 tvN ‘시그널’과 2014년 12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방영한 SBS 미니시리즈 ‘펀치’ 등에 등장했다.
 
 
▲ 서울 용산역 인근의 철도건널목에 위치한 이곳은 일대에서 ‘땡땡거리 포장마차’란 애칭으로 불리고 있지만 정작 간판 없이 13년째 영업을 이어오고 있는 곳이다. 영화·드라마·뮤직비디오 촬영장으로도 종종 모습을 내비친 이곳의 장점을 두고 손님들은 ‘분위기’라 언급했다. 사진은 간판없는 포장마차의 낮과 밤의 풍경 Ⓒ스카이데일리
 
중앙선 전철이 통과하는 이곳 철도건널목 너머에는 사시사철 크리스마스 조명과 소품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간판 없는 포장마차가 자리하고 있다. 드라마에서도 모습을 보인 바 있는 이곳 포장마차는 일대에서 ‘땡땡거리 포장마차’로 불리며 손님들의 꾸준한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 송림동 설렁탕집이 맛을 무기로 반세기 넘게 사랑받았다면 지난 2004년 문을 열어 벌서 13년째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이곳은 동네 분위기에 걸맞게 추억을 선물하는 공간이다. 스카이데일리가 방문했을 때 가게 내부에서는 故김광석의 노래들이 흘러나왔다.
 
친구로부터 가게를 이어받아 영업을 계속해 오고 있다는 업주는 “7080음악과 그 음악을 향유했던 세대들이 단골손님이다”고 말했다. 주로 김광석의 노래를 튼다는 업주는 “왜 김광석 노래만 틀어주느냐”는 손님들에 핀잔에 못 이겨 이문세·김현식 등의 노래를 걸어 놓기도 한다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각종 LP판과 DVD로 가득한 이곳 술집은 영화 세트장이라 해도 손색없을 정도였다. 업주는 “며칠 뒤 CF촬영도 예정돼 있으며 과거 아이돌걸그룹의 뮤직비디오에도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고 넌지시 소개했다.
 
이곳 포장마차에서 가장 잘 팔리는 메뉴는 닭모래집볶음과 곤드레막걸리다. 간판은 물론 특별한 홍보 없이 십 수 년 간 영업을 이어오면서 자연스럽게 인기를 얻게 된 메뉴들이다. 스스로를 이곳 ‘땡땡거리 포장마차’의 단골로 소개한 김미선(54·여) 씨는 “맛도 좋고 무엇보다 분위기가 좋아 자주 찾아온다”며 방문 이유를 설명했다.
 
[이국화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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