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첫 매장을 낸 ‘데어리 퀸 그릴 앤 칠’(이하·데어리퀸)이 지난 4일 정식 오픈했다. ‘투자의 귀재’ 워런버핏 버크셔헤서웨이 회장이 투자한 브랜드로 알려진 이곳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를 방증하듯 스카이데일리가 방문한 서울 종로구 대학로 데어리 퀸 1호점 매장에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줄지어있는 소비자들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이곳의 주력 제품인 이른바 ‘무중력 아이스크림’(제품명·블리자드)에 대해 높은 호기심을 드러냈다.
무중력 아이스크림이란 거꾸로 뒤집어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생겨난 별명이다. 실제 미국 현지에서도 이 같은 점이 부각돼 금세 유명해졌다. 앞서 1일 기자간담회와 오픈파티를 열고 본격 개장 전 이틀 동안의 임시오픈 기간을 통해 데어리 퀸 측은 무중력 아이스크림을 내세워 대대적인 홍보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매년 점심식사 자리가 경매에 붙여지고 해를 거듭할수록 낙찰가가 치솟는 워런버핏 회장이 투자했다는 이유로 해당 매장의 판매 제품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투자의 귀재가 선택했다는 사실만으로 특별한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거꾸로 제공되지 않으면 공짜”…터무니없이 짧은 시간 ‘허탈’
데어리퀸 1호점은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인근 대로변에 위치했다. 대학로 내에서도 알짜로 평가받는 길목이다.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매장은 한눈에 봐도 거대했다. 데어리 퀸 측에 따르면 2층 규모의 매장 내부 면적만 460㎡(약 140평)를 웃돈다.
주문방식은 간단하다. 국내 패스트푸드 음식점과 유사한 형태다. 1층에서 자동주문기기 또는 카운터를 통해 메뉴를 주문·결제하고 번호표를 받는다. 해당 번호가 불리면 음식을 받아 2층에 올라가 취식하면 된다. 음료류의 경우 컵을 받아 1층에 설치된 기기를 통해 자율적으로 담아가는 구조다. 리필도 가능하다. 다 먹은 뒤에는 직접 분리수거해 처리하면 된다.
‘데어리퀸’ 측은 ‘거꾸로 제공되지 않으면 공짜’란 문구를 전면에 내세울 정도로 블리자드 아이스크림 화제몰이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제품을 주문하면 카운터 직원이 거꾸로 뒤집어 보이며 소비자에 건넬 정도였다. ‘무중력’이란 특징을 소비자 눈앞에서 직접 증명해보이고 있는 셈이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카운터를 벗어나자마자 이 같은 특색은 ‘아이스크림 녹듯’ 사라져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스크림을 받아 들고 얼마 지나지 않으면 녹아버리기 때문이었다. 정작 고객들 스스로는 무중력 아이스크림의 이색적 체험을 할 수 없는 셈이었다.
실제로 취재 도중 상품 수령 후 2층에 올라가자마자 한 번 더 사진촬영을 하기 위해 이를 뒤집었던 소비자가 아이스크림이 통째로 떨어졌다며 교체를 요구한 사례도 목격됐다. 사진을 찍어 SNS 등에 게재하려던 일부 소비자들은 다소 허탈하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윤예진(21·여) 씨는 “주문알림을 듣고 아이스크림을 받으러 내려갔는데 이미 조금 녹아있었다”며 “제품을 받아와 몇 번 거꾸로 뒤집어보지 않았는데도 테이블에 흘러버려 낭패를 본 적 있다”고 털어놨다.
해외에서 데어리퀸을 접해봤다는 고객들은 매장규모를 지적했다. 외국매장과 달리 국내매장은 지나치게 규모가 커 제품수령 후 이동시간이 길고, 이 때문에 무중력 아이스크림을 체험하는 것 역시 불가능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인도네시아에서 거주할 당시 데어리 퀸 매장을 즐겨 찾았다는 장혜영(28·여·가명) 씨는 “그곳 매장은 작아서 사람들이 카운터 앞에서 대기하다 바로 아이스크림을 받아 나간다”며 “2층에서 대기하고 있다 주문번호 알림을 보고 1층으로 내려갔는데 아이스크림이 녹아있었다”고 말했다.
관련업계 전문가들 “지나친 대형화 욕심이 제품 특유의 매력 반감시켜”
임시오픈 기간을 거친 만큼 매장 측 역시 이 같은 고객 애로사항을 명확하게 인지한 상태였다. 데어리퀸 함용규 대표는 “완성된 제품이 고객이 수령하는 과정에서 녹는 경우가 발생해 보다 효율적인 주문·수령 대책을 강구할 것이다”면서 “직원이 직접 테이블에 서브하는 시스템도 고려 중이다”고 밝혔다.
매장 규모가 커 무중력 아이스크림 체험이 불가하다는 지적에 대해 함 대표는 “국내는 임대료가 높아 두 층으로 나눠 설계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아이스크림만 파는 것이 아니라 햄버거·치킨스트립·샐러드·아이스크림케이크 등을 판매하는 만큼 고객들이 오래 앉아 다양한 메뉴들을 경험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업계 전문가들은 해외 유명 프랜차이즈의 국내 도입과정에서 지나친 대형화 욕심이 해당 브랜드만의 매력을 반감시켰고 결국 이 같은 불만이 커질 경우 성공적인 시장안착에도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우려하기도 했다.
상명대학교 소비자주거학과 이준영 교수는 “소비자들은 이제 맛처럼 본질적인 요소보다 소비함으로써 즐길 수 있는 ‘체험적 요소’에 주목한다”며 “데어리퀸의 ‘아이스크림이 쏟아지지 않는다’는 이른바 역발상 마케팅은 소비자들의 사진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올리고 싶은 심리 등과 결부돼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매력적인 아이템이 국내로 도입되는 과정에서 기업주들의 과한 업체 대형화 의도가 오히려 이를 가리고 있다”며 “역발상이 다시 발상 그대로가 돼버린 안타까운 케이스다”고 평가했다.
[이슬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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